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저희 첫째 아들의 8번째 생일이었습니다. 가수가 꿈이라는 둘째가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부모님과 가족들이 모여 다같이 아이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어릴 때는 서로 촛불을 끄겠다고 싸우기도 하고 입김이 약해 촛불이 안 꺼져서 도와주기도 하고 초가 짧아질 때까지 몇 번이고 촛불을 여러 번 끄고 싶어서 울기도 했었는데, 스스로 초를 꼽고 촛불을 끄고 눈을 감고 손을 모아 소원을 비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대견함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소원을 무엇을 빌었는지 물어보니 소원은 비밀로 해야 이루어지는 거라며 말해주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매해 그랬듯이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빌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꽤 자랐으니 여자친구나 가지고 싶은 오락기에 대해 빌었을 수도 있고요. 다같이 케이크를 나눠 먹고 씻기고 누워 아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커서 뭐가 되고싶냐는 질문에 아이는 저에게 아빠 엄마처럼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물론 아이가 치과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깊이 잘 알고 한 대답은 아니겠지만 얼마전까지는 프로게이머가 꿈이었기 때문에 다소 의외의 대답에 놀랐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아빠 엄마가 멋있고 맛있는 거 많이 사줘서 좋다고
지난 2022년 10월 29일 밤 10시경 서울 이태원 해밀턴 호텔 옆 좁은 길에서 무려 150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너무나 황당하게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간 코로나로 즐기지 못했던 젊음을 만끽하기 위해 할로윈을 핑계로 즐겁고 들뜬 마음으로 나왔을 이들이 그 좁은 골목에서 단 10여분 만에 싸늘한 주검이 되어 하늘의 별이 된 것이다. 희생자 대다수는 이제 갓 자신의 인생을 그려나가기 시작했을 우리의 미래인 소중한 젊은이들로서 자신의 그림도 미쳐 완성해보지 못한 채 순백의 도화지에 큰 여백을 남기고 떠난 것이다. 그 소중한 이들의 허망한 죽음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이를 이용하려 다시금 설왕설래하고 있다. 의도적인 건지 아니면 무지에 의한 단순 객기인지 그 밀집된 군중을 아래로 밀어붙인 불상의 청년(?)들에 의해 도미노 식으로 넘어지며 순식간에 수백 킬로그램의 하중을 받으며 깔렸을 희생자들은 자신들의 생명이 꺼질 때까지 그 짧은 순간 과연 어떤 황망한 심정이었을까? 약 5년전 필자는 회식 후 택시를 타고 가다가 택시기사가 조는 바람에 길 옆의 가로수를 들이 받는 사고를 겪은 적이 있다. 동승자가 있어서 운전자 바로 뒷좌석에 앉아 있었던 필자는
2남 중 막내로 태어난 저는 어려서부터 주변 어른들로부터 ‘엄마에게 딸 같은 아들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엄마랑 일상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며 지냈습니다. 20대까지는 걷기 운동부터 장보기, 영화 보기 등 소소한 시간을 보내왔다면, 강릉에서의 수련 생활과 결혼으로 독립한 이후에는 지방 여기저기를 여행하며 추억을 쌓아왔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친구들과 열 번 놀러 가는 번화가를 엄마랑 한 번 걷고, 제가 사고 싶은 물건을 엄마 카드로 실컷 사고는 엄마가 작은 머리핀 한 개 사는 것을 골라주었을 뿐인데, 엄마는 ‘아들 덕분에’ 재밌게 놀았다며 늘 행복해합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합니다. 엄마와 함께 거닐던 명동의 번화한 거리는 엄마가 성당에 미사를 보러 여러 번 다녔던 거리이고, 같이 간 식당은 엄마의 단골집입니다. 처음도 아닌, 심지어 주인과 안부를 건넬 정도로 자주 가는 곳에 함께 다녀온 것이 왜 제 덕분이라는 걸까요. 엄마의 ‘아들 덕분’ 표현을 상투적이라 여기면서 저는 ‘엄마 덕분에’ 재밌게 놀았다는 표현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엄마가 아니어도 누군가와 재밌게 놀 수 있다는 생각이 은연중
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2014년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9월 19일부터 23일은 온라인에서, 26일부터 30일은 독일 베를린에서 국제표준화기구/치과전문위원회(International Standard Organization/Technical Committee 106 Dentistry; ISO/TC 106) 회의가 개최되었습니다. ISO/TC 106은 모두 8개의 소위원회(Subcommittee; SC)로 구성됩니다. SC 1은 Filling and restorative materials(충전 및 수복재료), SC 2는 Prosthodontic materials(보철재료), SC 3은 Terminology(용어), SC 4는 Dental instrument(치과 기구), SC 6은 Dental equipment(치과 장비), SC 7은 Oral care product(구강관리용품), SC 8은 Dental implant(치과용 임플란트) 그리고 SC 9는 Dent
