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대회의실에서 2002년도 한국보건행정학회 전기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날 ‘우리나라 의약분업정책 시행 2년의 평가와 교훈’이라는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정기택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신제도주의 관점에서 본 의약분업 이후의 의료공급 행태 및 구조변화’라는 주제의 발표를 했다. 이에 본지는 정 교수의 발표내용을 발췌하여 소개한다.
<편집자 주>
의약품 오남용·임의조제비율 감소 효과
중소병원 도산 증가·보험재정 악화 초래
I. 서 론
1. 연구배경 및 목적
2000년 8월 시행된 의약분업은 우리 의료체계의 체질을 바꾸어 놓았다고 볼 수 있는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정책이었다. 그 이후 2년간 우리 의료계에는 많은 변화가 지속되고 있다. 거시적으로는 의료이용의 증가 및 경로의 변화로 인한 정부 건강보험의 재정적자, 봉직의들의 개업러시, 중소병원의 도산비율 증가 및 약국의 대형화, 제약회사의 마케팅 관행 변화 등을 들 수 있다.
미시적으로는 의약분업정책의 기본 목표였던 의약품의 오남용 감소, 외래 투약일수의 증가, 약사의 임의조제 비율 감소 및 과다처방의 감소 등을 들 수 있는데 이에 관해서는 최근 국책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평가결과가 제시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의약분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변화이며 일부는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다양한 변화 중에서 본고에서는 의료제공과 관련된 부분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지금까지 시행된 대다수의 연구가 의약분업의 정책목표 달성여부에 중점을 둔 것과 달리 본 연구에서는 의약분업 시행 이후 의료공급과 관련된 변화를 신제도주의적 관점에서 거시적으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또한 기존 연구결과에 대한 비평과 결과의 재해석을 시도해 보고 향후 보완되어야 할 연구분야를 제시하고자 한다. 자료수집이 가능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보건경제학 이론에 기초하여 직접 분석한 결과를 기존 연구결과와 비교해 보기도 하였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과 시장실패로 인해 의사와 환자간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고려할 때 의료제공 행태에 대한 논의에서 의료이용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수월치 못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따라서 본고의 일부에서는 의료수요와 재정문제를 논의하고 있음을 미리 밝혀 두고자 한다.
2. 의료제공 행태의 범주
의약분업과 관련된 의료제공의 변화 중에서 처방내용 및 과다처방과 관련된 행태의 변화에 관해서 가장 많은 분석이 수행되어 왔다(장선미 2001, 이의경외 2002). 이와는 대조적으로 처방과 조제가 분리됨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의료이용경로의 변화에 대해서 깊이있는 연구가 아직까지 발표되고 있지 못하다. 즉 약제수입이 줄어든 외래에서 어떠한 행태변화가 예상되는가에 관해서는 이론에 따라 다양한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예컨대, 조제수입이 없어진 반면 처방수입이 신설된 의료기관에서 투약일수를 줄임으로서 내원건수를 높일 것인가 아니면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높아짐에 따라 내원을 꺼리는 환자의 의견을 반영할 것인가 등과 같이 인센티브변화에 따른 행태변화는 기존 보건경제학 연구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던 주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건강보험 재정에 관한 연구에서는(김병익 2002.02) 과거 약국사용자 대다수가 외래로 내원할 것이라는 가정하에서 추가적 재정적자가 얼마나 발생할 것인가를 추정하고 있다. 또한 임의조제가 주종을 이루었던 약국 서비스에서 조제비중이 얼마나 증가하였는가는 많은 연구에서 제시되고 있다(조재국 2001, 김병익 2002).
의료제공 행태와 관련하여 간과되고 있는 중요한 측면은 의약분업으로 인해 초래된 의료공급의 생산요소(직종별 인력, 기술 및 설비, 병상)의 임금과 구입비용이 변화함에 따라 생산요소간 한계대체비율이 변화하였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서 의료기관 특히 병원들에서는 직종별 인력고용이나 설비투자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아직까지 이같은 변화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에는 다소 이른 점도 있을 것이나 직종별 인력수요 및 채용의 변화는 의료체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향후 연구되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장기적으로는 전공의들의 진료과목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가의 상대가치 변화에 따라 전공의들이 선호하는 진료과가 변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내외에서 많은 연구가 수행되었으나 의약분업이 약제수입이 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