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필우 의원이 의료광고의 허용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들고 나와 의료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그 개정안 내용에 따르면 그동안 금지시켰던 의료인의 기능이나 진료방법, 수술 건수, 분만건수, 조산방법, 평일 재원 일수, 병상 이용률 등에 대한 내용을 광고할 수 있으며 광고 횟수 및 매체 제한 규정은 완전 삭제된다.
이같은 의료광고의 무장해제 조치는 일견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대명제를 들고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현행 제한된 의료광고로는 국민 각자가 원하는 의료진을 찾을 수 없고 때로는 몇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자신이 원하는 의료진을 만나게 되는 등 매우 불편하다는 호소를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 의료계가 국민들의 이같은 불만을 듣고도 현행 의료법에 명시된 정도만의 의료광고를 주장해 온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우선 의료광고를 무제한으로 허용했을 경우 의료의 상업화가 만연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이다. 의료기관간의 과다경쟁으로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 광고를 하게 되며 그 광고비는 고스란히 환자의 진료비에 첨부될 수 밖에 없어 진료비에 대한 가계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 진다.
또한 의료가 환자의 질병을 고치는 행위에서 벗어나 환자를 백화점 고객 맞이하듯이 의술이라는 상품을 주고 그 대가를 받는 행위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다는 점도 무시 못한다. 이는 의술이 갖는 근본적인 정신을 크게 훼손시킬 가능성이 높으며 의사는 환자의 생명이나 고통보다는 돈을, 환자는 자신의 질병과 그로 인한 고통을 돈으로 환산해서 치료받는 상거래 수준으로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의술은 단지 돈으로 주고 받는 것 이상의 정신적인 가치가 있다.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는 환자를 치료하는데 필수적이다. 이같은 신뢰관계는 절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이는 극단적인 우려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의료광고가 자유로와질 때 언제든지 현실 속에 등장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사실 현재에도 의료의 상업화 현상은 일어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 심각한 수준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의료광고가 만연해질 때는 이러한 의료의 상거래화는 보편화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기 부담스러우니 의원을 내세워 추진한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만일 그렇다면 이는 의료개방의 전초적 개념의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 의료개방시 외국 영리법인이 가장 먼저 요구할 사항이 의료광고 완화일 것이기에, 국내 의료시장을 경쟁력 있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개방을 하더라도 의료광고를 완화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개방과 의료광고는 별개의 문제로 둘 수 있다. 이는 정부의 몫이기는 하지만 절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배경이든간에 지금까지 제한해 오던 의료광고 규정이 왜 현실적으로 필요했는지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의료광고 전면 허용 문제는 한 방향만의 논리로만 추진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제들을 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방적인 추진보다는 먼저 공청회 등을 통한 검토작업이라도 반드시 거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