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Denis)는 중학교 때 많이 읽은 미국만화 주인공이다. 취학 전인 5, 6세의 아이인데, 엉뚱한 고집으로 계속 사고를 저질러서 어른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맥주를 마셔도 어린이용 루트비어가 아니라 알코올이 들어간 라거 비어를 달라고 떼쓰고, 말문도 더디 터져 1 2 3 숫자 셀 때, 7까지는 잘 나…
겁 많은 염소도 사람 손바닥 위의 소금을 망설이지 않고 핥는다. 염분이 없으면 몸 안의 흡수 현상 즉 생명과정이 멈춰버리기 때문이다. 열량을 공급하는 고랭지의 감자와 바닷가 염전에서 거둔 소금을 바꿔 먹는 것이 유통의 첫걸음이었다. 따라서 유통이란 물의 낙차를 이용한 수력발전기처럼 위치에너지를…
진보정당 민주당이 미국 대선에서 참패하고, 79세의 공화당 트럼프가 새 바람을 타고 거짓말처럼 승리하였다. 정의와 개척정신으로 무장하고, ‘거짓말쟁이!’ 한마디에 목숨 걸고 결투를 하던 퓨리턴 미국인들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경제적 위기에 몰린 저학력 저소득의 백인들에 더하여, 속으로…
큰딸의 법무팀장 승진기념으로 안식구가 사준 카디건을 그만 손녀에게 빼앗겼다(?)고 한다. 새 것을 사주려고 큰마음 먹고 들린 백화점에서 낯익은 이름을 만났다. 소쉬르(Chaussure), 분명 프랑스어인데 국산 수제구두 가게다. 알파벳은 조금 달라도 기호학의 창시자로서 구조문학 이론을 탄생시킨…
일본식 조어(造語) 냄새가 물씬한 관광이라는 낱말을, 볼 관자에 빛 광자로 풀어(觀光), ‘빛을 보다(See the light!)’라는 재미있는 직역(直譯)도 있다. 6·25 전쟁의 폐허 속에 세계 제일로 가난했던 우리들에게, 해외관광은 사치요 ‘김찬삼의 세계여행’은 그저 꿈이었다. 80년대 초 5공 때 해외여행…
지난 8월 23일 일본 효고현 고시엔(甲子園) 구장. 제106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10회 연장전 끝에 승리한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졌다. TV 화면에 일장기만 살짝 비쳐도 경기를 일으키는 소아병 환자 보유국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얘기다. 이 학교는 1947년 재일동포가 십시일반…
6차선 횡단보도 깜빡깜빡 푸른 신호등/ 열 발짝만 뛸까?// 19 18 17 16 ...// 그래/ 다음 신호에 건너지.// 현찰 주머니 속에 바스락/ 만 원짜리 서너 장.// 플래티넘 카드/ 하나도 안 부럽다.// 재래시장 구겨지고 귀 말린/ 퇴계 영정 만나는 날.// 달포 만에 다시 보는/ 울 엄마 표 오이소박이.// 손가락만 한 세…
마당에서 행패 부리는 취객을 막아선 마담에게 취객은 깨진 소주 병을 휘두르고, 피가 분수처럼 솟자 마루에서 술 마시던 젊은이가 제비처럼 날아와 목을 잡는다. 출혈은 거짓말같이 멎고 두 사람은 그 자세대로 병원으로 이송되었는데, 마담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지고, 약간의 쉰 목소리만 남았다. 장소는 종…
용궁을 다녀왔다. 숨차고 가래 끓는 증상이 롱코비드 기관지염 때문인가 해서, 진해거담제로 3개월을 버티던 중이었다. 정기검진 받고 오던 중 호흡곤란으로 서울역 계단에서 쓰러져, 휠체어-KTX-휠체어-119 순서로 충남대병원 응급실에 이르렀다. 호흡기 걸고 40시간, 내과중환자실 사흘, 폐부종의 원인…
이승만의 토지개혁은 김일성의 ‘폭풍작전’으로부터 대한민국을 구해낸 신의 한 수다. 공산 독재냐 자유 민주냐 개념조차 생소한 국민에게, 최소한 꼭 지켜야 할 ‘내 것’을 쥐여 준 것이다. 일찍이 레닌은, “농민은 땅에 대한 집착으로 진정한 공산주의자가 될 수 없다. 적당히 이용하고 버려라”하지 않았…
결혼식 풍속도가 변했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가족과 가까운 친지만의 잔치에 주례는 거의 사라졌다. 이런 변화에는 장점도 있겠지만 결국 결혼의 무게감 또한 가벼워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과거에는 갑자기 주례가 빠지면 예식장의 대리 주례자가 등장하였다. 말끔한 정장에 유창한 주례사가 일품인데…
오쨔노미즈역(御茶노水驛) 철길 위에 걸린 다리를 건너면 도쿄이카시카(東京醫科齒科) 대학이다. 속세와 도량(道場)을 갈라놓은 협곡(峽谷)을 지나는 느낌이랄까? 교정과 서정훈 교수님을 모시고 미우라(三浦) 선생을 뵈러 가는 다리 위에서(1987), 두 장면이 그림처럼 떠올랐다. 첫째는 이화여대 교문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