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에 개봉된 “스모크 Smoke(웨인 왕 감독, 폴 오스터 각본)”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를 전공의 말년 차 시절에 보게 되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생각나는 영화이자 어쩌면 나에게 인생 영화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기 렌(Auggie Wren, 하비 카이텔 연기)은 브루클린의 사랑방 역할…
쟝 블랑제리는 이수역에 지점을 둔 유명한 빵집이다. 그냥 유명한 빵집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한 빵집이다. 유명 백화점에도 입점해있다. 팥 빵 하나만 먹어봐도 그 빵집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일단, 빵이 무척 묵직하다. 뭘 넣었는지, 손바닥에 전해지는 중량감에 사장님께서 재료를 아끼지 않았음을 대번에…
치과의사로서 나는 행복한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우리 모두는 그다지 능숙치 못하다. 우리의 마음은 그 자체가 안고 있는 문제를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기에, 다소 인위적인 성찰 없이는 그 내면의 상태를 명쾌하게 규명하기 어렵다. 이때 우리는 철학이라는 소중한 수단의 도움을…
독일은 오래전부터 자택 및 요양시설을 대상으로 한 방문치과진료를 시행해 왔다. 초기에는 치과의료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의과 수가체계의 적용으로 제도가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 하지만 일련의 발전 과정을 거치면서 노인 및 장애인에 대한 독일 방문치과치료의 전환점이 마련되었다. 즉 2010…
조선대학교 치과병원 예방치과를 개소한 지 세 달이 흘렀습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진료 시스템을 하나씩 정비해 가다 보니, 어느덧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진료실 개설과 대학의 학사 일정이 동시에 시작되면서 요즘의 하루하루는 숨 돌릴 틈 없이 지나갑니다. 밤이나 주말에라도 미뤄둔 일들을 해보려 하…
클래식이라면 장르나 연주자에 구애받지 않고 폭넓게 들어왔다. 유명한 녹음들은 물론이고 이름조차 생소한 작곡가와 연주가들에게도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 결과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연주들을 수도 없이 만났다. 이른바 오직 ‘명반’에 집착하며 지적인 이기주의에 근거한 배타적 감상은 음악을 향…
기대 이상의 호의나 대가를 받은 경우엔 사정이 다르겠지만, 의도만 순수하다면 선물자체는 일단 받으면 좋다. 평생 치과진료를 하면서 나를 믿고 찾아오는 단골환자에게 늘 고마움을 갖고 있다. 개원 초엔 달력이나 타월을 선물하기도 했고 수시로 칫솔세트를 선물하기도 했다. 반대로 환자로부터 받은 선물…
넷플릭스에서 서울자가에 대기업에 다니는 김부장의 스토리를 그린 드라마가 인기를 끌며 방영하고 있다. 평생 대기업 문턱이라고는 밟아본적도 없고 스타트업에서 마케팅 인턴한게 전부인 나도 괜시리 공감하며 눈물 찔끔 하게 될 정도로 스토리가 흡입력 있다. 요즘 같은 아파트 신고가 시대에 서울 자가 보…
어려서부터 혼자 사유하는 시간을 즐겼는지 음악, 독서, 영화, 악기, 글쓰기 같은 방면에 자연스럽게 끌렸는데 특히 음악을 섬세하게 느끼는 편이었다. 궁금한 정보는 책, 잡지, 신문 등을 찾아 되는 대로 기록하고 모았다. 작곡가, 지휘자, 연주자, 감독, 배우는 물론 문학 속 인물들까지 나만의 방식으로 탐구했…
대한민국은 현재 소버린 AI(Sovereign AI) 구축을 국가 전략으로 공식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AI를 잘 만드는 나라가 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데이터–모델–컴퓨팅 인프라를 국가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전략적 목표입니다. 202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AI 국가전략 2.0」에서 ‘…
얼마 뒤면 벌써 2년 차를 바라보는 봉직의로서 현재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술식을 꼽으라면 단연 근관치료가 압도적인 것 같다. 환자의 치아를 치료할 땐 실수가 용납되지 않기에, 학부 시절 수도 없이 반복했던 근관치료와 관련한 이론과 실습 경험을 바탕으로 매일 진료가 끝나면 혼자 남아 발거치를 열심히 치…
치과대학을 다닐 때 내가 상상한 미래는 여느 치과의사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개원의가 돼 진료실에서 환자의 건강한 구강을 되찾아주는 역할에 집중하는 것. 지금처럼 일본 치과의사들에게 내 경험과 노하우를 전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어느 순간 나는 의사를 가르치는 의사가 됐다. 주 4일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