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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노래하는 즐거움에 삶이 변해"
제주도 부부합창단 단원 장원석 원장

치과에서 환자를 돌볼 때 나에게 돌아오는 모든 것이 당연하다고만 생각했었다. 여유없이 늘 달리기만 하고 살았으며 내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없었다. 하지만 부부합창단 활동을 시작하면서 나눔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고 환자를 보는 나의 관점도 많이 달라졌다. 내가 있어서가 아니라 환자가 있어서 내가 있는 것이며, 가족과 나의 인생이 발전되고 윤택해 진다고 바꿔 생각하게 되었다. 요즘 환자를 보면 행복감을 느낀다. -장원석 원장 독백 中-“ 저희 가족은 아침에 아내가 켜 놓은 촛불에 기도하며 온 식구가 하루를 맞이합니다.” 제주부부합창단 ‘느영나영’의 합창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원석 원장(서울·치대 84졸업) 가족의 아침 기도 제목은 ‘감사’다. 건강을 주셔서, 서로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셔서, 환자를 잘 돌볼 수 있게 해주셔서…. 장 원장은 “이러한 감사의 마음이 영원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우리가족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장 원장은 3년 전 제주부부합창단 ‘느영나영’의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면서부터 삶에 대한 가치관이 180도로 변했다. ‘느영나영’이란 ‘너랑 나랑’을 의미하는 제주도 방언으로 이러한 합창단 이름처럼 ‘나’만이 아닌 ‘너’, 넓게는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제주부부합창단은 신실한 부부애와 화목한 가정을 바탕으로 노래로서 함께 기쁨을 나누며 봉사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지난 2000년 12월말에 창단됐다. 현재는 치과의사, 초등학교 교감선생님, 세관직원, 방송인, 보험사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30여 쌍의 부부로 구성돼 있으며 매주 화요일 저녁 업무가 끝난 후 연습을 하고 있다. 매년 정기연주회, 음악캠프, 연주여행 등을 개최하고 있고 탐라합창제, 전국합창축제에도 참가하고 있다. 장 원장은 현재 중학교 3학년인 장남의 음악선생님 추천으로 2001년부터 합창단에 가입해 부인과 함께 활동해 오고 있다. “합창단 활동이후 자연스레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져 공감대 형성도 잘되고 대화도 더 자연스러워 졌어요. 무엇보다 서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죠”라며 장 원장은 예전보다 더욱 돈독해진 부부애를 과시했다. 부부 금실이 좋아 지다보니 가족의 화목지수는 언제나 맑음이다. “우리 부부가 워낙 노래부르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장남의 꿈이 가수가 됐을 정도예요.” 장 원장은 이다음에 아들이 자라 가수가 되면 전업 매니저를 해볼까하고 생각 중에 있다며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지었다. 합창단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4명밖에 없던 장 원장 내 핵가족은 백여명이 넘는 대가족으로 발전했다. 남편 합창단원끼리 또 부인 합창단원끼리도 서로 서로 너무(?) 친해져 소소한 집안사들을 공유하면서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누다보니 이제는 합창단원, 거기에다 그 식구들까지 모두 한 가족이나 진배없는 허물없는 사이가 된 것. 장 원장은 “가족 같은 단원들과 함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공연을 준비하고 그리고 그 결실이 무대에 올려지는 것 자체가 즐겁다”고 전했다. “머리는 히끗 히끗 하지만 까만 선글라스에 쫙 달라붙는 청바지 차림으로 소년 소녀 가장 돕기 그룹사운드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공연장에 오신 아줌마들의 열기가 십대소녀들은 저리 가라고 했을 정도였죠.” 그야말로 40~50대 오빠들의 멋진 무대 매너에 아줌마들이 한껏 반한 것. 그때를 생각하면 남진, 나훈아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연습이 끝나면 어김없이 찾아가는 우리 합창단원들의 아지트에서의 뒤풀이 역시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빠질 수가 없어요. 합창연습은 빼먹어도 뒤풀이만큼은 꼭 참여하는 열성파가 있을 정도니까요.” 연습이 끝난 후 찾아간 아지트에서 담백한 멸치소면, 매콤한 가오리 무침을 안주 삼아 시원한 한라산 소주 한잔을 비워내면 그날의 피로가 싹 가신다. 장 원장은 부부합창단 활동을 통해 단원들과 어울리고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부간, 가족간, 이웃간에 사랑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됐으며 삶에 대한 가치관도 많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나눔에 대한 생각이나 환자를 보는 관점도 많이 달라졌어요. 환자를 돌보는 틈틈이 마음에 여유도 생겨 났구요.” 항상 환자들에게 베푼다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이젠 환자가 있어 자신이 있는 것이라고 바꿔 생각하게 됐다. 그래선지 장 원장은 요즘 환자만 봐도 행복하다. 장 원장의 앞으로 꿈은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합창단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