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과 디테일
학회 일로 중국과 일본을 자주 방문할 기회가 있는 나는 지리적으로 중간에 놓여 있는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돌아볼 기회가 많다. 지난 해에도 두 차례에 걸쳐 중국을 다녀오면서 그리고 매년 일본을 방문하면서 그 곳의 문화적 차이로 인해 가끔 당황하기도 하고 또 부끄러움과 부러움을 느낄 때가 있다. 중국은 대국임에 틀림없고 일본은 적어도 경제적인 것을 포함해 여러 측면에서 우리보다 훨씬 앞선 나라임을 부정할 수 없다. 작년 초에 어느 신문의 칼럼에서 읽은 내용 중에 한국인만 모르는 세 가지에 나오는 것 중 하나가 국제사회에서 일본과 중국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지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적절한 묘사가 아닐 수 없다. 북경의 자금성과 만리장성을 가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그 규모의 방대함에서 과거 사신으로 가서 압도당했을 우리 조상들의 위축감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일본 상품의 세밀하고 정밀함은 이미 오래 그 정평이 나 있어 오늘날에도 상품의 퀄리티를 말할 때 일본제품의 신용도는 남다르다. 한 예로 중국집 주방에서 사용하는 네모나고 묵직하고 투박한 주방용 칼과 사시미를 뜨는 일본 주방용 칼의 날렵하고 날카로움은 그것을 통해 만들어지는 음식의 종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