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권 원장(청주 서울좋은치과병원 임플란트센터장)이 본지 3036호부터 치과의사의 희로애락을 담은 ‘털보의사의 치과 엿보기!’ 만화를 연재한다. 이 원장은 서울치대를 나온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로 앞서 본지에 ‘만화로 보는 항생제’를 연재한 바 있다. ■ 이미지 클릭 후 드래그하면 고해상도 보기 가능합니다.
우울(憂鬱, depression)이란 심한 스트레스에 의한 뇌 안의 신경전달물질이나 노화에 따른 호르몬의 분비 변화로 기분이 저하되는 상태를 말한다. 매사에 흥미나 즐거움이 사라지는 등의 의욕 저하와 집중력 및 기억력이 감소하며 초조나 좌불안석으로 불면이 나타난다. 더 진행되면 식욕과 체중 변화는 물론 원인 모를 신체적 통증과 낮은 자존감에 따른 죄의식으로 자살 충동의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대개 이러한 우울은 성인기 초입에서 시작되며 재발 빈도가 높다. 국내 노인의 우울 비율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점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우울이 노인의 구강관리를 포함한 일상생활습관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하지만 노인에서 우울과 구강건강의 상호작용에 구체적인 연구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에 노인 우울과 구강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한 최근의 몇 가지 보고들을 고찰하면서 약간의 지견을 약술하고자 한다. 노인 우울: 구강질환 악화 먼저 노인에서 우울이 구강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울이 구강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이는 칫솔질이나 치과치료를 제때 못하게 하여 구강건강을 방치하게 하거나 심지어
2025년, 대한민국은 역사적 전환점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합니다. 평균 수명 83세를 자랑하는 나라가 되었지만,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건강수명’은 65세에 불과하다는 통계(대한민국e-나라지표)는 우리에게 깊은 숙제를 던집니다. 이제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삶’입니다. 이 변화 속에서 치과계는 구강 건강이라는 영역을 넘어 국민의 삶의 질과 건강장수의 열쇠를 쥘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입니다. 지난 2024년은 사회적으로 큰 도전과 어려움이 가득한 한 해였습니다. 계엄령이라는 전례 없는 상황 속에서도 치과계는 흔들리지 않고, 중요한 변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장기요양기관의 구강관리 평가지표 신설은 치과계가 초고령사회의 복잡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뜻깊은 성과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진정한 변화는 건강수명의 연장에서 시작됩니다. 대한노인회 회장님께서 노인의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5세로 높이자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이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하는 중요한 논의이지만, 숫자만 바꾸어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여전히 건강수명이 65세에
연말 아니랄까봐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와중에, 미국 주식시장과 암호화폐 시장은 뜨겁디 뜨거운 불장을 보이고 있다. 본인은 생활비 부족에 허덕이느라 그저 손만 쪽쪽 빨고 구경할 수밖에 없었지만, 마이너스 통장을 뚫어 주식과 코인에 투자한 동기들은 하루하루 얼굴이 펴지고, 긍정적으로 변해가는걸 보며 복통이 심하게 오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몇달 전에 급전이 필요해 180달러에 정리했던 테슬라 주식이 12월 18일 현재 신고가를 경신하고 479달러에 이른걸 보며 왜 흡연자들이 답답할 때 줄담배를 피워대는지 처절히 이해하게 됐다. 급등한 테슬라뿐만이 아니라 올 한해는 전반적으로 미국시장이 강세를 보였다. S&P지수는 12월 18일 오늘 기준 연중 27.57% 상승했다. S&P 지수의 지난 51년간 평균 수익률이 약 10% 남짓이였던 것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수치다. 특히 원화로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 특성상 국내 증권사에 상장된 S&P 500 지수 추종 ETF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환율 역시 급등하는 바람에 환율상승분까지 고려한다면 약 4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얻었을 것이다. 시장평균수익률이 40%에 이른다는 것은 곧, 올
