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제1850번째 Dream In Purple 큰아이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무렵이었다. 세 아이 모두 방문 미술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큰딸이 캐나다 단기유학을 떠나게 되면서 내가 대신 두 달간 수업을 받기로 했다. 그렇게 붓을 잡은지 10년…. 삼남매와 병원… 그렇게 집과 일이 내 세상의 전부였던 시절, 그림은 내 마음의 위안이었고 기쁨이었다. 고흐의 꽃 그림과 세잔의 정물, 풍경, 위트릴로의 초기 작품들, 모네 등을 모작하며 집안 구석구석과 병원의 대기실에 걸어 놓았다. 어느덧 작품이 제법 모여 달력으로 만들기도 했다. 아이들의 입시와 현악 사중주 활동 등에 시간을 빼앗겨 몇년간 붓을 놓고 있던 중, 작년 가을 치의신보에 나온 공모전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신문을 오려서 원장실 벽에 붙여놓고, 다시 붓을 들었다. 이제는 내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대학을 졸업한 해에 결혼하여, 큰아이 9개월 되던 91년 개원 이래 22년간 한결같이 출근하는 하얀이치과… 친구들은 자주 묻는다. 언제까지 할 거니? 삶이 언제까지고 나를 기다려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는 아는 나이이다. 진료실 창밖에서 병원과 함께 나이먹은
Relay Essay제1849번째 저의 특별한 장인어른 “이 서방, 이리 와서 이것 좀 봐. 우와 정말 기막히다.” “ 네? 아버님. 무슨 일 생겼어요?” “여기 좀 봐. 완전 작품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완벽한 작품.” 장인 어른은 저를 방으로 불러 저와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거의 매일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그 작품이란 것은 다름 아닌 손자, 손녀들, 제 아이들입니다. 얼마나 손주들을 이뻐하시는지, 지구 최상의 보석, 최고의 걸작, 위인이 될 아이들 이라고 칭송까지 하십니다. 다른 할아버지보다 약간(?)은 과장하시는 경향이 있으시죠. 저는 네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다소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결혼기간 8년 동안 네 아이들을 낳았으니, 2년마다 저의 아내가 임신을 한 것이 되겠죠. 셋째를 임신했을 때에는 주위의 축하가 부담이 없었으나 넷째를 임신했을 때에는 축하하는 시선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많더군요. 생활비, 교육비 걱정에 ‘어떻게 아이들 넷을 제대로 키울 수 있겠어?’라는 걱정 어린 시선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사실 맞습니다. 저의 두 부부가 둘이서만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네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 있겠습니까? 엄청난 희생과 고생이 뒤따랐겠죠. 여기서
Relay Essay제1848번째 하의실종 노출의 계절이다. 요즘의 젊은 세대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겠지만 1970년대 소위 유신 시대에는 ‘잘 살아보자’는 구호 아래 많은 규제가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남자들의 장발과 여자들의 짧은 미니스커트 단속이다. 그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군사 정권 시절에는 가능했다. 죄명은 우리의 고유한 미풍 양식을 해치는 행위로써 사회기강의 해이와 풍기를 문란케 한 경범죄이다. 유신 정권은 경범죄 처벌법을 만들어 긴 머리를 한 남자와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다. 단속 경관들은 주로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를 한 손엔 가위, 다른 한 손엔 30센티미터 자를 들고 다녔다.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음악다방이나 시외버스 터미널 대합실에서도 단속을 했다. 대로변에서 짧은치마를 젊은 여자의 무릎 아래, 경관이 꿇어 앉아 허벅지에 잣대를 대고 재는 모습은 한마디로 엽기 그 자체였다. 평소 짧은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는 여성들은 경찰이 보이면 치마끈이 엉덩이에 걸리도록 끌어내렸다. 남자들은 여자 친구가 큰 길에서 치마를 밑으로 내리는 걸 도와주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
