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천라(加壽天羅)’, 발음만 듣고 연상되는 먹을 것이 있을까. 힌트를 조금 주자면 ‘천(天)’을 일본어로 ‘텐’이라고 발음한다. 1932년 조선신보에 실린 한 제과점 광고에서는 카스테라를 일본어로 음차해 가수천라로 소개하고 있다.
인천에서 개원하고 있는 이창호 원장(이&김치과)이 빵에 대한 이처럼 흥미로운 얘기들을 가득 담아 최근 ‘궁금했던 한반도 빵 이야기(출판 인천투데이)’를 펴냈다.
이창호 원장은 인천 월미도에 자리한 ‘꿈베이커리’ 이사로 참여하며, 지역아동센터를 통한 어려운 아이들, 취약계층 노인들에 연간 8만 개의 빵을 나눠주는데 앞장서고 있는 인물이다.
이 원장은 “꿈베이커리 일을 하며 개항지 인천에 빵의 흔적이 있지 않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베이커리를 찾는 손님들에게 지역적 특색이 담긴 빵 얘기, 인천의 근대문화 등을 함께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관련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내가 원하는 빵에 대한 자료가 없었다. 그러다 내가 책을 쓰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궁금했던 한반도 빵 이야기’에는 흘레발, 브레드, 빵, 팡 등 빵의 유래와 함께 한반도 최초의 상업적 제빵소, 서양 빵의 발달사와 한반도의 빵, 100년 전의 빵들, 우리나라 대도시별 제과소의 발달과 특징 등 빵과 관련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의 얘기들이 담겨있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 제빵소의 흔적을 조선 최초의 호텔이었던 인천 ‘대불호텔’에서 찾을 수 있다는 얘기가 흥미롭다. 당시 대불호텔은 서양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첨단에 있었는데, 이 원장은 1800년대 독일 잡지에서 다룬 대불호텔 간판에 적힌 ‘MEAT & BREAD’란 단어를 찾아냈다.
이 원장은 “당시 호텔 코스요리에 빵이 나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개항기 인천으로 밀가루가 먼저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과도 연계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빵의 흔적을 찾아 하나하나 자료를 찾아가기 시작했고, 관련 글을 인천 지역지에 기고하게 됐다. 그 내용들을 묶어 펼쳐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책을 구성하며 관련 삽화들을 디지털화로 선명하게 표현하는데 힘썼으며, 빵과 관련된 어려운 단어도 풀어서 쉽게 설명했다.
이창호 원장은 “꿈베이커리 운영 활동을 하며 어린이들이 꿈을 꾸며 성장해 가는 세상을 꿈꿨다. 그러면서 나의 꿈도 생각해 봤다. 내가 좋아하고 나만 아는 영역을 담은 좋은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쓰는 일은 기쁨과 스트레스가 공존하는 일로, 그 과정에서 공부하고 자료 찾는 일이 나에겐 여행같이 느껴져 즐거웠다”고 했다.
이 원장은 “이번에 발간한 빵에 대한 이야기가 혹여나 제빵사를 꿈꾸는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꿈베이커리를 빵과 마음의 양식이 함께 하는 공간으로 운영해 가며, 빵을 찾는 분들에게 빵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를 함께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