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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혜원스님]마음은 칼바람도 순풍으로 바꾼다

어느 스님이 운영하는 명상 프로그램에 목사님 부인이 참석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목사님은 산간 벽지에서 개척 교회를 맡아 신앙의 힘으로 열심히 교회를 일구는 작업을 해나가고 있는데, 그 일을 함께 해나가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더랍니다. 예전에는 목사님의 정성어린 신앙심과 남을 위한 헌신의 마음이 존경스러워 결혼까지 이르게 됐지만 막상 결혼을 하고보니 목사님의 신앙심을 따라가지도 못하겠거니와 그걸로 인해 파생되는 자신의 마음이 더 힘들었답니다. 그러다보니 목사님이 직접 짓고 있는 교회까지 새참을 들고 가야 하는 그 먼 길이 가시밭길 같더랍니다. 그래서 도저히 이렇게는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이런 명상 프로그램이 자기의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해 참석했다고 합니다.


그 프로그램은 자기의 마음을 바로 볼 수 있게끔 이끌어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크게 웃어본다든가, 그냥 울어본다든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본다든가 하는 속에서 그저 알아차릴 수 있게끔, 나는 내 체면 때문에 마음대로 크게 웃어보지도 않고 살아왔구나. 나는 이런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구나.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었구나. 나는 그렇지 않은 척하고 지금까지 살아왔구나 등등 이런 저런 나를 그냥 바라볼 수 있도록만 해주면 그 다음은 각자가 알아서 ‘그런 가식의 마음을 더 이상 유지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결론에 자연스럽게 다다르게 되고 좀더 자신의 진정성에 바탕을 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입니다.


목사님의 부인 또한 억지로 목사님과 맞추어가려고 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런 자신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바라봐줌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으로 그 프로그램을 마쳤다. 합니다. 후일에 들려오는 소식에, 그 길고도 힘들었던 새참 가지고 가던 가시밭길이 마치 하나님의 정원에 가득한 백합 사이를 걷는 것과 같더라고 했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힘들고 먼 길이라는 상황은 조금도 변한 것이 없는데 어째서 가시밭길이 백합이 가득한 길로 바뀔 수 있을까요. 그 분의 마음이 달라졌기 때문에, 어려움을 어려움으로 그냥 두지 않는 자신에 대한 그 마음씀이 있었기 때문에 그 분은 자신의 신앙 생활도 더 이상의 낙담으로 얼룩지우지 않은 채 잘 다스려나가게 된 것입니다. 마음은 그다지도 중요한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바로 쳐다보고 나와 남에게 그 마음을 속이지 않으면서 이익을 위해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면 하나님의 뜻이 그 진실된 마음에 응답하실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제법 추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것을 보니 본격적인 겨울로 들어서는가 봅니다. 사람들은 날씨만큼이나 추워진 불황과 경기침체의 칼바람에 어깨가 더 움츠러드는 것 같습니다. 내게 닥쳐온 차가운 바람이 차가움으로만 끝나지 않게, 긍정적으로 다시 한번 바라봐주려고 노력하는 내 마음 속에서 한줄기 따뜻함이 발견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 모든 것은 고정돼 있지 않으니 반드시 봄은 옵니다만 내 마음이 봄이 아니라면 봄이 온 줄도 모르게 되니 그게 안타까운 일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