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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MRI·CT 정보마저 민간 개방 추진하는 정부

기재부, 심평원·건보공단 데이터 개방 TF 설치
법적·기술적 논란 커…TF 구성엔 의료인도 배제

 

의료데이터 상업 활용에 대한 법적 논의가 충분히 진전되지 않았음에도, 정부가 환자 MRI•CT 영상 민간 개방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의료계로부터 날선 비판을 받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오는 11월 중에 ‘공공기관 데이터 개방 T/F’를 설치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 등이 보유 중인 의료데이터를 민간에 추가 개방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기재부의 이번 조처로, 이제 민간기업은 심평원이 보유 중인 환자의 MRI•CT 등 의료영상 데이터와 건보공단이 보유 중인 인플루엔자•천식•아토피 등 의료데이터 등을 사업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내년부터는 재가공 전 데이터인 이른바 ‘원천 데이터’도 민간에 제공될 예정이다.

 

이에 의료계 일부는 정부의 이같은 조처를 두고 너무 성급한 움직임이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의료데이터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검토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의 건강 관련 정보를 ‘민감정보’로 별도 규정하고 있다. 일반 개인정보는 지난 2020년 신설된 특례에 의거해 가명처리 되면 상업적으로 활용 가능하지만, ‘민감정보’도 특례에 해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법령에 정확히 명시되지 않았고 충분한 논의도 진전되지 못한 상태다.

 

이에 정부는 의료데이터가 철저한 비식별화 과정을 거쳐서 개방되므로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에 따르면 완전한 비식별화가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혼재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논란이 있음에도, 기재부는 이번 T/F에 의료인을 포함하지 않고 오직 데이터 전문가만 배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모든 개인정보가 동등하게 중요하고, 의료 분야만 우대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에 MRI•CT 등과 함께 공개되는 데이터는 청약•입주물량, 철도이용객 선호 방문지 등 관광패턴, 토지 낙찰가•공시지가 등으로, ‘민감정보’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한 헬스케어 산업 전문가는 “민감정보를 가명처리해서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관련 법령에 명확히 명시되지 않았고, 개인정보보호법상 특례 적용도 어려운 상황이다. 나아가 정부는 각종 가이드라인에 민감정보도 가명처리 후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오히려 기업들은 사후 법적 충돌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관계자는 “민간기업 입장에서, 보건의료 데이터는 결국 특정 대상을 최대한 식별할 수 있어야 그 활용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정부가 비식별화를 주창해도, 구조적으로 보면 의료데이터 민간 개방은 그 자체로 개인의 민감정보 침해 위험을 고스란히 내포하고 있다. 게다가 MRI나 CT 같은 의료영상 데이터는 비식별화 자체도 쉽지 않다. 의료데이터의 이같은 특성을 고려하지도 않고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부치고 있는 것도 모자라, 데이터에 직접 관여한 의료인마저 논의에 배제시키고 있으니 황당할 따름이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