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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수필>
아버지
광주광역시 하남 치과의원 원장 곽준봉

40이 되고 인생을 알아가면서 아버지의 삶에 지혜가 있음을 알 것 같다 호수를 지나고 자동차 전용도로를 지나 강둑 길로 접어 들었다. 물 안개사이로 햇볕은 아직 수줍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 자동차 문을 여니 시원한 바람이 살 곁을 스친다. 라디오에서 한 아버지의 이야기가 소개 되고 있다. 강가 주위로 하늘, 나무, 풀, 새들, 바람, 그리고 아버지의 얼굴이…. 며칠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말이 없으신 분이셨다. 손자 손녀가 재롱을 부리면 가끔 웃으셨지만 우시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아들 딸이 성적이 좋지않아 어머니가 야단을 치시면 조용히 계시다 “지금 아직은 어려서 그렇지 철이 들면 잘할거야” 라고 어머니에게 화를 내셨다. 그러나 자녀들이 공부 못하는 것에 대해 어머니 보다 더 속으로 화가 나셨나 보다. 술을 드시고 오셔서 “너희들은 나처럼 되지 말아라”라고 한마디 하셨다. 일상처럼 치과에 출근하여 진료를 하였다. 몇 일간 진료를 하지 못해 환자들이 붐볐다.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아버지에 대한 생각도 잊혀졌다. 청각장애가 있는 듯한 아저씨가 위생사와 진료에 대해 상담을 한다. 위생사 이야기를 잘 못 알아들으시는지 옆에 있는 초등학교 아들과 딸의 입 모양을 보고 전해 들으셨다. 자녀를 교정해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보호자로 어머니가 따라오는데… 자신을 희생하며 새끼를 키우는 가시고기가 생각난다. 아버지가 생각난다. 아버지는 자녀들이 돈이 없어서 학비를 못 내고, 자녀의 사업을 도와주지도 못하고, 사회적 지위가 높지 못해 자녀의 취직을 위해 청탁도 못하고 압력을 행사하지 못 해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 드시면 헛기침을 하시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셔서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셨다. 아버지는 세월이 흐르면서 잊혀졌다. 매일 일상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과 같이 그렇게 지나갔다. “원장님 친구분 한테서 전화 왔어요” “여보세요, 준봉아 오늘 새벽에 친구 아버지가 돌아 가셨단다. 빈소는 어디 장례예식장이고….” 집에 들려 예복을 꺼냈다.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입었던 옷에서는 아직도 분향소에서 나는 향 냄새가 베여있다. “준봉아, 아버지가 가슴이 답답하다고 좀 누워야겠다고 방에 들어가시더니 갑자기 숨을 쉬지 않으신다.”“어머님 119 구급대를 부르시고 병원으로 오세요 저는 그곳으로 곧 바로 갈 게요” 병원에 도착하여 보니 이미 아버지는…. 많은 조문객들이 호상이란다. 건강하게 사시다 자식들 고생 안시키고 조용히 돌아가셨으니…. 친구 아버님 빈소에는 멀리서 친구들이 다 모였다. 오랫만에 보는 얼굴이다. 웃을 장소도 아닌데 친구들은 “아버님이 사셨을 때도 우리들을 다 모이게 못하셨는데 죽으셔서 이렇게 오랜만에 친구들을 다 모이게 하셨으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잔하자”라고 너스레를 떤다. 친구들을 보니 돌아가신 아버님이 생각난다. 친구들이 집에 모이면 아버지는 조용히 자리를 피해 주셨다. 어른이 있으면 자녀들이 담배 피우시는 것 때문에 불편할거라 생각하셨나 보다. 친구 아버님의 장례 절차가 늦게 끝났다. 산에서 내려오는 석양의 빛깔은 왜 이리 고운지. 30대 까지 생각하기에 아버지는 구세대요 말이 안 통하시는 분이셨다. 그러나 40이 되고 인생을 알아가면서 아버지의 삶에 지혜가 있음을 알 것 같다. 이제 무슨 일을 결정하기 전에 아버지의 의견을 들어 보고 싶은데 지금은 계시지 않는다. 아버지의 삶은 늙어서 석양처럼 고운 빛을 내셨다. 아버지는 돌아 가신 뒤에도 두고 두고 그 말씀이 생각나는 분이시다. 어버이 날이다. 카네이션을 사러 꽃가게에 들렸다. 한 송이만 사려고 하니 무언가 허전하다. 아버지는 어버이 날에 손자 손녀 외손자 외손녀가 양복 가슴에 달아준 “어머니 아버지 사랑해요” 라고 써진 천으로 만든 카네이견을 달고 유난히 밖에 자주 나가셨다. 그 카네이션은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아버지의 양복 가슴에 달려 있었다. “아버지, 어버이날이 지난지 며칠 됐는데요”하면 빙그레 웃으시며“그러냐” 하셨다. 아버지,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 며느리가 임신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 애는 많이 낳아야지 하시며 흐믓해 하신 그 손녀가 올해 태어 났습니다. 이제 아버지의 넓은 가슴에 카네이션을 하나 더 달아 드릴 수 있는데….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