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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수필 - 제774번째 이야기>
꼬마환자 이야기를 시작하며
송철호(대전시 동구 송철호치과의원 원장)

나는 엄지 손가락으로 코도 함께 막는다. 하지만 코를 오래 막고 있으면 죽으니깐 잠깐씩만 막았다 떼어줘야 한다. 대개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치과는 무서워하는 곳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는 많은 치과의사들은 아이들 치료하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는다. 나는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아이들 치료하는 것을 좋아하는 몇 안되는 복받은 사람이다. 내 성격이 좋다는 자랑이 아니라, 오히려 나는 성격이 좀 급한데가 있고 화를 감추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사실 치료를 잘 받지 못하는 애들을 보면 눈에 보이게 화를 내는 편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 병원에 오는 애들은 10명중 한두명만 빼고는 아주 말을 잘듣는, 치료를 잘 받는 애들이다. 하지만 착한 애들보다는 마음에 안드는 애들이 기억에 남는 법이다. 치료받을 때 전혀 울지 않는 애들도 많지만, 아프게 치료할 때 울고 안아픈 치료할 때 울지 않는 애들은 마음에 드는 아이들이다. 정직하니까.. 내가 싫어하는 애들은 계단 올라오면서부터 우는 소리가 막 들리고, 치료하는 의자에 올라오지도 않는 아이들... 이런 애들은 대개 실컷 맞고서 치료하거나 (물론 내가 직접 때리진 못한다) 못 움직이게 꽉 붙잡고 치료하거나 아니면 치료를 포기하고 돌아가거나 셋중의 하나다. 물론 때리지 않고도 애를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HOM 테크닉이란 건데 우는 애의 입을 손바닥으로 막는거다. (나는 엄지 손가락으로 코도 함께 막는다. 하지만 코를 오래 막고 있으면 죽으니깐 잠깐씩만 막았다 떼어줘야 한다.) 애들은 울때 대개 입으로 숨을 쉬는 것 같다. 그래서 입을 막으면 순간적으로 숨이 막혀서 난생 처음 겪는 고통을 받고 그 난리치던 애가 순식간에 쫙 늘어지는 경우가 많다. 나도 몇번 해봤는데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지곤 한다. 물론 그 다음에 치료하는건 아주 쉽다. 하지만 이 방법은 병원 차리고서 해 본적이 없다. 아이에게 주는 정신적인 충격도 그렇고 이렇게까지 해서 치료해야하나 싶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치료받기 전에 난리치는건 겁과 고집때문인것 같은데 대부분 달래는게 소용없다. 사실 치료하려면 아픈걸 자신의 의지로 참아내야하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에.. 억지로 꽉 붙잡고 하는 방법도 사실 내키지 않는 방법이다. 아무리 작은 애라도 죽을 힘을 다해서 몸부림을 치기 때문에 엄청 힘이 든다. 움직이지 못하도록 꼭 묶어두는 옷(페디랩이라고 부른다)이 있지만 나는 사용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부모가 직접 붙잡는게 좀 더 인간적인 것 같아서. 사실 이렇게 힘들게 해줘도 좋은 소리 듣기 힘들다. 오히려 애한테 잘했다고 하지, 우리에겐 화를 내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미리 붙잡고 한다는 동의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싫어하는 애만 있는게 아니다. 내가 싫어하는 부모들도 많다. 대개는 엄마랑 함께 병원에 오니까 엄마가 해당되겠다. 우선 애한테 거짓말을 하는 엄마가 싫다. 오늘 치료 안하고 검사만 할거라는 둥 (그런 엄마들은 정말 검사만 하고 돌아가줬으면 좋겠다) 하나도 안아플거라는둥.. 나는 아이에게 가급적 거짓말을 안한다. 아픈거 하면서 안아프다고 하면, 나중에 정말 안아픈 치료를 할 때도 애가 그걸 믿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육적으로도.. 거짓말을 안하는게 더 나을 것 같다. 마취 주사를 놓기 전에 꼭 아플거란 말을 한다. 아프지만 참을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내가 그말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옆에서 엄마는 하나도 안아프다고 하는 분이 많다. 정말 얄밉다. 그렇게 싫은 애들과 부모들만 있으면 근무시간이 지옥같겠지만 실상은 착한 아이들이 훨씬 많이 온다. 유독 우리 병원은 그렇다. 직원이 바뀔 때, 다른 치과에서 일하다 우리 치과에 온 위생사들이 제일 먼저 놀라는 점중의 하나다. 아이들이 다 착하다고.. 나는 울면서 의자에 앉지도 않는 아이들을 보면 엄마에게 얘는 치료 못하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안그런 애가 어디있냐는 엄마들이 많다. 자기 아이 생각만 하나보다. 하지만 계속 병원에 다니다보면 정말로 다른 애들은 대부분 치료를 잘 받는데 자기 애만 치료를 못 받는다는걸 엄마도 알게된다. (사실 이건 병원에 오는 애들의 분위기가 중요하긴 하지만 우리 병원은 그렇다.) 더구나 이 동네엔 맞벌이가 많기 때문에 국민학교 1학년만 되면 부모없이 혼자서 오는 아이도 꽤 된다. 동생까지 데려오는 아이도 있고.. 그러니 혼자서 와서 잘 치료받고 가는 아이들을 보면, 대개 그런 말하는 엄마들이 자기 애가 다른 애보다 뒤떨어지는걸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서 결국 자기 아이를 무지무지 혼내는걸 많이 봤다. 나는 맘에 안드는 아이가 혼나는걸 지켜보며 속으로 콧노래를 부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