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환자에게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나?
의사는 환자의 치료와 관련된 모든 사항에 대하여 환자나 그 보호자들에게 설명을 해야 하는가?
의료소송은 다른 소송에 비하여 조정에 의하여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가 많고,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많아 법률심인 대법원으로 상고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런 이유로 선고되는 대법원 판례의 수도 다른 소송에 비해 적은 편인데 최근 설명의무의 범위와 관련된 대법원 판례가 선고되어 이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사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의사인 피고가 원고를 진찰한 후 원고의 왼쪽 발바닥에 난 염증을 봉와직염이라고 진단하고 그 부위에 대해 절제술을 시행하였으나, 수술 전에 필요한 방사선동위원소 검사, 혈액학 검사, 균배양 검사 등을 시행하지 않았다.
원고는 피고의 수술을 받았음에도 증상의 호전이 없어 다른 병원을 내원하여 다시 검사한 결과 편평상피세포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왼쪽 무릎 아래를 절단하게 되었고 그 후 피고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 건에서 원고는 ① 위에서 본 검사를 하지 않은 점, ② 초진시 세포암일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유일한 검사방법인 조직검사를 하지 않은 점, ③ 원고에 대하여 여러 차례 전원을 권유하면서 암일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아 원고가 전원하지 않은 점 등을 의사인 피고의 과실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① 주장에 대해서는 위 검사들이 봉와직염이라고 판단될 경우에 반드시 필요한 검사가 아니라는 점과 위 검사들을 하지 않은 것과 세포암의 발생 또는 무릎절단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배척하였고, ②, ③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가 절제술을 시행할 당시에 세포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 이미 원고의 상태는 무릎을 절단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으므로 조직검사의 미실시 및 세포암 일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은 것과 무릎절단과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특히 암일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은 점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의사의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가 수술시에만 한하지 않고 검사, 진단, 치료 등 진료의 모든 단계에서 각각 발생한다 하더라도 설명의무위반에 대하여 의사에게 위자료 등의 지급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의사가 환자에게 예기치 못한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의사가 그 행위에 앞서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나 진단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과 그로 인하여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성 등을 설명하였더라면 환자가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함으로써 중대한 결과의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설명을 하지 아니하여 그 기회를 상실하게 된 데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의미에서의 의사의 설명은 모든 의료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등 침습을 과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등과 같이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만을 대상으로 하여야 하고, 따라서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관한 것은 위자료 지급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위반이 문제될 여지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2001다81313).” 이러한 판시내용을 이 사건에 대입해 보면 원고에게 발생한 왼쪽 무릎 아래 절단이라는 결과와 피고가 시행한 절제술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비록 피고가 치료기간 중에 원고에게 세포암의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에게 위자료 지급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의료소송에서 설명의무가 인정되기 시작한 이후 계속적으로 판례는 그 범위를 넓혀 일부 학자들에 의해 비판을 받았으나 이제는 점차 설명의무의 내용 및 범위가 일정 범위로 정해지는 것 같고 위 판례 역시 이러한 판례의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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