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차 아태회의가 막을 내렸다. 한국 대표단은 이번 총회에 참석해 아태회의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변화추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문제성 있는 정관을 개정하려 했으나 부결됐고 이에 따라 또 다시 명예회원으로 있던 헤네디기가 사무총장으로 부활한 것이다. 헤네디기 사무총장 입장에서는 지난 2002년 서울 총회에서의 패배를 되갚는 자리였고 이들 4개국 입장에서는 개혁을 추진하려다가 좌초된 자리가 됐다.
그러나 앞으로 아태연맹은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헤네디기 세력과 한국 등 4개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 세력간의 다툼의 장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러한 갈등의 배경은 사실 한 사람의 인물이 20여년이 넘게 지나치게 한 권좌를 독식해 오고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그러다 보니 모든 아태연맹 일이 한 사람의 입김으로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졌고 이것이 권력화 되는 과정에서 한국 등 4개국이 나서서 저지했었던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한 권좌에 한 사람이 너무 오래 앉다보면 여러 잡음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아태회의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정관 개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정관을 개정하려면 대표자 총회 출석 대표 3/4 이상의 찬성으로 가능한데 이 조항이 상당히 독소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통상 정관 개정을 하려면 그리 쉽지도 그리 어렵지도 않아야 한다. 그러나 아태연맹 규정은 출석 대표자의 4분의 3이 찬성해야 하는 것이다. 상당히 어렵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기존 정관이 완벽하다는 의미인데 정관이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완벽할 수가 없다. 그러기에 통상 세계 모든 기구나 단체에서 정관 개정을 3분의 2의 찬성 정도로 하고 있다. 세계치과의사연맹의 경우도 출석인원 2분의 1이면 가능하도록 돼 있다. 즉 국가간에 모인 기구에서 완전한 정관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시대와 상황에 따라 정관 개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정관 개정 표결을 봐도 알 수 있다. 개정안에 찬성 17표, 반대 4표, 기권 및 무효 2표로 부결됐다.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도 4분의 3이 되기 위해서는 1표가 부족했던 것이다. 즉 반대 4표만 가져도 찬성 17표를 이기는 어처구니 없는 비민주적인 규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4개국은 이 개정안을 통해 ‘명예 회원의 경우 선거에 출마 할 수 없다"를 관철 시켜 헤네디기 출마를 저지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왕 헤네디기가 선출된 이상 새로 선출된 사무총장은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이러한 독소조항을 스스로 개정하고 나아가 후배들에게도 사무총장이 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주는 업적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앞으로는 사무총장에 대한 감시기능을 제도화할 필요도 있으며 가장 좋은 방안은 한 사람이 오랫동안 한자리를 차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헤네디기 사무총장이 그런 일들을 해 낼 때 그동안 자신에게 쏟아져 왔던 각국의 비난을 잠재울 뿐만 아니라 후세에 이름이 길이 남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