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온 후 어느새 19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그 때 처음으로 입주했던 새 아파트였는데 베란다 정면의 북쪽으로는 북한산이, 남쪽으로 관악산이, 그리고 동쪽으로는 정감 넘치는 남산이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비나 눈이라도 내리고 나면 나지막한 연무에 허리를 감싸인 산들의 풍경이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했다. 멋진 능선으로 옹위된 관악산 연주대 위로는 형형색색의 비행기가 은익(銀翼)을 번쩍이며 쉬지 않고 날아들고 밤이 되면 동쪽의 남산타워 오색등이 별처럼 빛났다. 이렇게 아름답고 유서 깊은 한양(漢陽) 3대 명산이 간직한 조선 초기의 비사(祕史)를 살펴보자. 태조 이성계가 조선왕조를 창건한 이듬해인 1393년에 무학대사(無學大師)와 함께 계룡산 언저리인 신도안(新都安)을 시찰하고 도성후보지로 선정한 다음 성곽축조 공사에 착수하였다. 하지만 개국공신인 하륜(河崙)의 강력한 반대로 신도안 천도를 취소하게 된다. 하륜은 한강이 무악재(母岳山)를 배경으로 연희동 일대의 평야를 아늑하게 감싸 안고 흐르는 지형이 마음에 들어 한양 천도를 주장했다. 그러자 태조는 개국 일등공신인 정도전과 무학대사, 하륜의 의견을 종합해 한양을 도읍지로 정
스펙트럼의 원고를 마무리 할 즈음에 3월 1일자 치의신보를 넘기다가 서울대 예방치과 조현재 교수님의 스펙트럼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10년 후의 나에게 쓰는 편지’. 제목에 끌려서 읽고 내용에 감동되어서 읽고 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마음에 와닿고, 깊은 곳을 따듯하게 보듬어주면서도 자극이 되어서, 그동안 준비하고 있던 원고는 뒤로 제쳐두고 다시 새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조교수님의 방법대로, 형식대로 나도 따라 해보자’하고 말이지요. 연배, 자리가 다른 50대 중반의 개원의가 쓰는 10년 후의 자신에게 쓰는 편지는 또 다른 시각과 생각에서 나올 것이므로 그 또한 의미가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교수님과는 아직까지 안면이 없어서 미리 허락을 얻지 못하고 했음을 넓으신 마음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편지의 시작은 10년 후의 우리 가족에게 씁니다. 저와 같이 60대 중반의 나이가 되어있을 아내, 그리고 39세, 36세가 되어있을 두 딸에게 말이지요. 결혼 40주년을 앞두고 있을 10년 후의 시점에 아내에게 부족한 남편과 함께 수 십년을 살아주느라 정말 고생 많았고, 앞으로 지금까지 해준 것보다 훨씬 더 성숙한 모습으로 대해주리라고 약속하는 글을 보냅니다.
