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협력 하러 왔습니다”
관광지로만 인도 하는
북측에 강력항의
결국 평양의대
구강과 둘러봐
의구심 갖는 북측에
남북 협력 창구 단일화
설득 “진땀”
북측 “남쪽 여러단체
만났지만 결과물 없다”
시큰둥
치의학 분야의 남북 교류는 우리민족 서로돕기 보건의료협력본부를 통해 지난해 7월부터 본격화 됐다. 치협 등 6개 보건의료 단체로 구성된 협력본부를 중심으로 대북지원사업에 나서, 우선 각 단체가 1억원씩 모두 6억원을 갹출해 북한에 ‘정성제약’을 설립한다는 취지였다.
이 일로 우리민족 서로돕기 대표단의 일원이 된 치협은 이미 2차례나 북한을 방문해 의학협회 구강의학부문위원회와도 교류를 텄다. 김광식부회장이 1차로 다녀왔고, 조영식 당시 기획이사(현 보험이사)가 두 번째 방북에 나서 유니트체어 5대를 지원키로 약속하고 돌아왔다.
따라서 치협의 이번 3차 방북은 그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남북 협력사업을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이끌 방안을 찾아보자는 의도에서 준비됐다.
방북단은 정재규협회장과 주무 이사인 필자로 정해졌고, 지난해 치협을 통해 기증한 유니트체어의 사용상태를 살피기 위해 (주)신흥의 지승현 상무가 일정을 같이하게 됐다. 방문형식에서도 우리민족서로돕기 보건의료협력본부 차원이 아니라 치협과 한의협의 개별 단체간 접촉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1, 2차 방북과는 차이를 보인다.
리문환 아태부위원장의 환영
이런저런 사정으로 미뤄지기만 하던 방북 일정이 6월 17일부터 22일까지로 잡히자 곧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북측과 협의할 내용들을 나름대로 정리하고 치의학용어집과 치과대학 현황 등 북측에 우리 치과계를 보여줄 자료들도 가방 가득 준비했다. 의제로는 ‘통일 대비 남북한 구강보건 통합기반 조성’을 대명제로 ▲치협 주관의 남북교류 협력사업 협의 ▲남북공동 치의학 연구사업 추진 ▲각 치과병의원, 치과대학, 치과학회 등 양측 치과 단체간 협력교류 추진 등의 방안을 구체화 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방침을 정하고, 북측에도 미리 우리의 이런 뜻을 전달해 두었다.
6월 18일. 동반 방북키로 한 한의협 인사 2명과 우리민족서로돕기 사무국장을 포함해 일행은 모두 6명이었다. 베이징에서 1박 후 고려민항을 이용, 평양 순안공항으로 향하는 코스였는데,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 北은 이미 우리들 가까이에 와 있었다. 기내 음악도 분위기도 승무원들의 어투도 고집스러울 정도로 독특한 북의 그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서해를 가로질러 북의 영공으로 들어서는가 싶더니 창밖으로 해안마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묘한 심정이 되어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아 저기가 북한이구나.’
하지만 막상 순안공항에 내려서는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어디건 사람 사는 곳은 다 마찬가지’라는 대범을 가장한 탓도 있지만, 어줍잖은 여행객 행세를 애써 경계한 때문이었다. 정재규협회장과 필자는 그저 순례자처럼 근엄하게 표정을 굳힌 채 치협 3차방북단의 이름으로 조선인민공화국의 입국심사대에 대한민국 여권을 내밀었고, 대신 닷새 동안 함께 체제를 나눌 풍광 좋은 북의 山河들이 공항청사 저편에서 설핏 우리에게 기분 좋은 인사를 건넸을 뿐이었다.
북측 인사와의 첫 대면은 숙소인 고려호텔에서 있었다.
김일성 동상이 있는 만수대를 들러 오는 바람에 5시가 넘어 호텔에 도착한 그날 저녁, 리문환 아태부위원장이 초청만찬을 연 것. 이 자리에선 리문환 부위원장이 환영사를, 그리고 정재규 협회장이 답사를 했다.
리문환 부위원장은 환영사 곳곳에서 남측에 고마움을 표시했고, 정 협회장은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교류로 남과 북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요지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서로 돕고 살자는 자리인 만큼 분위기가 나쁠 리 없었다.
평양의대병원 구강과
본격적인 방북활동은 도착 이틀째인 19일부터 시작됐다. 일정을 미리 알려주지 않는 그쪽 스타일이 답답하긴 했지만, 애써 만경대니 만경봉이니 개선문이니 옥류관이니를 따라 다녔다. 하지만 오후에 조차 별다른 통보 없이 우리를 동명왕릉으로 안내하는 데야 참을 수가 없어 불평을 터트리고 말았다.
‘우리가 놀러 온 것이 아니잖느냐. 이쪽 구강병원도 봐야 하고 회의도 해야 하는데 관광지로만 다니다 무얼 갖고 남쪽으로 가라는 말이냐.’
결론부터 말하자면 관광으로 짜여진 일정 틈틈이 우리는 보건의료협력본부의 성금으로 지은 정성제약과 평양의학대학병원과 고려종합병원 구강과, 그리고 고려산원(산부인과)을 둘러봤고 협의 파트너인 리무남 부위원장과는 두차례 회담을 가졌다.
이날도 우리는 크게 불평을 터트린 연후에야 간신히 평양의학대학 병원으로 안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