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치과 앞에서 통학 버스를 기다리는 소중한 자녀분들을 위해 마련한 쉼터입니다. 위험하니 도로에서 기다리지 마시고 안전하게 쉼터를 이용하세요. 안쪽으로 들어오세요~”
서울의 아파트 단지가 몰려있는 건물 1층에 위치한 모 치과 입구에는 이 같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바깥을 볼 수 있는 투명 유리문이 달린 치과 현관 안쪽에는 간이 대기실 의자와 작은 화분 몇 개가 비치돼 있다.
# 부모 입소문 치과 이미지 절로 ‘UP’
아침마다 치과 건물 앞에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통학차량을 기다리는 어린이들을 위해 아무런 사심 없이 만든 공간이었지만 이 같은 ‘작은 배려’가 주변 학부모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인근지역에 해당 치과의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해당 치과의 K 원장은 “1년 전쯤 기존 병원이 있던 자리를 인수해 치과를 오픈 했는데 아침 출근길에 보니 치과건물 앞에서 부모님 등과 등하원 차량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꽤 있었다. 추운 겨울이나 비가 오는 날에도 차가 다니는 건물 앞 길가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치과를 오픈하면서 출입구 현관 안쪽을 할애해 작은 공간을 만들었을 뿐”이라며 겸손해 했다.
해당 치과 상담 실장은 “아무런 의도 없이 선의의 마음으로 만든 공간일 뿐인데 감사하다는 의미로 가끔 간식을 사다주시는 부모님들도 있고 쉼터를 이용하다가 환자로 오시는 분들도 많다”며 “특히 부모님들의 좋은 치과로 입소문을 내주신 덕분에 지역 내 치과의 이미지가 좋아진 측면이 있다. 덕분에 1년 안에 치과가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답했다.
# 엄마와 아이들 위한 작은 도서관 오픈
지방의 모 치과에는 동네 아이들을 위한 ‘작은 사랑방’이 마련돼 있다.
사랑방에는 작은 어린이 도서관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도서들이 비치돼 있다. 도서관은 진료대기 중인 아이들뿐만 아니라 동네아이들 누구에게나 오픈돼 있어 언제든지 들러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 특히 몇 해 전 해당 치과 P원장의 아들이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는데 그 비결이 “어렸을 적부터 꾸준히 해온 독서에 있다”는 내용이 지역신문에 실린 것이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엄마들에게도 인기 공간이 됐다.
P 원장은 “어렸을 적부터 유난히 책을 좋아하는 아들 때문에 책을 사는 데 만큼은 아낌없이 투자해왔는데 아이가 다 커서 책들을 모두 처분할까 하다가 지역 주민들과 좋은 책들을 함께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치과공간을 할애해 작은 도서관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P 원장은 특히 “치과치료를 하러 왔다가 도서관 단골이 되기도 하고 때론 책을 보러 와서 독서교육에 대해 문의하다 치과진료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덕분에 아이교육을 시켰던 선배 엄마로써 또 치과의사로서 지역 엄마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 의료기술, 서비스 없는 마케팅은 반감
이들 치과의 경우 소비자의 감성을 터치하는 일명 ‘감성마케팅’이 적절히 적용된 사례다.
처음부터 의도된 마케팅 아니었지만 ‘작은 배려’가 지역주민의 마음에 스며들어 치과경영에도 시너지를 일으킨 것이다.
‘감성마케팅’이란 쉽게 말해 제품 또는 서비스의 편의나 기능보다 소비자의 기분과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감성적인 자극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호의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소비경험을 즐겁게 해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방법이다. 인간의 심리와 감성을 중요시 하는 만큼 ‘가슴 마케팅’이라고도 불린다.
병원마케팅 전문가는 “소비자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감성 마케팅이야말로 작은 관심만으로 고객만족을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대비 효과가 큰 방법”이라고 강조하면서 “겉포장이 아닌 인간의 기본적인 감성을 자극해 친근하고 다시 찾고 싶은 곳이라는 감각을 부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기본이 되는 의료기술이나 서비스는 제쳐놓고 오직 감성 마케팅만 추구할 경우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당장 큰돈이 되지는 않겠지만 멀리 내다보는 심정으로 환자와 지역주민을 배려하는 마음을 담은 우리 치과만의 감성마케팅을 지금 당장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