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이 계속 시끄럽다. 냉전시대의 종식과 함께 불어온 자유주의 바람에 서로에게 관대하던 세계는 거대한 인구를 기반으로 급성장을 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전략으로 다시금 블록화 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이러한 추세는 자연스레 가속되었고, 설상가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제는 1970년대 서방과 사회주의 국가 간의 냉전시대와 유사한 상황으로까지 회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유세계 서방국가의 주요 일원이지만 1980년대 말 경제적 실리를 위한 소위 “북방정책”으로 공산권 국가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미-중 관계의 악화로 어쩔 수 없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주의 진영편에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당연히 주요 교역대상인 중국과 러시아로의 수출은 급격히 제한되는 상황이다. 한술 더 떠 14억 인구의 거대한 자체시장이 있고 막대한 자본에 저렴한 인건비로 제작되는 중국산 물건들은 이제 품질까지 나아지며 우리의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이는 한국 엔지니어들의 공(?)도 큰데 최근까지도 한국의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중국기업에 파격적 조건으로 이직하여 국가에서 기밀로 분류된 기술이전까지 하고 있다. 수년 전 한 언론에 중국의 대표적 LCD 기업인 BOE
본격적으로 원내생으로 업그레이드 된 지 2개월 정도가 지나가는 시점이다. 원내생인 우리는 단순히 어시스트를 하는 역할을 넘어서 ‘student dentist’로서 조금씩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아직 치과의사 면허도 없는 원내생일 뿐이지만, 진료의의 자리에 앉아 치료를 하고 있는 모습에 괜시리 책임감을 느낀다. 다가오는 9월 1일에는 발치가 예약되어 있다. 발치 어시스트가 아닌, 진료의로서 내가 사랑니 발치를 하는 것 말이다. 이제 진짜 임상은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 임상을 마주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마음이 힘든 것 같다. 교과서로 배우고 1, 2학년 실습 때 했던 것들은 쉽게 해냈던 것 같은데 그걸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실습 모델은 “얼추” 모양새만 갖춰도 됐겠지만, 임상은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그 차이가 너무 커서 부담도 두 배가 된다. 내 첫 임상 경험은 원내생진료센터의 한 환자분이었다. 내 지인이 아닌, 초면의 환자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좀 웃기려나, “진짜 환자”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 전날 밤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자기 전 환자분을 맞이하고 진료가 끝나서 귀가시켜드리는 순간까지 모든 과정을 시뮬레
최근 치과포털사이트에는 “내 나이에 이 정도 어때요?” 라는 글들이 자주 올라온다. 본인 나이에 가지고 있는 재산을 나열하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를 하고 본인의 현재 위치를 가늠해보고자 하는 의도로 쓴 글들이다. 치과의사로서 남들과의 비교는 이처럼 졸업하고 난 뒤부터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비교로 점철돼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옆집 친구들의 비교대상이 되어 각종 학원을 다녀야하고, 학교에서도 동급생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나만의 개성은 단단히 숨겨야 한다. 대학교도 나이에 맞게 늦게 가면 주위의 편견 때문에 피곤해지고, 군대도 비슷한 나이에 가야 한다. 직장도 결혼도 남들처럼 비슷한 나이에 하지 않으면 어른들은 한마디씩 건넨다. “너 언제까지 그렇게 살래?” 남들과 똑같이 살아야 하고 모나지 않아야 하고 비슷한 환경 속에서 또 아이를 낳아 나처럼 똑같이 기른다. 이것이 요즘 우리 인생이다. 인생에서 나만의 게임이란 것이 없어진지 오래다. 요즘 들어 “하나뿐인 인생 과연 나는 나만의 게임을 인생에서 즐기고 있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도 역시 “아이들을 교육의 장으로 내몰고 나 스스로도 동기들과 비교하며 살고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치과계에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은 알겠습니다만, 그런 것이 당위적 요구나 의무에 대한 호소 이상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돈이 삶의 전부는 아니지만,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데 그만한 게 또 있을까요. 결국, 치과의사들도 자기 이익을 좇기 마련이라면, 아무리 윤리를 이야기해보아야 의미 없는 것 아닐까요? 익명 사회적 비
