최근 치협에서 내년도 레지던트 모집현황을 조사한 결과 구강악안면외과가 대거 미달사태를 빚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구강악안면외과학회는 그래도 자신이 실력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지원하던 과이고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는 구강악안면외과가 다른 임상 과에 비해 상당히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다가 의료사고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과이기 때문일 것이다.
구강악안면외과에서는 주로 얼굴기형이나 구강암 등 고난이 술식이 필요한 과이다. 그러다 보니 임상 및 학술적 성취감은 비교적 높은 과이다. 그러나 신세대 입장에서는 골치아프게 힘든 과정을 밟지 않고 전문의를 따는 방향으로 많이들 생각하는 것 같다. 과거에 치과의 꽃이라고도 불리었다는 구강악안면외과의 미달사태는 현 세태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인 것이다.
이는 비단 치과 임상과의 문제만은 아니다. 의과의 경우도 전문의 시험에 외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등이 미달사태를 종종 빗고 있다. 과거에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던 성형외과도 종종 미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피부과, 이비인후과, 안과 등 비교적 술식상 안정되고 의료사고가 적은 과들이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외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성형외과는 가장 우수한 자원들이 모여들던 과였다. 그러던 과들이 왜 찬밥신세가 됐는가? 이는 해마다 늘어나는 의료분쟁 때문일 것이다. 이들 과들이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 과를 전공하려는 사람이 적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담을 지기 싫다는 의미일 것이다. 응급의학과가 항상 미달인 것도 마친가지다. 고된 작업이 기다리고 생명이 달린 과이다 보니 환자 가족들과의 마찰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과이다. 그러니 자연 항상 미달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 학문적인 불균형 현상도 그렇지만 이들 과 전문의가 부족하다 보니 정작 해당과의 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전문의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이다. 특히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울 때 해당 전문의가 없다면 누가 치료에 나설 것인가. 결국 환자, 즉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외면돼 가고 있는 과들을 살릴려면은 정부나 병원 측에서 의사에 대한 과중한 책임제도를 덜어주던가 뭔가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치과분야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법적으로 전문의가 이제 시작하지만 소수정원으로 선발하고 있는 요즘이 과거 보다 미달사태가 오는 것은 세태의 반영이기는 하지만 이들 과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이제 정식으로 시작한 상태라 의과분야 처럼 단정짓기는 아직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미리 미리 정책적인 보완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향후 개원하기 편한 과를 찾고자 하는 현 세대에게 도전가치가 높은 과라고 한들 그리 먹혀들지는 않을 것 같다. 과의 진료영역을 넓혀 가던지, 뭔가 인센티브적 요소를 담아내야 할 것이다. 미리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