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8 (수)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릴레이 수필(915)
일 탈 (逸脫)
박경호 원장

갑갑한 진료실을 벗어나 남쪽섬으로 나선 휴가길 기대감을 뽐내고 있다 쪽빛 바다 푸른 물결 사이로 넘실대는 파도.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수평선, 그와 맞닿은 파란 하늘과 구름. 이러한 광경을 꿈꾸며 갑갑한 진료실을 벗어나 멋진 남쪽섬으로 휴가길을 나선다. 생후 10개월된 쌍둥이 조카까지 합세한 10명의 가족은 들뜬 마음으로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기내에는 그간의 삶에 그리도 찌들렸는지, 너무도 행복하고 즐거운 얼굴을 한 여행객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기대감을 서로 뽐내고 있었다. 쭈글쭈글한 할머니의 주름속에 숨어있던 힘든 일상의 흔적들도 오늘만은 쨍하고 해뜰날에 두손 들어 버리고 만다. 오르는가 싶더니만 이내 마음 진정 시킬 겨를없이 제주공항에 사정없이 우리들을 쏟아 놓는다. 도로 곳곳에는 종친회를 하는지 ‘허’씨 성을 가진 자동차가 어찌 그리도 많은지... 오래전 군의훈련시절 잠결에 들었던 독도법을 다시금 어렵사리 기억해 내곤 우리의 첫 목적지를 열심히 찾아간다. 길가에 핀 때이른 코스모스가 도열 해 있는 차창밖 풍경은 아무곳도 가지 않고 그냥 그대로 시간이 멈추어 있기만 해도 좋을 듯 싶다.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서 이름 붙혀진 ‘우도’.섬 일주 버스 안내 기사가 어떤 거짓말을 늘어 놓는다 해도 이시간 만큼은 의심없이 모두 수용할 정도로 우리의 마음은 활짝 열려 있었다. 멀리 성산 일출봉이 보이는 우도봉을 돌아 검멀레를 디디고 산호사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이놈의 시간이 워떻게 빨리 지나가는지.. 아쉬움에 우이씨. 동쪽을 내려와 남쪽에서 들른곳. ‘ 표선 민속촌’. 제주도민의 향토적인 풍물이 그득하다 못해, 평소 운동 부족인지 다리가 아플 정도로 넓게 분산된 거대한 규모에 감탄 또 감탄.. 이러다 해 지것네~ 이튿날 새벽 차가운 새벽공기를 가르며 일부 몰지각한 골퍼들은 가족들이 깰세라 도둑같이 일어나 도착한곳 ‘오X C.C". 너무도 좋은 기분에 백구도 제갈길 찾지 못하고 이집 기웃 남의 집 기웃 이눔의 날씨는 천방지축이라. 금새 비를 흩뿌리더니 이내 그치고 또다시 바람으로 위로하는 듯 하다가 또 비를 뿌리는 ... 스코어가 3자리라도 기분만은 좋아 좋아^^ 가족들에게 미안한 맘 보상하기라도 하는 듯 ‘모슬포"를 돌아 ‘네덜란드인 하멜이 표류하다 도착 했다는 기념탑"을 거쳐 중문 단지로 들어 섰다. 자연이 빚어 놓은 기기묘묘한 형상의 ‘주상절리대"에서 감탄의 마우스 오픈하고, 1110번 도로를 따라 ‘소인국 테마파크"에 다다르니 아이들의 기분은 미니어쳐 구조물들 앞에선 걸리버가 돼 있으나 그를 따르는 어른들은 서서히 하루의 에너지가 소진돼 충전을 요하는 상태가 될 때쯤 ‘대○랜드’로 가서 난생 처음 먹어보는 꿩고기로 허기를 채우니 세상에 부러울것이 없어라.. 셋째날 새벽 ‘파라ㄷㅇ스 C.C’에서 이곳에서의 마지막 일전을 치루는 우리에게 하늘도 무심하시지 억수같은 비를 내리어 생쥐꼴을 만들어 놓아 버렸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해야 할 임무를 완수한 군인처럼 서로의 모습을 보며 웃고 말았다. 꿈결같은 며칠은 쏜살같이 지나가 버리고 이것이 일년간의 나의 공식허가된 휴가라니..허탈한 마음 가눌길 없어라~ 이제는 돌아와 디지털 사진으로만 그 느낌을 자꾸 기억해 내며 슬며시 웃음짓는 나의 모습을 누군가 보았더라면 정신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해 버릴 것 같다.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또 다른 일탈을 호시탐탐 노리며 살아가는 나의 꿈많은 모습이여~. 박 경 호 ·85년 부산치대 졸 ·현) 부산 박경호치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