마크 카니(Mark Carney)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세상에는 기인이사들이 넘쳐납니다만, 그의 이력을 보면 엄친아의 끝판왕, 천재 중의 천재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그는 하버드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옥스퍼드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지내더니, 임기가 끝나자마자 영국 중앙은행 총재까지 수행하게 됩니다. 퇴임하기가 무섭게 이번엔 유엔으로 가서 기후특사로 맹활약 중입니다. 기후 문제가 시급하고, 해결되지 못하면 전 인류의 생존이 위태롭다는 위기의식이 그를 기후특사로 이끌었다고 합니다. “화석연료에서 자본을 분리하여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라는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1990년대부터 전 세계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온난화의 종착지인 지구생태계 멸종이라는 파국은 최종적으로 시베리아를 비롯한 영구동토층의 붕괴로 인해 발생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미 조금씩 녹기 시작한 영구동토층에서는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뽀글뽀글 배출되고 있고, 임계점을 넘어가 버리면 지구는 소생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ESG((환경
‘사피엔스: 인류의 역사(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 2015.2.10.)’의 저자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책 말미에 “우리는 카누를 타다가 갤리선(노예들이 노를 젓는 배)을 타고, 증기선을 타고, 우주선을 타는 쪽으로 진보했으나 아무도 우리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방향을 알지 못한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가졌지만, 그 힘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인류가 어느 때보다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다만 물리법칙에만 익숙해진 채 자수성가해 스스로 신이 되었지만, 누구에게도 책임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우리들 자신의 안락함과 재미를 위해, 이웃인 동물들과 주변 생태계를 사정없이 파괴하고도 만족할 줄 모른다.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지 못하는, 불만족스럽고 무책임한 신(神)보다 더 위험한 것이 있을까?”로 맺음말을 하였다. ‘사피엔스: 인류의 역사’는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다룬 인류사로, 138억 년의 우주역사를 물리기(빅뱅부터), 화학기(빅뱅 30만 년 후부터), 생물기(38억 년 전부터), 문화시대(250만 년 전 구석기부터), 역사시대(약 7만 년
항상 그대로 인듯한 산은 흘러가고 산에 기대어 사는 풀과 나무와 곤충도 다 흘러가듯이 제가 경험한 교정도 여러 면에서 많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교정치료의 대상이 100만 명 이상에서 25만 명으로 줄고 있고 30세 미만에서 주로 하던 교정치료의 연령이 60대까지 늘어가고 있습니다. 교정치료의 대상과 연령에 큰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치료의 질에서도 high canine이 내려와 제자리에 가기만 해도, 작은 선물이라도 사오면서 감사해하던 시절에서, 요즈음은 감각과 느낌이 다른 것까지 고쳐주라고 요구하는 시대가 됐고, 때론 근육이 다르게 움직이는 것도 교정 탓을 하면서 고쳐주길 요구하는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또한 여러 술식의 발달로 많은 경우 수술을 동반하는 교정을 하므로, 40년 전에 비하면 너무나 큰 변화가 있습니다. 몇 년 전만하더라도 진단 설명을 하면 핸드폰을 가방 속에 넣고 녹음했지만, 요즈음은 거의 모든 환자분들이 핸드폰을 table 위에 올려놓고 녹음을 하는 시대로 변했습니다. 의견의 불일치가 있을 시는 언제든지 녹음된 것을 말하면서 그런 말은 들은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치료에 감사하던 시대에서 내가 이 치과에서 치료를 받아주고 있다는 시대로
