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에게 이런 길도 있다고 알려주는 하나의 모델이 되고자 한다. 구강병리과 전문의를 딴 후 전공을 살리기 위해 무조건 대학병원을 가야만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참고했으면 한다.”
윤정훈 원장(연세구강병리과치과)이 원광대 대전치과병원구강병리과 교수직 퇴임 후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9월 중순 국내 최초 구강병리과 전문 치과의원을 개원했다. 해당 치과에서는 충치 치료, 보철 등 여타 일반 치과 진료는 하지 않고 구강병리 관련 검사와 진단만 전문으로 한다.
윤정훈 원장은 “나보다 진료를 잘할 수 있는 분은 너무 많다. 내가 잘하지 못하는 걸 억지로 하고 싶지 않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며 진료를 과감히 포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의과의 경우 병리과 개원이 드물지 않은 일이지만 치과에서 진료 없이 병리만 하는 것은 윤 원장의 사례가 처음이다. 현재 국내에서 치과 관련 조직검사를 수탁하는 기관은 서울대치과병원뿐으로, 구강병리 전문 기관이 부족한 현실에 일부 치과에서 의과의 병리과의원에 조직검사를 위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치과의 특수성이 잘 반영되지 못해 적절치 못한 진단을 받는 불편함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윤 원장은 “대학병원의 경우 교수들 스케줄이 꽉 차 있기 때문에 병리 진단의 신속성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또 의과 병리과에 맡길 경우 정확한 진단명이 아닌 보이는 소견을 설명하는 식으로 작성해 줄 때가 있다. 그럼 치과의사가 재차 확인해야 한다”며 “하지만 환자들이 조직검사를 하게 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 구강병리과치과의원의 장점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서 윤 원장은 조직검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윤 원장은 “환자 진료 시 나오는 조직을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별 이상이 없지만 해당 조직을 예방 차원에서 검사했다면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던 사례가 적지 않다”며 “예방 차원에서 조직검사를 진행하면 혹시나 있을 의료 분쟁 예방에도 도움이 되고, 환자 입장에서는 빠르게 질환을 파악할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윤 원장은 구강병리과 후배들에게 하나의 모델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표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이런 길도 있다고 알려주고 싶다. 나는 진단만 하지만 굳이 진단만 할 필요는 없다”며 “구강병리 검사·진단실과 치과 진료실 두 분야를 모두 갖추고 하게 되면 수익적 면에서도 괜찮을 거 같고 더불어 전문성도 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