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란 무엇인가
a사람들은 의료기관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의료사고라 부른다. 즉 병원에서 다치거나, 의사가 잘못하여 사고가 발생하면 모두 의료사고라 부른다. 그러나 이러한 용어의 사용은 적절하지 못한 것으로 항상 정확한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의료사고란 용어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먼저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으므로, 오늘은 의료사고란 무엇을 말하는 것이며 그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지를 알아보자.
판례는 “의료사고란 의사의 과실여부와 관계없이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진단, 검사, 치료 등 의료의 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신사고 일체(1996. 9. 18. 선고 94가합10143)”라고 정의하고 있고, 학설도 대체로 이에 따르고 있다. 따라서 의료사고가 무엇인지를 알려면 위 정의를 자세히 분석하는 일이 필요하며, 그러한 분석에 의해 정확한 의미를 이해할 수가 있다. 위 정의에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주목해야 한다.
첫째, 의료사고가 되려면 의료기관에서 발생해야 하며, 의료기관에서 발생하지 않은 것은 의료사고가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위에서 말하는 의료기관이란 형식적 공간 개념 즉, 병원의 건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를 포함한 의료진의 진료행위가 이루어지는 실질적 공간개념을 말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의사가 왕진을 가서 치료를 하는 중에 사고가 발생해도 의료사고이며, 응급구조차를 타고 가는 중에 사고가 발생해도 의료사고에 해당한다.
둘째, 의료의 전과정에서 발생해야 한다. 즉, 의료진의 진료행위가 시작된 후부터 발생한 사고라야만 의료사고에 해당한다. 따라서, 환자가 병원에 접수를 하러 가는 중 넘어지는 경우, 병원에 들어섰으나 바닥에 고인 물에 미끄러진 경우 등은 아직 의료진의 진료행위가 시작되기 전이기 때문에 의료사고에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의료진의 진료행위와 관련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진료와 전혀 무관하게 발생한 것은 의료사고에 포함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환자가 입원 중 밖에 몰래 나가서 술을 마시다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라든지 싸움으로 인해 사고가 생긴 경우 등이다.
또한 셋째, 의료사고에 해당하려면 인신사고라야 한다. 즉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경우만을 의료사고라고 부르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진이 진료행위를 하는 중에 환자의 물건을 훔치거나 손괴하더라도 일반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것은 별도로 하고, 의료사고는 아닌 것이다. 이상과 같은 점들에 유의하면 의료사고가 무엇이며 어떠한 경우에 의료사고라는 용어를 써야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일반인들이 오해하고 있으며, 놓치기 쉬운 점이 있다. 그것은 의료사고는 의사의 과실여부와는 전혀 무관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의료사고는 가치중립적 개념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의료사고라는 말을 들으면 무의식적으로 의사의 잘못이 결부되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어느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옆 집 사람으로부터 들으면 속으로 ‘아 그 병원 의사가 치료를 잘못해서 환자가 다쳤나보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위 판례에서 보았듯이 의료사고는 의사의 과실 여부와는 전혀 관계없이 쓰여지는 용어인 것이다.
따라서 의료사고가 발생했다고 하여 무조건 의사에게 과실이 있다는 명제는 성립될 수 없으며 의료사고의 발생여부만을 가지고 의료기관을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진정한 의료진의 잘못은 법정에서 밝혀지는 것으로 법원에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할 경우에만 의료인을 비난하거나 의료기관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사고의 발생만을 가지고 의료기관을 평가하거나 의료인을 비난하는 것은 의료사고의 개념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데서 기인하는 것이다. 의료행위의 수가 절대적으로 많아지고, 인간이 발전시킨 과학이 불완전한 현 상황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일정 정도의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필요악(必要惡)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인들은 의료사고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여 사용해야 하고, 사법기관에 의해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되기 전까지는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 대한 섣부른 평가를 삼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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