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시민단체가 국민의 알권리를 주장하며 정부를 상대로 항생제 남용 의료기관 명단을 공개하라고 소송을 걸었던 적이 있다. 결과는 시민단체의 승소였다. 그 결과 패소한 정부는 이들 의료기관의 명단을 공개한 적이 있다. 이 후 최근들어 시민단체와 언론에서는 허위청구와 부당청구 의료기관 명단도 공개하라고 나서기 시작했다.
항생제 남용 의료기관이 공개됐듯이 허위·부당청구 의료기관 명단이 공개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됐다. 아직은 보건복지부에서 비공개 대상이기 때문에 공개하려고 하지는 않지만 당국의 관계자 말로는 언젠가는 공개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할 정도이다. 의료기관의 보호보다 국민의 알권리가 더 중요해 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정부 당국이 허위·부당 청구 의료기관을 공개하기 전에 의약인 단체와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시각이기는 하지만 항생제에서와 마찬가지로 시민단체들이 또 다시 소송으로 강행할지도 모른다는 변수가 있는 이상 공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답답한 것은 개원가이다.
진료비 급여 청구시 허위청구나 부당청구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극히 일부 개원의 가운데 적발되어 행정처분을 받거나 환수조치를 당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러한 일부 의료기관을 공개하는 것이 합당한가 하는 문제는 좀 더 검토해 봐야 할 문제다. 먼저 법률적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본다. 당국 관계자가 말하듯이 “복지부 방향이 공개”라는 것은 지나친 예단이다.
항생제 과다 처방 의료기관과는 달리 허위·부당청구 의료기관은 이미 행정처분을 받고 급여액을 환수조치 당하는 등 이중처벌을 받은 상태이다. 이미 법적으로 처벌받은 의료기관을 시민단체가 원한다고 명단까지 공개하는 것은 삼중처벌이 아닐 수 없다. 지나친 과중처벌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만일 시민단체나 언론 식의 논리라면 불법행위로 인해 처벌받은 모든 사람이나 기관들도 모두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인데 법치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공개’라는 개념은 일종의 인민재판과 같은 보복성 성격을 띤다고 볼 수 있다. 언론이나 인터넷에 공개될 경우 지역주민들로부터 받아야 하는 따가운 시선과 질책은 저지른 불법행위에 비해 너무 과중해 심각한 사회적 역반응을 양산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공개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나 언론, 그리고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려는 정부 당국 모두는 반드시 심사숙고해야 한다. 의료기관을 상대로 보복성 조치를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길 바란다. 아울러 의약인 모두는 먼저 준법정신을 철저히 지켜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공개를 반대하는 것 이상으로 허위·부당청구를 절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야 한다. 앞으로 치과계만큼은 이러한 불법행위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