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방역활동 공로 표창을 받으며

Relay Essay 제2513번째

7월 초,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치협이었다. 치과의사들의 코로나19 방역활동 공로를 표창하기 위한 수여식을 열려고 하는데, 전공의 대표로 참석해 줄 수 있느냐는 요청이었다. 필자는 지난 2019년부터 2년 동안 평촌에 있는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구강악안면외과에서 전공의로 수련하면서 전신 방역복을 입고 코로나 검체 체취에 참여했었다.

 

표창장 수여를 위해 치협에 방문했을 때, 보건복지부가 치과의 신속항원검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평소 치과의사의 진료 범위에 대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와 관련해서 몇 자 생각을 조심스럽게 적어보려 한다.

 

치과의사의 진료 범위로 인한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가장 크게 이슈화된 것은 지난 2016년의 얼굴 보톡스 시술 문제다. 이때 대법원은 공개변론을 통해 치과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대법원은 얼굴 프락셀 레이저 시술에서도 치과 측 손을 들었다. 하지만 늘 치과가 승리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치과의사의 독감 예방접종 주사가 불법으로 판결을 받았고, 그 외에도 탈모약, 체중 감소약, 발기부전 치료제 처방 논란 등도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진료범위 논란이 터질 때마다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데, 이를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의학적 문제’다. 해당시술 능력 여부, 전신이해 정도, 응급상황 처치 능력 등을 재보자는 의견이다. 둘째는 ‘법적 문제’로 의료법에서 정하고 있는 종별 면허제도 등을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둘 다 모두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의학적 문제부터 살펴본다. 논란이 된 항목들은 대부분 러닝커브(learning curve)가 길지 않은 약, 주사제 처방, 간단한 시술 등이다. 그런데 의학적 문제로 논란 삼으려면, 순서로 볼 때 구강암 같은 재건 수술 시에 치과의사가 전신에서 Hard tissue, Soft tissue를 graft 하거나 항암제 주사를 처방하는 것부터 문제가 된다고 했어야 옳다. 그런데 과연 이 정도 수준의 수술을 하는 치과의사들의 전신 이해도가 적을까? 응급상황에 대처하지도 못할까? 그렇게 생각하기는 어렵다.

 

법적 문제의 경우, 치과와 관련이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를 넘어선다는 주장이 종종 나온다. 이를테면 구강암 수술은 구강 부분을 치료하는 것이므로, 그때 하는 전신수술은 가능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구강도 다른 신체 부위와 똑같이 혈액이 흐르고 신경이 지나가는 몸의 일부이므로 그렇게 보면 치과와 관련 없는 분야를 찾기가 힘들다. 독감 예방접종도 마찬가지다. 독감 증상 중 아구창, 캔디다증, 구강 내 궤양 등이 구강에 나타날 수 있으므로, 오히려 치과의사가 이를 먼저 발견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전신질환의 증상이 구강에 나타나며, 반대로 구강 내 세균들이 전신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도 이미 많이 나와 있다.

 

근거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는데도, 논란이 조장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분리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분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에 필자는 이제 진료 범위 문제가 법적 논쟁이나 혹은 의사와 치과의사의 판단보다 환자들의 능동적인 선택의 문제로 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악교정 수술이 그 대표적인 예다. 구강악안면외과 선생님들의 숱한 노력으로, 많은 환자들은 지금 악교정 수술이 성형외과보다 구강악안면외과에 적합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구강악안면외과에서 악교정 수술을 받으면 더욱 좋다고 홍보했을 뿐, 성형외과 전문의의 악교정 수술을 법적으로 막지는 않았다.

 

사실 분리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분리하는 양상은 예전부터 있었다. 이를테면 치의학은 현대에 들어서 당연히 의학의 한 분야로 자리잡고 있지만, 치과는 순수하게 역사적인 이유 때문에 의과대학에 편입되지 못했다. 그렇게 결국 맞지 않는 논리들을 내세우고 서로 배척하고 갈등을 빚을 바에야, 차라리 교류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치과대학과 의과대학의 통합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비용과 개인 혹은 여러 단체들의 이익 등을 고려한다면, 차라리 치협이나 의협, 혹은 정부가 나서서 미국처럼 치과대학과 의과대학의 상호 교환교육 프로그램 등 보완책을 만드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치과의사의 코로나19 전문가 신속항원검사 허용 문제도 이같은 맥락과 다르지 않다. 방역활동 공로 표창장 수여식에 참여하면서, 필자 이외에도 대표로 오신 군의관과 공중보건의를 만나뵀다. 필자보다 훨씬 더 코로나 최전선에서 활동하신 분들이었다. 그런 분들이 있는 만큼, 국민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면, 교육이수를 통해 치과의사도 신속항원검진에 참여할 수 있는 물꼬가 트여야 방역에 한층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