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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수필(914번째)
여유의 가치
김경미 조은이치과 원장

바쁜일상 보내는 이들에게 어쩌다 찾아온 여유는 황금에 비할만 하다 휴가였다. 뭘 할까, 어디로 갈까..이런 생각 자체를 휴가 때 하기로 하고 미뤄 놓았던 터라 막상 휴가가 시작된 날 아침, 소파에 길게 누워서 이제 시작될 하루를 생각하는 일은 여차하면 아까운 휴가 첫날을 통째로 날려버릴 수도 있는 위험한 것이었다. 문득 손에 잡힌 리모콘으로 텔레비전을 켰다. 모 방송의 주부대상 대담프로 같았다. 최근 히트한 미니 시리즈로 연기자 대열에 끼게 된 가수 한사람이 출연해 자신의 바쁜 일상과 틈틈이 누리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하게 느껴지는지를 얘기하고 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바쁠 때는 한없이 바쁘고 한가할 때는 하염없이 한가한, 그래서 본인 스스로의 의지로 자신을 콘트롤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얘길 담담히 풀어놓는 그를 보며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생각했다. 바쁜 가운데 잠깐 나는 짬이 얼마나 달콤하고 값있는 것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휴가다, 신나는 여름휴가! 아이들의 방학이 시작되면서부터는 출근준비에다 각기 다른 등교시간마다 내미는 준비물 리스트들로 정신 없던 아침일상이 갑자기 퀭할 정도로 여유로와 졌었다. 늘 아이들이 새벽을 깨우는 부지런함을 갖게 되길 바래 왔으므로 길고 무더운 여름방학은 언제나 달갑지가 않았다. 눅눅하고 습해 어른조차도 틈만 나면 늘어지고 싶은 날씨.. 어른의 통제가 없다시피 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에게 시원한 집안의 에어컨과 입체감이 살아있는 삼차원식 게임기는 얼마나 강한 유혹일까. 하여, 방학직전이 되면 나는 늘 방학동안의 아이들 시간표를 짜며 낮 동안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을 줄이려 아이들보다 더 분주한 몇날을 보내곤 한다. 다행히 방학기간엔 특강이란 이름의 재미난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나 아이들은 엄마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한 채 이곳저곳의 특강을 신나는 놀이나 운동정도로 여기며 돌아다닌다. 청소년단이며 성당캠프들이 방학과 동시에 연이어 줄을 서 있어서 올해는 아이들의 스케줄과 휴가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덕분에 나는 다른 전업주부 엄마들처럼 이삼일이나마 아기오리를 쫓아다니는 엄마오리가 되기로 했는데 그 역시도 내게는 신선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아이들이 수영강습을 받는 모습을 윗층의 유리창을 통해서 보거나 운동이 끝난 아이들이 나오기를 기다려 팥빙수며 음료수들을 사놓고 아이들의 수다를 듣는 것... 이 일들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인지...아이들을 병원에 보내는 것도 혼자 보험카드를 들려 보내며 가슴아프지 않아도 되고 부탁할 누군가를 찾느라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됐다. 함께 병원대기실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일들도 얼마나 새롭고 재미난지 새삼 아이들이 훨씬 어렸을 때를 떠올리며 자신도 아이들도 덩달아 대견하게 느껴지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자유로운 시간 가운데에 늘상 있는 사람들은 그 자유의 가치를 모른다. 잠깐의 자유는 통제가 있어서 더욱 자유스러운 것, 정신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는 이들에게 어쩌다 찾아온 여유는 사람들이 말하듯 황금에 비할 만 하다. 황금 같은 휴가.. 내 휴가도 그냥 포기할 수 없어서 휴가 막바지인 토요일 오후, 캠프에서 막 돌아온 둘째아들을 낚아채듯 데리고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이 준비된 곳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전날 폭우로 물이 많아 위험하다던 철원의 순담계곡에서 스릴만점인 래프팅을 하며 우리는 꿩 잡다 미뤄놓은 알줍기를 하고 있었다. 김 경 미 ·89년 경북치대 졸 ·현) 의정부 조은이치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