Relay Essay제1847번째 치과의사, 우리는 누구인가?-치과의사로서 꾸는 꿈과 성공에 대하여 청소년기의 두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가치관의 혼란을 통과하고 있을 수많은 학생들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꿈을 찾는 길’과 ‘치과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아이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강연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내 아들들과 같은 연령대의 청소년들에게 비전을 심어주고 앞날을 설계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 내 자신이 치과의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부터 그 과정을 이루기 위한 노력과 20여년간 교정치과의사로 살아온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 때 느꼈던 감격과 좌절과 보람 등을 동료 치과의사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왜 우리는 갈등하고 있을까? 사회가 급변하면서 기존의 개념들이 변형되고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의료계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면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단순히 ‘좋은 직업군에 속한 전문인’ 중 하나가 아니라 ‘환자의 아픔을 보듬고 내가 가진 재능과 기술을 통해 그들의 환부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치유하는 것’에 다시 초점을 맞춰보면 어떨까? 주변의 왜곡된 시선, 실제적인 병원운영의 어려움 등
Relay Essay제1845번째 굿모닝 삐약이~ 따사로운 봄 햇살이 만연하던 5월의 첫 날. 근로자의 날이었던 그날은 회사에서 출근하라는 것을 모든 직원들의 담합에 의해 쉬게 되었어요. 엄마 심부름으로 수퍼에 다녀오는데 초등학교에서 운동회를 하고 있더라구요. 와~ 재미있겠다. 그리움 돋네~. 나도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생각하며 지나가는 찰라 내 눈에 들어온 병아리들… 운동회라서 학생들에게 판매할 요량으로 가지고 나온 것 같더라구요. 그 옆에 햄스터들도…. ‘저 아줌마 못됐다. 여기서 이런 걸 팔아…학생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다 죽음을 알게 되는데….’ 나도 어릴 적 병아리를 키워본 지라 며칠 못산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어서 그런지 아주머니가 팔고 있는 병아리들도, 그 병아리들을 살 아이들도 미리부터 불쌍해 지더라구요. 그런데 삐약거리는 모습이 어찌나 이쁘던지 가만히 지켜보면서 “아주머니~ 이 병아리들 얼마나 살아요? 예전에 키워봐서 아는데 1주일도 못살죠?” 얼른 아는 척 하며 혹시 지나가던 아이들이 들을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아주머니께 여쭈었네요. “요즘은 예방접종 다 맞으니까 그런 일 없을거유. 다 키워서 사진도 보내주는데.” “치~ 거
Relay Essay제1844번째 해운대 명소를 가다 -치문회 부산 제5차 문학기행 대한치과의사 문인회(이하 치문회, KDPC)는 2004. 10.22. 창립 총회를 개최하고 창설되었다. 치문회는 문(文), 사(史), 철(哲)를 좋아하고 공부하는 전국 치과의사들의 펜 클럽이다. 가입을 환영한다. 국내 문학기행은 연 1~2회로 회원친선 단합대회 겸 학술 세미나도 개최하고 월례회는 매월 2째주 화요일 주로 환승역인 충무로역 근방에서 모이곤 한다. 이번 문학기행은 2013. 6. 1.(토)~ 2(일)16명이 부산에 다녀왔다. 부산역에 도착하니 부산회원 허 택 박사(이하 허 택)가 마중나와서 준비된 마이크로 버스와 자가용에 나눠 탑승하고 광안리 민락동 포항물횟집으로 가는 도중 차안에서 밖을 내다보니 웅장한 복층 광안(廣安)대교와 아름다운 수영만과 광안리 흰 모래사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횟집에서 단합대회를 했다. 단합대회는 박승오 선생이 진행했다. 모두 한마디씩 했다. 즉 많은 여성 회원의 참여를 바란다. (권택견), 단합대회보다 문학기행이 좋다.(김영훈) 금년 대전 치협 총회때 참여키로 했다. (임철중) 화합과 단결하자 (박승오), 알찬 문학기행이
Relay Essay 제1843번째 농부가 되었던 하루 농사를 짓던 외할아버지 댁은 충청남도 부여에 위치했다. 나의 엄마가 자라온 곳이며 어릴 적 내가 뛰어 놀던 곳이었다.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개울이 있으며 마을 한 바퀴를 돌고 나면 돼지, 소, 닭, 심지어 타조까지… 다양한 동물들을 볼 수 있던 곳이었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만해도 할아버지 댁에 소를 키웠었다. 맨날 외할아버지 뒤를 쫓아다니며 “으 소똥냄새나!”라고 외치면서도, 물릴까봐 무서워하면서도, 내가 여물 주겠다며 달려가서 사료통 앞에 던져놓고 오곤 했었다. 또한 농사를 지으셔서 하우스에서 딸기도 따먹고 뒷산 감나무에서 감도 따먹고 고추도 심고 깨도 심고 고구마도 심은 시골이라는 곳은 나에게 매우 많은 경험과 추억을 선물해준 곳이다. 요즘 나의 친구들만 보더라도 시골에 가는 친구들이 드물다. “명절에 시골가?”라고 물으면 “아니 나 시골 없어. 큰집이 서울에 있어서 1시간이면 가”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명절 때 3~4시간 고속도로에 서 있던 것도 나에겐 추억이 되었다. 휴게소에 들려서 맛있는 걸 사먹는 것도 좋았고, 비탈길 때문에 잠도 못잘 정도로 덜덜덜 거리며