1. 결국 교과서! 2020년 초, 코로나로 병원 임상실습이 잠시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누구에겐 단지 쉬는 기간이었을 수 있지만, 나는 부족한 과목을 열심히 읽었다. 2달동안 보존과 보철, 교정 교과서를 읽은 것이 국가고시 준비에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이었기에, 앞으로 이런 시간이 있을리는 없겠지만, 국가고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전 4학년 혹은 병원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1, 2학년 때 배웠던 내용을 교과서를 읽으며 다시 한 번 머릿속에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2. 체력 관리를 잘 하자! 본격적인 국가고시 공부 기간이 되면 모두 눈에 불을 켜고 공부를 시작한다. 하지만 국가고시 공부는 대략 100일에 걸친, 어떻게 보면 장기 레이스를 시작하는 것과 같다. 초반에 누구보다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과의 싸움인 시험 준비과정에서 오히려 막바지에 너무 빠르게 지쳐버릴 가능성이 크다. 워낙 공부할 양이 많기 때문에 처음에 바짝 공부하고 나중에 지쳐서 많이 까먹기보다는 체력 안배를 통해 막판에 공부했던 내용을 잊지 않도록 하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3. 기억의 한계
비전염성 질병으로 심장질환, 암, 당뇨병, 만성 호흡기 질환, 치주질환이 있는데 ‘2018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에 따르면 비전염성 질병이 전체 사망원인 중 71%를 차지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만성질환 진료비는 총 44.7조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84.2%를 차지한다.(치의신보 인용) 흡연은 비전염성 질병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흡연은 심장질환 발병을 2~4배, 남녀 모두의 폐암 발병을 25배 증가시키고, 신체 모든 장기에 암을 발생시킬 뿐 아니라 암으로 인한 사망률도 30% 증가시킨다. 담배는 흡연자의 절반을 죽인다. 매년 흡연으로 8백만명 이상 사망하는데 그 중 7백만명은 직접 흡연으로, 1.2백만명은 간접흡연으로 죽는다. 전세계 흡연자는 13억 명이고 그 중 80%는 중·하위소득 계층이며,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남성 중심에서 여성과 청소년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 그 결과 흡연으로 발생된 의료비보다 더 많은 비용이 담배를 구입하는데 소모되고 있기 때문에 개인과 가정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협하고 있다. (WHO 2020.5) 많은 사람들이 담배의 해악에서 벗어 나고자 시도하지만 실패하는 이유는 니코틴의 매우 강한 중독성과 대기업의 판매전략에 있다.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다양한 치과 마케팅 홍보 채널들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간판을 보고 내원해주시는 환자분들이 종종 계신다. 우리 치과에는 그 흔한 태블릿 PC 한 대 없다. 동의서는 모두 인쇄소에 맡겨 종이에 그려가며 설명하고 환자분께 펜을 건낸다. 펜 끝에서 나오는 잉크는 언제나 솔직하다. ‘자 이제 본을 뜰거에요. 움직이지 말고 4분 동안 악 물고 계셔야해요.’ 기다림의 시작이다. 근관치료를 위한 여러번의 내원과 치아 프렙. 이번에 새로 산 bur가 잘 해줬겠지? 성적표를 받기 전의 기분. 환자도 나도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진료실에 조용히 울려 퍼진다. ‘쩍’ 트레이에 흘러 내리는 환자의 침을 빠르게 돌려 닦는 직원의 손놀림은 늘 건조하다. 기대반, 걱정반으로 인상체를 면밀히 살피고 입을 헹굴 수 있게 체어를 올린다. 최첨단 디지털 시대이다. 다양한 방식의 구강 스캐너가 널리널리 보급되고 있다. 몇 천만원에 구강 스캐너와 CAD/CAM 밀링머신까지 패키지로 판매하는 영업사원들은 더 이상 나를 찾지 않는다. 환자가 입을 벌린채 그 위에 3D 프린터로 크라운을 직접 쌓아올린다 하더라도 교합오차는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개똥철학을 가
