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사업 시각차 뚜렷
의향서 작성 산고끝에 나와
치협성금으로 지원
정성제약 방문
코 끝 찡해
3시간 마라톤 협상
서로 양보 수준서 작성
남북협력 진일보 이끌어
북한은 상상보다
구강보건 인프라
취약 느껴
리무남 부위원장(조선의학협회 구강의학부문위원회)은 중키에 마른 몸매로 처음 보기엔 무척 고지식한 인상이다. 하지만 얘기를 진행하는 동안 협의 파트너로는 별다른 하자가 없는 인물이란 느낌을 갖게 됐다. 그 쪽 의사결정 체계상 즉답을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거란 점만 감안하면 복선없이 대화를 이끈다는 점에서 오히려 함께 일하기에 적당한 성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와는 21일 저녁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아 두었다.
방북 3일째인 20일엔 그야말로 관광객이 되어 북한의 산천을 쏘다녔다. 마음 같아선 불쑥 불쑥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 나서고 싶지만 일정에 관한 한 우리에겐 권한이 없다. 참다못해 가끔씩 내뱉는 불평이 그날 스케줄에 어느 정도 반영이 되기도 하는데, 기본적으론 ‘오늘은 어디 어디를 가게 된다’는 설명마저도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 생략해 버린다.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지는 건 언제나 우리들일 수밖에 없는 접대구조였다. 거참….
그날도 우린 ‘왜 구강종합병원을 보여주지 않느냐’고 아침부터 안내원들에게 투덜거렸다. 그쪽 얘기론 ‘병원이 지금 증축중이어서 가봐야 마땅히 볼 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일행은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가 외국에서 받은 선물들을 전시해 놓은 국제친선교류관에서 오전 2시간을 보냈다. 그리곤 묘향산으로 우리를 안내했는데, 그곳에서 가진 야외식사는 그런대로 우리들을 흥겹게 해줬다.
대동강변의 구강종합병원
시원한 계곡 옆에 자리를 잡고 향산호텔 소속 도우미들의 시중을 받으며 먹는 사슴고기는 육질부터가 벌써 달랐다. 소주와 맥주를 곁들인 다음엔 자꾸 노래를 부르라고 해 머뭇거리고 있었더니 도우미 중 한명은 아예 ‘김일성 어쩌구…’하는 노래가사까지 수첩에 적어주며 불러보라고 다구쳤다. ‘워낙에 음치라서 내가 노래를 하면 묘향산 짐승들이 모두 이사를 가게 된다’고 발뺌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보경사를 들러 호텔에 돌아와서는 저녁을 먹고 아리랑축전을 참관했다. 말로만 듣던 카드섹션은 정말 장관이었다. 어쩌면 그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섬세한 그림들을 일사불란 표현해내는지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저걸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괴로운 연습들을 했을까를 생각하니 저절로 코끝이 찡해졌다.
이튿날인 21일은 아침부터 일정이 바빴다. 어제 하루를 공치게 한 것이 미안했던지 다짜고짜 우리를 데려간 곳이 고려종합병원(원장 김선무)이었다. 구강과엔 체어 2대가 놓여 있었고 치과의사 5명이 근무한다고 했다. 관계자들의 얘기로는 하루 4,50명의 환자를 본다고 했지만, 우리가 갔을 땐 그저 병원 전체가 적막하기만 한 상태였다. ‘부족한 것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들은 주로 재료나 소모품 같은 초보적인 진료에 필요한 물품들을 꼽았다.
점심식사를 마치고선 정성제약을 방문했다. 치협 의협 등 6개 보건의료단체들이 모은 기금으로 설립한 기초 의약품 제조업체여서 감회가 남달랐다. 단체별로 1억원씩을 갹출키로 한 이 사업에 치협은 현재 회원 성금 3천만원에 협회예산을 보태 6천만원을 기탁한 상태다. 아직 4천만원을 더 내야 하지만 모금 실적이 저조해 염을 못 내고 있다.
오후 4시가 지나서야 우리는 겨우 구강종합병원을 둘러볼 수 있었다. 그것도 대동강변에 신축중인 신관은 공사장만, 구관은 곁 모양만 구경했다. 말 그대로 구경이었다. 굳이 북측이 내부 공개를 꺼려하는 이유야 평양의학대학병원이나 고려종합병원에 비추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컸다.
산고 끝에 나온 교류‘의향서’
리무남 부위원장과는 저녁 6시에 만나 의향서 작성문제를 논의했다. 협력사업의 원칙을 상호 협의를 통해 명문화함으로써 이후 사업에 탄력을 얻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남북 교류사업을 대하는 양쪽의 입장엔 엄연한 시각차가 존재했으며, 이를 여하히 좁혀 가느냐가 의향서 교환의 관건으로 대두됐다.
협의에 들어가자 우리측은 치의학 현황에 관한 자료교환을 의향서에 삽입하자고 요구했다. ‘도와주려면 현황을 정확하게 알아야 할 것 아니냐’는 정재규협회장의 설명이 따랐지만 리 부위원장은 난색을 표했다. 상호협력이란 의미에 모두 포함되는데 굳이 ‘자료교환’을 명시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이유에서다. 대신 북측은 ‘남측이 구강종합병원 신축에 필요한 자재와 설비를 지원한다’는 문구를 넣고 싶어 했다. 구체적으로 철근 7백톤, 시멘트 1만톤 하는 식이었는데, 현재 북한의 입장에선 구강종합병원이 제대로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