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30 (수)

  • 맑음동두천 23.2℃
  • 맑음강릉 26.0℃
  • 맑음서울 21.7℃
  • 맑음대전 23.5℃
  • 맑음대구 21.6℃
  • 맑음울산 23.3℃
  • 맑음광주 21.5℃
  • 맑음부산 20.0℃
  • 맑음고창 21.6℃
  • 구름많음제주 18.8℃
  • 맑음강화 19.7℃
  • 맑음보은 21.5℃
  • 맑음금산 23.8℃
  • 맑음강진군 20.6℃
  • 맑음경주시 24.4℃
  • 맑음거제 20.6℃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릴레이수필-제773번째 이야기>
모순의 두가지측면, 그리고 인터넷에 대한 단상
문성철(가톨릭대학교 성 빈센트 병원 치과)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문제 거시적·미시적 두 모순 존재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은 거시적인 모순과 일상적이고 미시적인 모순이라는 두 가지 측면이 존재합니다. 전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시스템과 방향을 결정하고, 후자는 일상적으로 우리 생활에 그러한 모순을 투영합니다. 물론 이 두 가지 측면을 명확하게 나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겠으나, 또 그 두 가지 측면을 혼동한다면 아무 것도 해결이 되지 않겠죠. 의약분업과 관련된 일련의 많은 일들과 말들, 특히 인터넷에서 익명성을 무기로 원색적으로 부딪히는 입장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우리들은 숨겨져 있거나 너무 거대해서 잘 보이지 않는 거시적 문제보다는 자신의 터미널을 통해 보이는 미시적 문제에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제 소견으로는 개원의들의 폐업과 전공의의 파업은 여타 직능단체들의 시위나 임금노동자들의 파업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없습니다. 어떤 것이든 단편적으로 보면 이익과 밥그릇 싸움 같지만, 그 배경에는 항상 더 근본적인 시스템의 문제가 깔려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한 이런 협상은 비도덕적이며 애초부터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는 말도 한편으로는 맞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맞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어느 직업이 갖는 사회적 역할과 그것의 효과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인명의 손실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파업의 예를 들자면, 지하철 노조의 파업은 정비불량이 초래할 수 있는 대형사고의 위험이 있고, 항공관제사의 파업 또한 마찬가지 이유로 재산상의 손실뿐만 아니라 대량의 인명손실을 예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인명의 존귀함을 숫자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직능에 충실하지 못하여 숙취 속에서 수술하는 외과의사보다는 숙취 속에서 운전하면서 한 손으로 휴대폰 받는 만원버스기사가 더 비도덕적이며 위협적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현재 우리사회의 기본골격은 전산시스템으로 대부분 대체되어 있으므로, 어쩌면 전산담당자들의 파업이 어떤 경우보다도 더 많은 재산과 인명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고 따라서 더 비도덕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전산시스템의 이상으로 초래되는 핵전쟁, 대량파괴 등은 미래재앙영화에서 애용되는 소재 아닙니까? 그러나,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앞에서 제가 든 예들은 한편으로 진실을 일부 반영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 왜곡된 진실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어떤 두개의 입장을 비교할 때, 위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과 예를 설정하면서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고, 더욱 큰 문제는 자신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가, 결국 원색적인 감정대립과 판을 깨버리는 zero-sum game으로 가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어느 한가지 면 만을 볼 수 있는 것보다는, 두 가지 이상의 여러 가지 면을 볼 수 있는 것이 더 현명한 것이겠고 더 나아가서 시스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안다면 시스템 전체의 안전을 해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겠죠. 시스템의 문제를 올바로 인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이것을 해결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20 세기 초반에 맑스는 당시의 제일 중요한 시스템 문제가 자본과 임금노동의 모순이라고 주장하였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시행된 ‘프롤레타리아 정권의 수립’이라는 대단위 사회적 실험은 결국 실패하였습니다. 이것에 대하여, 혹자는 아직 생산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짜르 치하의 봉건적 초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루어진 사회주의 혁명이 가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라고 보기도 하고, 혹자는 사회시스템의 문제는 파악했지만 그 시스템을 굴러가게 하는 인간들의 심리적 동인을 조절하는 요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결과로 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프롤레타리아 권력의 수립으로 사회주의 혁명이 완료되는 것이 아니고, 사회의 문화와 그것에 의해 영향받는 사회구성원의 가치관이 바뀌어야 비로소 혁명이 완수된다고 주장했죠. 그러나, 자아비판시간과 협동농장, 사회주의 문화혁명이 문제를 해결 하고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모든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안전과 쾌락(행복)’이므로 인간의 활동을 자극하는 가장 큰 심리적 동인은 ‘두려움과 욕심’입니다. 사회주의 체제보다는 자본주의 체제가 이것을 더 강력하게 자극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체제의 활동성과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