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문제는 이제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3일 서울시 구회 가운데 서초구에
이어 두 번째로 장애인 치과무료진료소를 개소한 중랑구회 鄭聖和(정성화) 회장과 이날
축사를 한 유창균 중랑구의회 의장은 이같은 말을 했다. 특히 이날 鄭 구회장이 우리 나라
장애인 가운데 후천성이 95%라며 누구도 장애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한 대목은
참가자들의 가슴에 깊이 와 닿았다.
누구라도 장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국가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어느 누구도 감히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다.
그동안 우리 나라 정부는 산업발전 제일주의의 단일목표에 빠져 그로 인해 소외받고
고통받는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를 거의 하지 못해 왔었다. 근근히 사회봉사단체에
의존해 왔지만 그들 단체에 대한 후원조차 생각치 못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현상은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복지국가를 표방하며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정책으로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말단 공공기관에서는 아직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구호에만 그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정진택 중랑구청장의 자조어린 고백처럼 구청에서 망원동에 마련했다는 구내
장애인을 위한 자활 작업장이 건물 2∼3층에 위치해 있더라는 지적은 정부의 정책 따로,
일선 공무원 따로라는 인식을 지울 수 없게 하는 대목이었다.
장애인 문제는 사회전반의 인식이 선진화돼야 가능한 문제이다. 사회전반의 노력은 정부와
사회단체, 그리고 교육과 계몽활동 등을 통해 실현해야 하는 종합적인 과제이다. 그러한
과제의 선봉에 치과계가 오래전부터 솔선수범하여 나서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부 시도지부에서 5년전부터 장애인을 위한 치과진료사업을 펼쳐 온
것이나 최근들어 서초구에 이어 중랑구에서도 치과무료진료소가 탄생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치과의사들의 사회봉사 참여 열기를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치협 차원에서는 최근
기획위원회와 공보위원회가 중심되어 장애인 치과진료가 가능한 치과의원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전국을 연결,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여 손쉽게 장애인 치과진료를 받을 수
있는 치과병·의원을 찾게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치협은 6월부터 전국 치과의원을
대상으로 장애인 치과진료가 가능한 치과병·의원들을 선별, 디렉토리를 구성한 후
공보위원회에서 9월 구강보건법이 발효되는 시점을 맞아 이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여
봉사하는 치과인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치과계의 이같은 활력 넘치는 움직임은 단순한 일회성 기획이 아닌 국민 속에서 정착하여
진정으로 봉사하는 치과의사상을 제대로 심어 줄 수 있는 좋은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앞으로도 제2, 제3의 중랑구회, 서초구회가 나와서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장애인에
대한 무료치과진료가 행해질 수 있다면 치과의사들이 국민들 속에서 진정한 슈바이처로
각인될 날도 머지 않다고 본다. 진정한 봉사자세를 지닌 치과의사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