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의료행위에 대한 폄하등
상호간 침뱉기식 갈등 문제
대외법률사무소
김선욱변호사
기원전 400년 즈음과 현재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을 보면 인간의 역사라는 것이 돌고 도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흥미롭다.
당시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기원전 약 460~375년경)가 활동하던 시기에도 의사들은 자신의 의술이 남다르다는 점을 돋보이게 하기 위하여 유창한 언변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한다.
고금을 막론하고 남다른 의술을 자랑하기 위한 방법이 여러 가지였겠지만, 타 의사와 자신을 비교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특히 문제가 되었던 것 같다.
가장 원시적으로 내가 다른 특정 의사보다 잘한다는 명시적인 말이야 하지는 않았겠지만, 다른 의사가 한 의료행위에 대하여 이를 폄하하거나 잘못된 것이라고 깎아 내리면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의료계 내부에서 문제였던 것 같다.
히포크라테스 선서(The Oath of Hippocrates) 중에 나는 동업자를 형제처럼 여기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보면 그 당시의 사정을 어렵지 않게 추론하여 볼 수 있을 것이다.
위 경구에서 동업자라는 것은 동료의사를 말하는 것이고 형제처럼 여긴다는 것은 비방하지 아니한다는 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잘못된 해석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구는 시대에 따라 그 해석방법을 달리하기도 한데 위 경구는 현재 우리 시대 의료계에서 너무도 소중한 금언인 것이다.
필자는 물론 의사는 아니다. 하지만 의료계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의료소송을 통하여 많은 의사들을 만나는 직업의 특성상 조금이나마 사회구성원으로서 독특한 직역인 의사라는 직업과 그 구성원에 대한 이해가 남다르다고 생각한다.
동업자를 형제라고 여기지 아니하고 동업자는 경쟁에서 따돌려야 하는 세상이 온 것일까? 더 나아가 동업자를 깎아 내리는 방식으로 자신을 올리는 세상이 된 것만 같아 슬프다. 요즘 의료현실이 그렇다는 말이다.
필자의 법률사무소에 와서 의료소송을 위임하는 적지 아니한 환자들을 통하여 안 사실이 있다. 환자들이 자신의 주치의가 진료한 의료행위에 대하여 의학적인 견지에서 평가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환자들이 이러한 의료지식을 어디서 얻은 것일까? 공부를 해서이기도 하겠지만 형제처럼 여겨야 할 동료 의사들로부터 교육을 받은 경우도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아니, 어떻게 이런 치료를 했을까 도무지 같은 의사의 입장에서 볼 때 납득이 가지 않는 군요.라는 같은 의사의 환자를 위한 말 한마디에 이전에 그 환자를 본 의사는 회복할 수 없는 위험상황에 빠지게 된다.
의사가 다른 의사가 잘못 진료를 하였다고 하는데 그 보다 더 환자에게 확신을 주는 말이 어디에 있겠는가.
더욱이 환자가 진료 받던 당시 의사가 좀 퉁명스러운 말을 하였거나 다른 불친절한 행동을 하여서 환자의 마음을 상하게 하였던 경우라면, 그 의사는 이제 복잡하고도 긴 민사소송이라는 절차를 시작하여야 하거나, 경찰서에 출석하여 조그마한 철의자에 앉아서 긴장한 상태에서 손에 땀을 쥐고 있거나, 막무가내로 항의하는 환자에게 어쩔 수 없이 항복하고 마는 씁쓸한 느낌을 갖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보통 환자들은 기자가 아니어서 취재원을 보호하지 아니한다. 아무개 원장이 그러는데 당신이 제정신으로 진료를 하였냐고 합디다라고 하거나 도대체 누가 그런 당치도 않는 이야기를 합디까?라는 의사의 물음에 아무개 원장이요라고 너무도 쉽게 취재원을 노출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인근 동료 의사들이 형제가 아니라 원수로 변화되고 이들에게 남은 것은 복수의 기회뿐이다.
의협 의사윤리선언(1997년) 제3장에는 동료 의사들과의 관계를 서로 아끼고 존중하여야 하고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을 행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료 보건의료인들의 의료행위에 대하여 비난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혹시 동료 의사들이 의학적, 윤리적 오류를 범하는 경우 그것을 알리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01. 4. 19. 제정된 의사윤리지침 제34조에도 유사한 내용이 규정되어 있다.
전문가는 사회적으로 전문 지식에 대한 인정을 전제로 한다. 전문가가 하는 일은 최대한 자율성을 존중하여야 하고 이는 일반 사회 구성원 뿐 아니라 같은 전문가 내부에서도 그리하여야 할 것이다.
요사이 전문가들의 수난시대라고들 한다. 전문가의 가치를 마치 장사꾼처럼 몰아붙이는 시대에서 전문가들을 돕는 편은 전문가들이 되어야 한다.
하늘 보고 침뱉기라는 속담처럼 동료를 욕하면 그 침은 다시 자신의 얼굴로 돌아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 보고 2003년에는 서로 아껴주어 형제 부럽지 아니한 우정과 애정이 의사들 사이에 더욱 싹트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