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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력보다는 방향

스펙트럼

어느덧 봉직의 생활을 시작한 지 6개월이 흘렀다. 동기들과 간간이 주고받는 근황 속에는 “누구는 벌써 어떤 술식을 했다더라”, “누구는 어디에서 얼마를 받는다더라” 하는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섞여든다. 다른 동기의 빠른 임상 속도나 높은 급여 이야기에 스스로 조급해지기보다는, 이러한 상황이 묘하게 익숙하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또래 친구들과 다른 속도로 살아왔기 때문인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부분의 친구들이 수능 성적에 맞춰 바로 대학에 진학할 때, 나는 N수의 길을 선택했다. 20대 초·중반에 또래들이 군 복무를 마치고 있을 때, 나는 스물아홉이라는 나이에 현역병으로 입대했다. 치과대학 학부 시절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시 필기를 준비하던 시기에 누구는 벌써 2회독을 끝냈다는 말이 돌았고, 원내생 실습을 돌 때는 누군가 특정 과의 정해진 점수를 훨씬 상회하는 정도로 채웠다고 하는 식이었다. 그때도 나는 동기들보다 한 템포 늦은 위치에 있었지만, 초조하다거나 다급하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여태 살아오면서 남들과 같은 속도로 갈 수 있었던 몇 번의 분기점이 있었다. 수능 재수를 마치고 정시 지원했던 학교로부터 합격증을 받았던 때. 수능 삼수를 결심하기 전, 삼립공장 외부 협력업체에서 일하며 본사 정직원 전환을 권유받았던 때. 그리고 농촌진흥청 6급 연구직 공무원 시험에서 합격 평균 점수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아 연구직 공무원으로 나아갈지를 고민했던 때가 있었다. 이러한 모든 순간마다 나는 “이 길이 빠른가?”보다 “이 길이 맞는가?”를 먼저 생각했다.


봉직의 생활을 함께하고 있는 동기들과 엄밀히 비교해 보면, 나에게 주어지는 술식 케이스 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대표원장님으로부터 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각 술기의 기본부터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배우고 있고, 기회가 될 때마다 손바꿈을 통해 케이스를 경험시켜 주시는 덕분에 오히려 더 깊이 있는 임상적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되돌아보면, 이런 식의 걸음이 나에게는 가장 잘 맞고 자연스러운 것 같다.

 

남들과 같은 속도로 가는 것도 중요하다지만, 내게는 결국 어디로 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속력보다는 방향을 잃지 않으려 한다. 이전에도 그래 왔듯, 그 방향이 나만의 속도를 만들어 줄 테니까.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