2014년 7월에 개봉한 영화 ‘루시(Lucy)’를 미국에서 보았다. 프랑스 영화 감독 뤼크 베송(Luc Besson)의 작품으로, 미국 여배우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son)이 주인공 루시 역을 맡았고, 최민식 배우도 주연급으로 마약조직의 보스 역을 맡았다. 루시가 강제로 엮여서 마약 배달책이 되었고, 기절한 상태에서 뱃속에 비닐 파우치에 든 마약을 품게 된다. 몸싸움이 있게 되고, 배를 걷어차이는 바람에 뱃속의 비닐 파우치가 터지면서 마약 일부가 몸속에 흡수되어, 뇌세포의 활성도가 차차 높아져 궁극에는 뇌가 100% 활성화된다. 그래서 전지전능의 초능력이 생기고 우주에 편재(遍在, Omnipresence)하게 된다. 그녀의 모습은 사라지고 그녀의 휴대폰에 ‘나는 어디에나 있어(I AM EVERYWHERE)’라는 메시지가 나타난다. 우주에 편재한 여주인공 루시는, 시공을 초월해 시간조절능력을 발휘하여 최초의 원인 ‘루시’도 만난다. 루시 종(Lucy’s speices)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의 별명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의 아파렌시스 종은 동아프리카(에티오피아, 탄자니아, 케냐
비밀이 많은 이는 부자라지만 그 부를 지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열쇠를 가져야하며 더 적은 잠을 자야 한다. 권태와 자학이 방황의 강가에 흐르는 밤 홀로 누워 깊은 숨을 뱉고 있을 때 그는 내게로 다가와 자유에로의 손짓을 보냈다. 부적응과 불신과 사랑 없음에 흐느끼고 있을 때에 그는 내게로 다가와 근엄함과 자상함으로 어깨를 어루만져 주었다. 은화 같은 달빛을 실루엣으로 두르고 우뚝 선 그대, 어둠을 볼 수 있는 빛나는 그 눈동자. 그는 내게 다가와 하나의 전체로의 비밀이 되었다. 달콤한 밀회. 밤이 새워지도록 그의 등에 흐르는 땀을 가슴에 적시며 달리는 쾌감. 세상의 눈을 피하여 그에게서 삶의 방법을 배우고, 그에게로 자유에의 열정을 뿜으며 오랫동안 그대로 서 있었네. 낮과 밤은 서로 함께 할 수 없는가? 어둠 속에서도 밝음을 볼 수는 없을까? 강렬한 태양 아래 마음과 몸을 한껏 열어 젖혀 벌거벗은 몸으로 대지를 달리고 싶다. 차라리 독선의 쓴잔을 들이키고 싶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드러내고 싶은 나의 욕구에 그는 세찬 거부의 몸짓을 하였다. 오오, 나를 지배하는 또 하나의 나여 나를 놓아주오. 나는 너를 우리에 가두지 않는다. 너를
논란의 여지가 있었지만 최근 정부는 이태원 할로윈 축제 사고로 1주일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었다. 찬반 논리나 먹고 사는 문제는 잠시 뒤로하고 한 송이 꽃보다 아름답고 꿈과 희망을 품고 하루 하루 삶을 살아가던 젊은이들이 어처구니 없는 인재로 생명이 꺼졌다는 것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이어령 선생은 생전에 썼던 마지막 책에서 “나는 타인의 아픔을 잘 모르고 삶을 살았었다”고 겸손하게 회고 하였다. 그러면서 사랑에 대하여 논하기를 그는 타인의 절대성을 인정하는 게 사랑이고, 그 자리가 윤리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또 그에게 살면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물었을 때, 그는 먼저 보낸 딸에게 살아 생전에 꼭 필요했던 순간에 “미안하다. 사랑한다.” 말해주지 못한 것이라고 하며 눈물지었다. 결국 내가 아닌 존재에 대한 절대성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 삶을 마무리해 가던 한 노학자의 큰 가르침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말한다. “영화 <서부전선 이상 없다>에서 참혹한 전쟁터의 청년들이 죽어 나가지만 그렇게 전쟁을 치루던 어느 날 최고사령부의 공식 발표에서는 ‘서부전선 이상 없음’이라고 나온다. 거기선 백 명 이상 죽으면 이상이 있지만, 한 사람이
10월 말이 되가면서 기온과 습도가 떨어지니 눈이 뻑뻑하고 충혈될 때가 많습니다. 모니터를 많이 보게 되고, 아동구강건강실태조사로 일찍 일어나서 장거리 운전을 많이 하니 증상은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마흔 이후로 신체가 더 예민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혼술도 이전과 다르게 거의 안 하게 됩니다. 음주로 인한 기쁨보다 힘듦이 더 큰 것 같습니다(물론 그래도 좋은 사람들과의 음주는 무리해서 다음날 피곤해도 기쁨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건강관리, 아니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서 일주일에 두어 번 정도 또는 그 이상 미라클모닝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절대적으로 제가 일하거나 깨어 있을 수 있는 시간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새벽에 깨어나면 그 조용한 느낌은 무언가 묘하게 좋은 기분을 받습니다. 밤에 놀면서 느끼는 기분과 다릅니다. 게다가 새벽이 지나고 일상적인 하루가 다시 시작될 때 차분하고 긴장감이 완화되는 기분도 매우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냥 저는 이를 새벽뽕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뽕이라 하면 마약과 같은 어두운 느낌도 있지만, 국뽕과 같은 무언가에 도취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술을 마시는 이유도 취해서 그 뽕끼를 느