발치 치료 중 농양이 발생하거나, 상악동 천공 등으로 인한 의료분쟁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가운데 환자가 10일 이상 잇몸 부종 증상 등을 지속적으로 호소할 경우, 항생제 처방뿐만 아니라 빠르게 상급병원으로 전원 조치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치협이 현대해상화재보험 자료를 종합해 발간한 ‘2020 치과의료기관 의료분쟁백서’ 사례에 따르면 환자 A씨(여/43세)는 의료진으로부터 발치 치료를 받은 다음날부터 잇몸 부종 및 침을 삼키기 어려운 증상을 호소했다. 이에 의료진은 해당 발치 부위에 처치를 시행하고 항생제를 처방했다. 그러나 A씨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고, 수일 후 의료진은 A씨에게서 인두부위 농양을 발견해 상급병원 입원치료를 받도록 했다. 환자가 호소한 시술부위의 잇몸 부종 및 침을 삼키기 어려운 증상이 10일 이상 계속될 경우, 항생제 처방뿐만 아니라 상급병원 전원조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사안 조정 결과 의료진이 기간 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보고 책임 비율을 70%로, 손해배상액을 300만원으로 책정했다. 매복치 발치 후 잔존 치근으로 인해 농양이 발생한 사례도 공개됐다. 환자 B씨(남/37세)는 의료진에게 매복치 발치 치료
그때는 세상에나 어찌나 안심되든지 말이야. “춘식아~ 아까 혼이 어딨느냐고 아부지한테 물었냐?” “어딨어라? 아부지?” “사람 몸띵이에 혼이 어디 쪼매 들어 있는 게 아니여.” “……” “글씨, 몸띵이 빼고는 다 혼 이제.” “심장에 숨어 있는 게 아니어라?” “아니제. 춘식아, 엄마 보고 싶제? 동무들이랑 놀던 생각도 나고?” “두말하면 입 아프니더.” “엄마 보고 싶은 맴, 놀던 동무들 생각 그리고 아부지랑 이렇게 달밤에 걸은 기억까지 춘식이가 하늘나라로 갈 때 다 갖고 가는 겨.” “참말이어라?” “그럼 참말 이제!” 동리에 가까워지자 인기척을 느꼈는지 집집마다 개들이 연달아 청승맞게 짖어대기 시작했다. “아부지? 아직 멀었어라?” “……아즉도 나가 느그 아버지로 보이냐?” “무섭게 와 그런데요 아부지~” “하하, 어디 보자, 저그 불 켜진 집이 큰집이여. 이제 다 왔나 보다.” 고 씨가 얘기를 마치자, 성만은 연기 때문에 눈이 맵다며 뒤돌아 눈물을 훔쳐냈다. 노인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돌았다. “어째들 내 얘기가 들을 만하든가?” 어느새 드럼통 주변에 예닐곱 명의 남자들이 숨죽이며 모여 있었다. 성만이 충혈된 눈으로 고개를 주억거렸고, 나머지 남
치협 문화복지위원회(위원장 황혜경·이하 문화복지위)가 코로나19로 지쳐가는 회원들을 위해 오는 5월을 목표로 치협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예술제’를 기획한다. 문화복지위가 지난 10일 줌을 통한 온라인 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계획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민정 문화복지 담당 부회장(대한여자치과의사회 회장)을 비롯해 박슬희, 신미정, 김광현, 이순임 위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치과계의 다양한 동호회, 문화활동을 하는 회원들의 활동내용을 치협 홈페이지나, 유튜브 등을 통해 소개하고, 회원들의 참여도 유도하는 ‘온라인 예술제’를 기획해 보기로 했다. 이를 통해 회원들의 다양한 문화 활동을 공유하고, 기회가 되면 국민 참여도 이끈다는 계획이다. 또 2021년도 문화복지위 사업계획으로 ‘스마일 Run 페스티벌 개최’, ‘치의미전 개최 준비’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치협이 국민과 함께 하는 행사로 매년 진행해 온 스마일 Run 페스티벌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한해 개최를 쉰 바 있다. 올해 대회는 참가자들이 각자의 지역에서 자신만의 마라톤을 뛰고 이를 언택트로 연결하는 형태의 비대면 온라인 마라톤대회를 고려해 보기로 했다. 이 밖에 치과의사
새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저에게 새학기라는 말은 마냥 신나지만은 않습니다. 내향적인데다가 낯도 가리는 성격이라, 친구들을 새로 만들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은 약간의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이번에는 유독 새학기라는 말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제 인생에서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기 때문입니다. 식품영양학을 공부하던 제가 이제는 치의학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토록 바래왔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악명 높은 본과 생활을 시작하려니 막연한 두려움이 앞서기도 합니다. 제 두 번째 대학 생활이 될 치과대학에서는 첫 번째보다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큽니다.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학생으로서 지냈던 첫 번째 대학생활에 후회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나고 보니 ‘이때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걸…’ 이라는 생각은 종종 들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지난 5년 중 아쉬웠던 것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조금 더 학문적인 호기심을 드러내볼걸, 조금 더 교수님께 다가가볼걸, 조금 더 대외적인 활동도 많이 해볼걸… 이렇게 적어보니 후회만 가득해 보이네요. 