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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과 디테일

스펙트럼

학회 일로 중국과 일본을 자주 방문할 기회가 있는 나는 지리적으로 중간에 놓여 있는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돌아볼 기회가 많다. 지난 해에도 두 차례에 걸쳐 중국을 다녀오면서 그리고 매년 일본을 방문하면서 그 곳의 문화적 차이로 인해 가끔 당황하기도 하고 또 부끄러움과 부러움을 느낄 때가 있다. 중국은 대국임에 틀림없고 일본은 적어도 경제적인 것을 포함해 여러 측면에서 우리보다 훨씬 앞선 나라임을 부정할 수 없다.

작년 초에 어느 신문의 칼럼에서 읽은 내용 중에 한국인만 모르는 세 가지에 나오는 것 중 하나가 국제사회에서 일본과 중국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지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적절한 묘사가 아닐 수 없다. 북경의 자금성과 만리장성을 가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그 규모의 방대함에서 과거 사신으로 가서 압도당했을 우리 조상들의 위축감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일본 상품의 세밀하고 정밀함은 이미 오래 그 정평이 나 있어 오늘날에도 상품의 퀄리티를 말할 때 일본제품의 신용도는 남다르다. 한 예로 중국집 주방에서 사용하는 네모나고 묵직하고 투박한 주방용 칼과 사시미를 뜨는 일본 주방용 칼의 날렵하고 날카로움은 그것을 통해 만들어지는 음식의 종류를 확연하게 구분하게 해 준다. 또 젓가락을 사용하는 공통된 문화 안에서도 그 모양새는 차이가 많다. 길고 뭉특한 중국 젓가락과 짧지만 그 끝의 뾰족함이 예사롭지 않은 일본 젓가락은 각각의 음식문화에 걸맞은 모양을 갖고 있다. 주방에서 쓰는 칼과 젓가락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것은 그 모양과 크기에 있어서 중간이랄 수 있다. 어찌 보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 같지만 또 달리 보면 양쪽의 장점만을 갖춘 독특한 것일 수 있다.

중국의 학술대회와 전시회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규모를 자랑한다. 관계를 중시하는 문화답게 이런 저런 공식행사와 축사가 한 없이 이어지고 정작 본질인 학술행사는 좀 뒤로 밀려서 성격 급한 우리 식대로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는 구석이 많다. 하지만 웬만한 것은 이해하고 포용하면서 넘어가는 유연함은 역시 대국적이다. 한 마디로 스케일이 엄청나다. 반면에 일본의 학회와 전시회는 철저한 사전준비와 계획에 따른 매뉴얼 중심이다. 사소해 보이는 것까지 규정을 정해놓고 그대로 진행하기 때문에 때로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매우 예측 가능한 진행을 하게 된다. 학회나 회의 참석 전에 오가는 메일을 통해서 충분하고 자세한 정보를 전달받아 막상 현장에서는 철저한 사전준비로 빈틈없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그 디테일이 참으로 놀랍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계에서 중국과 일본을 동시에 얕잡아 보는 유일한 국민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들이 갖고 있는 독특한 장점을 배워야 한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까닭은 우리는 오늘도 좁은 땅 대한민국에서 글로벌 한 무한 경쟁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개인이든 단체든 그들을 이겨야 한다는 시대적 역사적 당위성을 말한다면 중국의 엄청난 스케일 속에 들어 있는 관대함과 일본의 무서운 디테일 속에 들어 있는 철저함, 그 둘을 겸비하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경쟁력이 아닐까 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명진 크리스탈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