혀-입술은 저작과 삼킴은 물론 발음과 외모에도 깊이 관여되어 있다. 이는 노화나 질환에 의해 혀-입술 운동기능이 약해질 때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혀-입술 운동기능 저하”가 나타나면, 혀-입술 움직임이 감소하고, 측방운동도 줄어들며, 조절도 정교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입안이 마르거나 침이 새기도 하며, 음식이 입 안에 남아 있거나 자주 흘리기도 한다. 또한 딱딱한 음식을 잘 씹지 못하여 식사 시간이 길어지고,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의 종류와 양이 제한되어 영양부족을 초래하기도 한다. 게다가 혀의 움직임까지 둔화되면, 국물을 마실 때 가끔 사레가 들거나 약을 잘 삼키지 못한다. 특히, 발음이 분명하지 않아 타인과의 소통이 어려워져 점점 고립되면서 사회적 죽음 상태인 요양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에 필자는 돌봄 노인에서 ‘혀-입술 운동기능 저하’가 나타나는 과정과 이를 예방하기 위한 훈련 지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 입술 운동기능과 근력 약화: 훈련 지도 섭취한 음식을 잘 씹은 후 꿀꺽 삼키는 과정에서 입술 주위의 움직임과 근력 유지는 중요하다. 이에는 협근(頰筋)과 구륜근(口輪筋)이 있으며, 이들은 7번 뇌신경인 안면신경(顔面神經)
비 오는 날, 풀잎을 타고 미끄러져 나아가는 달팽이를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달팽이는 자기 몸보다 더 큰 집을 등에 지고 열심히 앞으로 나아갑니다. 집에 들어가 쉬는 시간도 있겠고 집을 통해 보호 받는 시간도 있겠지만 많은 시간, 달팽이에게 그 집은 무척 무거워 보입니다. 집 없이 매끈한 몸매를 뽐내는 달팽이도 있는 것을 보면 달팽이에게 있어 집이라는 존재는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닌 듯 합니다. 개원의로 살아가던 어느 날, 경영으로 인한 스트레스 없이 진료에만 몰두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원들과 협업하는 일, 기공소, 재료 업체, 건물주 등에 소정의 비용을 매달 지불하는 일, 건강보험공단을 위시한 정부와 관련된 사무를 처리하는 일 등등 그저 나열하기에도 힘들고 머리가 아픈 일들을 하면서 진료까지 하고 있는 저… 그런 제가 바로 집 있는 달팽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영이라는 무거운 집을 등에 지고 매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치과적 집 있는 달팽이가 바로 저인 것 같습니다. 개원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주인이 되는 치과를 꿈꾸지 않았다면 저도 집 없는 달팽이처럼 홀가분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요... 저는 왜 굳이 이
이중적인 사람을 빗대어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는 야누스는,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문(門)의 수호신입니다. 출입문에는 앞뒤가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서로 다른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동양에서도 서양에서도 모두 문(門)은 시작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야누스는 모든 사물과 계절의 시초를 주관하는 신으로 숭배되었는데, 한 해의 시작인 1월을 뜻하는 재뉴어리(January)는 ‘야누스의 달’을 뜻하는 라틴어 야누아리우스(Januarius)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서울은 눈뜨고도 코 베임을 당하는 곳이라 하였습니다. 지금은 그러한 부정적인 수식어로는 흠집 하나 내지 못할 만큼 강하고 아름다운 도시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수천수만의 새로운 기회를 찾는 도전들이 있기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곳이 아닐까요? 냉정과 열정,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가진 도시, 서울. 서울의 밤은 그래서 더 유혹적입니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새 집행부가 출발한지 이제 3개월 반이다. 배는 출항했는데 항구 어귀에 그물이 촘촘한 형국이다. 지난 집행부 때는 내부에서 발목잡더니 이번에는 밖에서 발목을 잡고 있다. 물론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나 재판이나 어느 한쪽은 반드시 억울하다. 재판에서 진 자가 억울해 하지 않는 경우가 없다. 또 선거에서 진 후보가 억울해 하지 않은 적이 없다. 물론 실제 자신과 무관한 일에 연관되어 상대방의 집요하고 사악한 마타도어로 인해 정말 억울한 패배를 당한 이도 있다. 그러나 그럴 경우가 아니라면 한번쯤 차분히 자신들을 가라앉히고 숙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에서 과연 심각한 매표행위나 집계표를 조작하거나 돌아가신 회원을 마치 생존해 있는 것처럼 유령표 행사를 했거나 누가 봐도 선거당락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허위사실을 퍼뜨렸는지 스스로 진단해 봐야 할 것이다. 이번에 낙선한 세 후보들이 똘똘 뭉쳐 단체를 구성하고 수시로 기자회견을 통해 현 집행부를 공격하는 내용은 아무리 봐도 위에 열거한 매우 심각한 선거부정이 있었다고 하기에는 많은 회원들의 동의를 얻기에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을까 본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실제 부정선거라고 지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