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링 환자가 밀려있어 원하시는 시간에는 예약이 어렵습니다”
최근 앞 다퉈 개설된 치과대학병원 스케일링센터들은 예약환자들로 연일 만원이다.
스케일링센터에 사전 예약을 위해 전화 문의를 한 결과 “예약 환자가 많아 원하는 시간대에는 진료가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예약이 꽉 차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었다.
지난해 7월 ‘예방목적’의 스케일링이 급여화된 이후 치과대학병원들이 앞 다퉈 스케일링센터를 개소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개원가 시선이 싸늘하다.
개원가 경영환경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치과대학병원들이 예방 목적의 스케일링환자 뿐만 아니라 이를 매개로 신환까지 끌어가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모 개원의는 “기존 치과병원 진료 접근에 대해 부담을 가졌던 환자들이 병원 스케일링센터방문을 계기로 심리적인 경계가 어느 정도 허물어지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면서 “일반 치과 진료 환자들마저 병원급으로 이동하면 동네치과들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메디컬에서는 감기만 걸려도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면서 동네병원들이 고사 직전에 이르자 약국 본인부담 차등제 등을 도입해 동네의원으로 환자를 유인하기 위한 정책까지 펴고 있는데 치과는 오히려 역행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영 어려운 건 사실 확대 해석은 경계
개원가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대학 치과병원들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며 경계하는 분위기다.
기존에도 이미 치주과나 통합진료과, 구강건강증진실 등에서 스케일링 진료를 해왔고 지난해부터 예방목적의 스케일링이 급여화 되면서 단순 스케일링 진료를 목적으로 하는 환자수가 늘어남에따라 “환자들의 대기시간 단축 및 신속한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가 크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A 치과대학병원 교수는 “개원가에 어느 정도 영향이야 있겠지만 기존에 없었던 것이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이름을 스케일링센터로 바꾸고 좀 더 인원을 충원한 정도다.
스케일링센터 이용자 중 상당수는 내부 교직원이거나 기존 구강외과, 보철과 등 다른 과에서 진료를 받던 환자들”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B 교수는 “사실상 병원급과 의원급 진료를 받는 환자 층은 애초부터 어느 정도 나눠져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스케일링을 받기 위해 치과대학병원을 찾을 정도의 환자라면 진료 역시 의원급 보다는 병원급에서 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며 개원가와는 상반된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또 “실상을 들여다보면 치과대학병원들도 경영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장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역할론을 강조하기에 앞서 이제는 병원들도 먼저 살아남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밑바탕에 깊이 깔려있다”면서 “치과진료 특성상 다루는 질환이 다 비슷한데 의원급은 되고 병원급은 안 된다는 논리면 병원들은 다 문 닫으라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개원가, 대학병원 각자 역할론에 무게
스케일링센터 개소를 두고 개원가와 대학병원간 ‘온도차’가 있는 가운데 각자의 역할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C 개원의는 “대학병원이 단순 수익만을 바라보고 스케링일센터를 개설한다면 당연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본다”면서 “스케일링으로 인해 단순히 보험청구가 늘고 치과 수익이 늘었다는 단편적인 사실에만 치중하기 보다는 관련 치료결과들을 토대로 치과계 전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체계화된 연구 데이터를 생산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개원가 일부의 잘못된 스케일링 진료 관행도 꼬집었다.
그는 “일부 개원가에서 예방 및 지속적인 구강건강 관리라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치과위생사들을 임시 아르바이트로 고용해 형식적인 스케일링 진료만을 하면서 이를 신환유치를 위한 마케팅 툴로만 접근해 문제가 되고 있다”며 “개원가도 분명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1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치은염과 치주질환으로 인한 진료비는 7469억 원으로 전년(5394억 원)보다 38.5% 늘었다. 진료 인원 역시 1083만 명으로 29.5%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7월부터 별도의 후속처치 없는 스케일링도 연 1회에 한해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치과 방문인원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월별 ‘치은염 및 치주질환’ 진료인원 현황을 보면 지난해 1~6월까지는 680만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9% 늘었지만 7~12월까지는 927만 명으로 45.5% 급증했다.
특히 진료인원 증가폭보다 진료비 증가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스케일링을 받으러 왔다가 치은염이나 치추염 등이 발견되면서 추가적인 처치까지 받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