운동을 좋아하는 나는 모든 스포츠를 즐긴다. 특히 대학시절에는 구기종목 축구와 농구에 빠져 하루일과나 수업이 끝나면 꼭 운동장으로 달려가 게임을 뛰곤 했다. 농구를 하는 동안은 무아지경 그야말로 게임에 빠져 온 힘을 다해 뛰고 부족한 점을 체크하고 내일은 더욱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기숙사에 돌아오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공부보다 운동을 할 때 더 몰입을 한 것 같은 느낌이다. 왜냐하면 게임이나 운동을 하는 동안은 시간의 흐름 자체를 느끼지 못했고 나의 뇌속에는 공과 링 혹은 골대만 보였다. 당시 농구와 축구 동아리 대회가 매년 있었기 때문에 우승을 목표로 열심히 한 이유도 있었다. 목표가 확실한 운동경기에서 시간이라는 변수가 끼어들 수가 없는 듯 했다. 운동에서의 몰입이 끝나면 약간의 허무감이 찾아오고 내일 또 그 몰입에 빠져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빠지곤 했다. 어찌보면 몰입은 중독과 맞닿은 선에 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 뇌연구에서는 도파민의 과잉이 새로운 자극을 찾아서 중독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몰입에 빠지면 어찌보면 도파민의 과잉으로 인해 그 시간 자체를 잃어버리고 오직 한 가지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몰입은 중독과는 구별되는 이
이집트 나일강을 지배하는 포악하기 짝이 없는 악어도 사람을 잡아먹고 나서는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실상은 입을 벌리면 눈물샘도 같은 신경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고, 눈물이 먹이를 삼키기 좋게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 주는 역할을 해준다고 합니다. 결코 애도를 표하기 위해 나오는 눈물이 아닙니다. 악어의 눈물은 흔히 거짓의 눈물, 위선자의 눈물을 비꼬기 위해 사용됩니다만, 본래의 의미를 모른 체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여 사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중 하나는 본인도 그 구성원인 모임의 이익에 반하는 치명적인 행동을 하면서도, 대의를 들먹이며 자기 합리화를 통해 만족감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일정 지위에 있는 사람이 조직의 규범과 목적을 자의적으로 결정지으려고 했을 때는 그 조직이 맞닥뜨려야 하는 위험도는 상상 이상으로 커집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소위 알권리를 내세우면서 아니면 말고 식의 무차별적인 허위사실 유포와 익명 투서로 인한 내부 고발로 외부 조직을 끌어들이는 행위로 인해, 최근 몇 년간 그 폐해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잘못의 인정이나 사과도
지난 10월 마지막 주말의 밤은 매우 잔인했다. 이태원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고는 전 국민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당시 매 시간마다 들려오는 뉴스는 고통이었고 칼로 가슴을 베이는듯한 아픔을 느껴야만 했다. 300여명의 사상자. 무엇이 잘못된 걸까. 사고 직후 정부는 11월 5일까지 추모기간을 선정하고 정쟁을 자제하고 고인들의 명복을 빌자고 했다. 그러면서 한편에서는 사고의 원인부터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군중 관리) 시스템의 부재문제, 수많은 신고전화에도 불구하고 방치했던 문제 등을 찾아가고 있다. 물론 사고의 원인과 재발방지책은 반드시 찾아가야 한다. 지휘체계의 문제가 있었다면 이 또한 책임여부를 철저히 따져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그렇다고 하늘로 간 이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겠지만, 8년 전에도 10대들이 대형참사를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되풀이 되는 이런 대형 사고는 분명히 정부와 정치인들의 잘못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우리 같은 의료인들의 책임도 적지않게 있다고 본다. 정부나 정치권이 제대로 이러한 시스템을 마련했는지를 같이 검토해 보고 부족할 경우 적극적인 개입으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