2025년은 푸른 뱀 을사년(乙巳年)이며 치과의사협회 창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을사년하면 자동적으로 따라 붙는 120년 전의 을사늑약(을사조약)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망국의 치욕과 대일 증오의 상징으로 각인되었고 해방 후 증폭되어 한국 사람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대를 이어 핏속에 흐르고 있다. 갑신정변(1884)실패 이후 소수의 젊은 개화파들은 절멸되고 십년의 세월을 외척 세력과 수구파들의 득세로 개혁 개방은 멀어지고 청일전쟁(1894), 을미사변(1895), 아관파천(1896), 대한제국 선포(1897)에 이어 불과 8년 만에 사실상 국가 주권이 박탈된 을사늑약이 체결되었다. 나라의 지식인, 리더다운 리더는 아예 없었으니 조선반도를 차지하기 위한 국제 파워게임을 알 수가 없었다. 영국과 러시아가 벌이는 great war 상태인 국제 정세를 오판한 무능한 국가 지도자, 근대 국가시스템의 총체적 부재와 불능, 부패, 재정 파탄, 국민들의 총합적 무지가 초래한 필연적 결과가 을사늑약이다. 약육강식의 제국주의 이데올로기가 판치던 시대의 국가 명운을 건 최우선 국가 정책은 부국강병과 절묘한 외교 정책이어야 하는데 시대착오적인 주자 성리학의 굴레에 얽매여 있던 조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서울 번화가에 개업한 김 원장에게 어느 날 28세 여성 환자 이 씨가 찾아왔다. 막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이 씨는 결혼을 앞두고 교정 치료를 받고자 한다. 의뢰인 상담에서 교정이 상당한 이점을 가져다주리라고 생각하는 이 씨의 인식에 김 원장도 동의했으며, 장안모의 골격성 2급 부정교합이라 발치 교정을 하기로 해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진행하기로
이따금 생각나는 옛날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남자가 산에서 나무를 하다 요정을 구했다. 그 보답으로 요정은 남자에게 세 가지 소원을 선물하겠다고 했다. 남자의 가슴이 부풀어 올랐을 터이다. 어떤 소원을 빌어야 좋을까. 큰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빌고도 소원이 둘이나 남는다. 바랄 수 있는 것이 무한히 많을 것이다. 남자는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하다 이내 대단한 소원에 대한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마 그의 일상이 몹시 고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부인과 함께 둘러앉은 소박한 저녁밥상을 두고 그는 “여기 소시지 한 묶음만 있으면 좋겠다”라고 소원을 빌어버리고 만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소시지에 남자도 부인도 깜짝 놀랬다. 남자는 요정과의 일이 생각나 부인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부인은 남편의 이야기를 다 듣고 기쁘기보다 화가 먼저 났다. 그렇게 귀중한 기회를 칠칠치 못하게 소시지 따위에 낭비하다니. 부자가 되면 소시지 따위는 몇백 묶음이라도 구할 수 있지 않은가. 부인은 화가 나서 남편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 따위 변변찮은 소시지는 당신 코에나 붙이시지.“ 이번에도 요정은 소원을 들어주었다. 이제 남은 소원은 단 한 가지 뿐 이었다. 남자
아주 어렸을 적 주말 행사가 있었다. 더운 여름철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주 빠뜨리지 않고 하는 행사는, 나는 아버지 손에 들리고 여동생은 엄마 손을 잡고 늦은 토요일 오후쯤 집을 나서는 것으로 시작했다. 열어 놓은 장독에서 새어 나오는 조선간장 냄새 같은 익숙한 살림살이의 체취로 채워진 골목을 지나면서 열린 대문으로 이웃집 마당도 힐끔 훔쳐보다 보면 골목이 끝나고 큰 공터가 나왔다. 시내버스가 다니는 아스팔트 도로 옆 인도라 말하기에도 애매한 비포장 길을 한참 따라가다 보면 다시 고소한 참기름 냄새로 시작해서 생선 비린내같은 익숙한 냄새가 느껴지면 어느새 시장 한복판에 들어와 있는 우리를 발견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재래시장에 가면 또 다른 골목 세상이 펼쳐져 있다. 우리가 생활하던 골목길이 좁은 골목을 기준으로 좌우로 비슷한 모양과 색깔의 철문들을 가진 그만그만한 집들이 마주 보고 있었다면 시장의 골목은 반찬가게, 옷집, 이불집, 그릇가게, 신발가게, 철물점에 국밥집, 분식집 같은 식당가까지 갖추고 있는 일층 평면의 골목 미로로 이루어진 만물 백화점이었다. 안내 표지판도 없는 미로에서 아이쇼핑을 실컷하다가 익숙한 듯 길을 잃지 않고 시장 골목의 끝즈음에 다다르
▶▶▶이용권 원장(청주 서울좋은치과병원 임플란트센터장)이 본지 3036호부터 치과의사의 희로애락을 담은 ‘털보의사의 치과 엿보기!’ 만화를 연재한다. 이 원장은 서울치대를 나온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로 앞서 본지에 ‘만화로 보는 항생제’를 연재한 바 있다. ■ 이미지 클릭 후 드래그하면 고해상도 보기 가능합니다.