사실 즐거운 일들도 너무 많았는데 말입니다! 하여튼 중요한 것은,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지난 2015년 이래 ‘턱관절장애(질병코드 K07.6)’ 질환 유병률이 연평균 4.0%로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특히 20대 여성에게 유병률이 높게 나타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용익·이하 건보공단)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5년간의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활용해 턱관절장애 질환의 건강보험 진료현황을 지난 15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5년간 총 진료인원은 2015년 35만3000명에서 2019년 41만4000명으로 17.1%(6만1000명)가 증가했고, 연평균 증가율은 4.0%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2015년 14만1000명에서 2019년 16만8000명으로 19.0%(2만7000명) 증가해 여성 증가율 15.9%보다 높았다. 2019년 기준 턱관절장애 질환 진료인원 구성비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전체 41만4000명 중 전체 여성 진료인원이 24만5987명으로, 남성 진료인원 16만7878명 보다 1.5배 많은 특징을 보였다. 또 20대가 27.7%(11만4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16.0%(6만6000명), 10대 이하가 13.9%(5만7000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의 경우
코로나19로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를 틈타 투명교정 원격 진료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특정 업체와 환자가 직접 연결돼 교정 치료가 이뤄지는 데다 치과의사의 역할이 사실상 배제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부실진료 우려가 높다. 논란의 주인공은 미국의 투명교정 업체인 S사다. 지난 2014년 설립된 이 업체는 가정용 교정기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압도적 위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 회원 고객만 150만 명이 넘는다. 해당 업체가 제공하는 투명교정 서비스의 핵심은 업체와 환자 간 직접 소통으로 교정 치료가 이뤄진다는 데 있다. 즉 치과의사의 직접 진료를 거치지 않고도 투명교정 장치를 제작해 처방하고 있는 것인데, 특히 간소화된 절차와 경제성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가장 먼저 치아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치아 인상 키트’가 환자에게 배송된다. 환자가 이 키트로 직접 치아 본을 떠서 다시 업체로 보내면, 업체에 소속된 치과의사 판단하에 환자에게 투명교정 장치를 처방하게 된다. 기존 투명교정 장치로 널리 알려진 모 업체의 경우 치과의사의 대면 진단을 거쳐 환자에게 교정 장치가 처방되는 반면, S사는 이를 원격 진료로 대체해 진료비용을 낮춘다. 이
회원의 다양한 고충을 처리하기 위해 신축년 새해에도 위원들이 중지를 모았다. 회원민원처리위원회(위원장 김인걸)가 지난 10일 비대면으로 초도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회원고충처리백서 제작에 대해 중점적으로 토의했다. 위원들은 현재 백서가 2011년에 제작돼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고, 의료분쟁 시 가이드라인이나 노무 정보, 업체와 분쟁 시 노하우 등을 삽입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심적 고통을 겪는 회원을 위한 소통창구 마련 방안도 강구했다. 위원회를 찾는 회원 상당수가 장기간 분쟁으로 심적 소모가 크다는 점에 착안, 이들을 위한 심리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심리상담가나 정신과의사와 연계해 상담을 진행하자는 안이 제기됐다. 이밖에 이날 회의에서는 증가하는 민원 수와 변화하는 민원 경향 등을 공유했다. 김인걸 위원장은 “시민단체 활성화, 변호사 다수 배출, SNS를 이용한 정보 접근성 향상 등으로 위원회에 접수되는 민원이 매달 수십 건에 이른다”며 “올해에도 크고 작은 민원이 다수 접수될 것 같은데, 회원의 고충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