Relay Essay제1842번째 꼴찌마의 마주 96전96패. 내가 갖고 있는 경주마 차밍걸의 성적이다. 경주마는 우승을 못할 경우 연패(連敗)로 친다. 1922년 마사회가 생긴 이래 최다 연패기록을 수립했다. 그리고 현역마 중 최다출주 기록을 갖게 됐다. 이제 기록을 보유한 명마가 되었다. 사람들은 왜 똥말을 퇴출시키지 않고 갖고 있느냐고 반문한다. 똥말이라고 부르는것도 싫다. 나는 꼴찌마의 눈망울을 보면서 희망을 잃지 않았다. 주루에서 최선을 다해 꼴찌를 모면하는 모습에 격려를 보냈고 아름다움을 느꼈다. 그리고 차밍걸을 통해 행복을 느꼈다. 이러한 모습에 감동되어서인지 차밍걸 팬클럽이 생겼다. 차밍걸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자기들도 희망을 가졌다고 많은 팬들은 말한다. 최다 연패를 기록하던 날 경마공원에서는 많은 경마팬들이 1등말보다 꼴찌마 차밍걸에게 더 많은 박수를 보냈고 베팅도 많이 해주며 격려했다. 소시민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감동의 도가니였다. 많은 매스컴들이 그렇게 많은 관심을 가질 줄은 몰랐다. 차밍걸이 스타가 되는 날이었다. 중앙일보 기사를 필두로 동아일보, 경향신문, SBS, MBC, 채널A(동아채널)등 많은 기자들이 모여
Relay Essay제1841번째 봉사하며 에너지 충전 산본 도장 중학교 구강검진을 다녀와서 치과대학교 본과 4학년 학생들은 5월이면 병원 실습에 들어간다. 5월은 가정의 달이고,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화사한 꽃들이 들어차는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원내생이 느낄 수 있는 봄의 느낌이래봐야 출근 시간에 반팔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는 것과 점심시간에 햇살이 따가워졌다고 느끼는 것뿐이다. 마지막 치과대학 생활에 아쉬워하며, 병원 실습 기간 동에 많은 것을 배우려고 집중해야 할 시기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5월은 잔인한 달이다. 지난 16일 원광대학교 산본 치과병원 근처 도장 중학교에 무료 구강 검진을 나가게 되었다. 이날은 마침 학교 체육대회 날이었다. 체육대회를 한다고 미리 알려주기라도 한 듯 하늘은 맑고, 태양은 운동장을 구석구석 비춰주고 있었다. 내가 중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하나같이 똑같은 체육복 차림이었지만, 지금 아이들은 자기들 개성에 맞추어 재미있는 티를 각 반마다 맞춰 입고 있었다. 그때와 옷차림은 많이 달라졌지만,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떠들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나의 중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어떤 반은 노란 개나리색
Relay Essay제1840번째 미래, 기다리지 말고 준비하자 병원으로 나를 찾는 전화가 왔다. 치의신보란다. 거기서 나를 찾을 이유가 없는데…. 워낙 장난을 잘 치는 후배가 받아서 장난이라 생각하고 전화를 받았다. 진짜 치의신보였다. 수필 형식의 기사 글을 부탁하는 전화였다. 주제를 물으니 정해진 주제는 없다한다. 자유란다. 막막한 주제를 받았다. “자유” 자유롭게 나의 얘기를 하려한다. 어느 덧 벌써 4년차 치위생사이다. 1~2년차 때까지는 배워야하는 일도 많았고 그 일들로 인해 힘이 들었다. 또, 많고 다양한 환자들을 응대하는 것조차 버겁고 힘들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같은 일을 하는 친구들을 만날 때 마다 각자의 병원얘기 환자얘기를 하느라 몇 시간 동안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며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금은 병원일은 익숙해지고 별다른 일 없이 병원에서의 하루를 보낸다. 친구들을 만날 때는 병원얘기보다는 우리의 미래를 자주 말하곤 한다. 우리가 몇 년까지 이 일을 하고 있을까, 우리가 언제까지 치과에서 일을 하고 있을까… 얘기를 나눌수록 답답함이 생기곤
Relay Essay제1839번째 장발장과 팡틴 그리고 유리왕과 치아 Victor Marie Hugo(1802~1885)의 소설인 Les Miserables은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가르킨다.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발전하던 19세기 중엽, 파리를 비롯한 유럽 대도시의 뒷골목은 극빈속에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특히 여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이를 키우지 못하고 힘들고 어려워서 유기, 살해 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당시 유럽의 매춘부도 흔했다. 이 영화는 약 2시간 40분 정도 상영한다. 나는 뮤지컬로된 영화도 보았다. 세계 4대 뮤지컬은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Opera), 미스사이공(Miss Saigon), 캐츠(Cats)와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를 말한다. 책도 읽어 보았다. 총 464쪽이다. 장발장은 부모는 죽고 가족은 7명의 아이를 가진 누나 뿐이다. 그 아이들이 배가 고파서 훔친 빵 한 조각에서 시작되는 주인공 장 발장(Jean, Valjean)의 파란만장한 인생, 즉 툴롱 감옥에서 19년간의 감옥생활, 장발장을 다시 태어나게 한것은 브앵브뉘 주교의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