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단 한차례도 타결되지 못했던 환산지수 협상이 드디어 처음으로 협상에 성공했다. 5개 의약인 단체장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환산지수 점수에 대해 신경전을 벌인 끝에 15일 법정기한을 10여분 남기고 최종적으로 60.7원에 합의, 3.5%의 수가 인상률에 타결점을 보았다. 2001년 환산지수협의제도가 도입된 이래 의약인 단체와 공단이 처음으로 손을 잡은 것이다.
아마도 이 날은 의약인 단체들은 물론이지만 공단으로서도 상당히 의미 있는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다. 협상된 수가 인상률이 만족스러워서라기보다 공단과 직접 타결을 보았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치협으로서는 그동안 협의회 위원장 단체로서의 책임이 무거웠는데 한결 어깨가 가벼워졌다.
안성모 협회장은 그동안 요양급여비용협의회(이하 협의회) 위원장으로서 공단 이사장을 수차례 만나 이번만큼은 반드시 공단과 직접 협상을 이끌어내자고 다짐하는 등 무던히 애를 써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실을 드디어 이번에 본 것이니 협의회 위원장으로서도 제대로 위신이 섰다.
그동안 의약인 단체들은 협의회를 중심으로 매년 공단과 협상을 벌여 왔지만 항상 협상이 결렬돼 결국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최종적으로 수가인상폭을 정해왔다. 양측이 서로 정한 마지노선을 뛰어 넘지 못하고 마치 정해진 수순처럼 결렬 과정을 밟아 왔었다.
이에 공단은 공단 나름대로 의도적으로 협상결렬을 유도했다느니, 수가결정에 대한 자율성이 없다느니, 심지어 정부의 시녀냐는 소리를 들어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성재 공단 이사장도 취임 이후 공단 선에서 타결보지 못하고 매번 건정심으로 넘어가는 일에 대해 마뜩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것들이 이번 타결로 모두 상쇄됐다.
물론 이번 협상 내용이 의약인 단체들로서는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다. 협의회 측이 처음주장 했던 인상률 보다는 비교적 낮은 인상률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에서는 처음에 마이너스를 주장하다가 최종적으로 결국 3.5% 인상률에 합의를 본 것이니 협의회와 공단 모두 한 발씩 양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해 물가 인상률이 2.8%인 점을 감안한다면 협의회 입장에서는 최상의 인상률을 끄집어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협상제도가 생긴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제 향후 양측이 지켜가야 할 일이 남았다. 공단이 협상조건으로 내세운 ▲2008년까지 보장성 80% 노력 ▲2007년 유형별 계약제 추진 ▲약제비 절감위한 약가 관리제도 개선 등을 실행에 옮기는 일이다. 다소 조율할 문제도 있겠지만 이번 협상타결이라는 결실을 생각한다면 큰 난관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공단과 의약인 단체들 간에 무리 없는 협상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