막연한 공상이 현실이 되다. 시골에 살며 밤하늘을 쳐다보며 유달리 반짝이는 별에 대해 궁금증도 생겼지만 작은딸이 우주과학에 대해 질문이 많았다. 딸의 궁금증과 호기심이 더해져 색다른 친밀감을 느껴서 천체망원경을 하나 장만했다. 셀레스테론 9.25인치 반사망원경인데 무거워 딸 혼자는 다룰 수가 없다. 맑은 밤이면 옥상에 올라가 별구경하자고 조르던 딸이 좋았다. 유관으로 보는 것 보다는 더 선명하고 그 이상의 세계로 접어들었다. 플라이아데스 성단이나 오리온자리의 대 삼성 속의 소 삼성을 관찰하며 은근히 자랑스러웠다. 토성 띠는 말할 것 없지만 겨울 새벽녘에 목성과 띠 속의 대 적점을 볼 때 정말 환상적이었다. 참고로 지구의 자전 때문에 아이피스 속의 광경이 빨리 사라져서 적도의가 없으면 관찰이 힘들다.(적도의: 지구의 자전속도에 맞춰 망원경도 똑같이 움직이게 해주는 장치) 이오, 유로파, 갈리스토, 가니메데의 위성이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각기 위치가 바뀌는 게 경이로울 뿐이었다. 때론 사자자리에서 유성우가 쏟아진다는 뉴스를 듣고 자다가 일어나 옥상에 올라가기도 했지만 간혹 떨어지는 별동별은 관찰했지만 비처럼 쏟아지는 것은 목격하지 못하고 추위에 떨기만한 기억뿐이
작년 2월 27일 월요일이었습니다. 큰아이 방학을 맞아 싱가포르에 가 있던 그날 새벽, 갑자기 전화가 울렸습니다. 어머니였습니다. “아빠가 이상하니 너라도 먼저 빨리 돌아와야 할 것 같다” 이틀 전인 토요일 만해도 아버지와 함께 진료했던 저는 다급한 마음으로 비행기 표를 끊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시간이 어찌나 초조하던지, 정말 많은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아버지께 못 되거나 모진 아들은 아니었는지, 그동안 나도 모르게 불효를 한 건 아닌지…’ 이제는 아버지께 사과도 용서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마음이 무겁고 무서웠습니다. 한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아버지의 임종도 지키지 못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제게 큰 기둥이셨던 아버지께서는 떠나셨습니다. 돌아오자마자 아버지 장례를 치르면서 잘 알지 못하는 여러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것이, 아버지께 차분히 온전하게 마음을 내드리지 못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잠깐씩 시간이 날 때마다 아버지를 되새겨 보려고 애썼습니다. 한없이 슬프다가도 한편으로는 또 아버지께 문제가 생기면 내가 너무 힘들어할 것을 아시기에 내가 자리에 없을 때 그렇게 되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