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를 통해 본 설명의무의 범위
의사는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 환자 또는 보호자들에게 어느 범위까지 환자의 치료와 관련한 내용을 설명해 주어야 하는가?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늘 문제가 되는 것 중의 하나가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였는가 하는 것이다.
원고측으로서는 거의 예외 없이 의료진의 진료상 과실과 함께 설명의무의 불이행을 지적하고 피고측에서는 이에 대하여 수술동의서와 같은 부동문자로 된 서류에 원고측의 서명이나 기명 날인이 있음을 이유로(실제 치료과정에서는 모든 것을 자세히 설명하였다고 하며 단지 그러한 사실을 입증할 증거는 없으며 위 동의서와 같은 것들이 거의 유일한 증거라고 하면서)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러 번 강조하였거니와 판례는 의료진이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부동문자로 된 동의서 등에 서명날인을 받은 것만으로는 설명의무를 다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으므로(1994. 11. 25. 선고 94다35671) 되도록 수기(手記)로 후유증이나 다른 치료법에 대해 설명한 근거를 남겨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최근에 나온 하급심판결의 사안을 기초로 어떤 경우에 어떠한 내용을 설명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교통사고를 입은 환자가 치료 중 현훈(현기증), 이명, 좌측 청력저하 등의 증상을 보여 뇌 MRI촬영을 한 결과 좌측 소뇌교각 종양이 발견되어 종양제거술을 하기로 하고 그에 필요한 검사를 마친 후 수술을 시행하였다.
수술 직후 뇌출혈이 생기지 않았으나 몇 시간이 경과한 다음 다시 CT를 촬영해 본 결과 수술로 제거할 정도는 아니지만 좌측 뇌기저층 지주막하 출혈 및 소량의 뇌간 및 뇌실질내 출혈이 발견되었고, 그 후 뇌수두증 및 뇌부종이 생겨 수술로 출혈을 제거하고 소뇌의 1/3을 제거하였으나 환자에게 언어장애, 우측 반신마비, 좌측 안면마비의 증상이 생겼다.
위 사안에서 원고측이 의료진의 수술상의 과실 외에 주장한 것은 의료진이 원고측에게 종양제거술 외에 다른 치료방법인 추적관찰술, 방사선 치료술을 설명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원고로서는 다른 치료방법을 선택할 수 없었다는 것과 종양제거술을 포함한 치료방법이 가져올 수 있는 합병증을 설명해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측은 수술동의서를 증거로 제출하며 모든 사항에 대하여 설명을 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살피건대, 피고병원이 원고에게 종양제거술의 합병증이나 종양제거술 이외의 다른 치료방법, 특히 원고가 치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원고에게 종양제거술과 방사선 치료술의 장, 단점을 설명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라고 판시하여 치료방법에 대한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인정하였다.
또한 원고측에서는 치료방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더라면 종양제거술을 굳이 받지 않았을 것인데 이에 대한 설명이 없어 종양제거술을 받은 결과 이 건 손해가 발생하였으므로 이러한 설명의무위반은 환자의 신체에 대한 의료적 침습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될 정도이므로 배상액은 위자료가 아닌 원고가 입은 전 손해액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방사선 치료도 합병증이 있고 종양제거술이 뇌종양을 근치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방사선 치료만으로는 근치가 안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원고에게 종양제거술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라고 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이 판례에 의하면 원칙적으로 의사는 진료행위를 함에 있어서 광범위한 재량권이 인정되기는 하지만 환자에게도 치료방법을 선택할 권리가 있으므로 치료방법이 여러 가지인 경우 그에 대해 설명을 해 주어야 한다.
또 치료 후에 발생할 수 있는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가능성이 희박하다 하더라도 설명을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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