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이후 의료법상 처방전을 발행하여야 하는 규정이 신설되었고, 이유야 어찌되었건 간에 약사는 의사가 발행한 처방전의 하단에 조제내역에 대한 기록을 하도록 되었다. 요즈음에 이에 관하여 보건복지부와 의사 그리고 약사, 더 나아가서 시민단체간의 서로 상반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의사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처방전의 2매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지만 일단 국민의 알권리를 위하여 약사가 조제내역의 기록이 아닌 조제내역서를 발행한다면 준법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약사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처방전에 이미 조제내역의 기록이 의무화되어 있고 별도로 조제기록부도 의무화되어 있으므로 별도로 조제내역서 라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의 입장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하여는 법에 정하여진 대로 처방전을 2매 발행하여야 하고 조제내역도 상세히 기록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나름대로 다 논리가 있는 것이지만 이 사건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의사나 약사의 자존심이 아니라 실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을 입으로 먹는 환자의 건강권과 자신이 무슨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알권리, 그리고 약화사고가 발생한 경우 그 책임소재를 명백히 하는 것이라고 본다. 더 나아가 그 나마 어려운 보험재정의 낭비나 종이를 만드는 것에 따른 자연자원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본다.
알권리라는 것은 전통적으로 권리의 충족을 요구하는 국민이 정보의 제공처에 대하여 공개를 요구하는 권리로 해석되고 있다. 따라서 알권리를 원하는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그에 대한 공개를 요구하고 상대방은 그 내용을 공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지 더 나아가 요구하는 국민에게 관련 자료를 복사하여 주거나 설명까지 해 주어야 하는 의무를 동반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처방전 부수 논의는 환자가 의사가 자신의 질병에 대하여 어떠한 처방을 하였는지를 알 수 있도록 공개되는 정도의 권리 보장이 이루어지면 알권리는 충족된다고 보아야 한다. 더 나아가 처방전을 2매를 주던 그 이상을 주는 것은 권리 충족을 넘어서 일종의 의료법에 의하여 국민에게 발생한 반사적인 이익에 그치는 것이라고 본다.
의사의 처방전과 아울러 약사도 조제내역을 환자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여야 한다. 실제로 환자의 입에 들어가는 약이 처방전이 필요없는 일반의약품이든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든 더 나아가 건강보조식품이 첨부된 경우라면 그 내용에 대하여 환자가 알 권리가 있는 것이다.
현재 처방전에 부기되는 조제내역은 대부분 상동이라고 해 놓아 실제 환자 입에 들어간 약품 등의 실체를 알기가 어렵게 되어있다. 이러한 면에서 현행 약사법상의 조제내역 기록의무는 알권리를 충분히 충족시키지는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더 나아가 현재 조제내역 기록의무는 과연 증거법적으로 볼 때 문서성을 가지는가에 대한 의문도 들게 한다. 일반적으로 약화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이 의사에게 있는지 아니면 약사에게 있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다.
이 경우 의사는 자신이 처방한 처방전에 서명날인을 하였기 때문에 처방전에 대하여 이를 부인할 수 없지만, 약사의 경우에 조제내역에 서명날인을 하지 않아 이를 자신이 작성한 문서라고 하지 아니한다면 독립된 문서도 아닌 타인 문서인 처방전에 일정한 사항을 부기한 것에 대하여 증거법적으로 입증에 있어서 상당히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어렵게 증거법적인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행한 행동에 대하여 서명날인한다는 것은 그 책임을 진다는 의사표시인데 약사의 경우에는 조제내역에 있어서 이러한 면에 부족함이 있다.
의사에게 있어 진료기록부와 처방전이 독립하여 증거능력을 갖는 문서성을 가지고 있듯이 약사에게도 조제기록부와 법적으로 원인불명의 조제내역기록이 아닌 조제내역서가 존재하여야 형평에 맞고 환자의 알권리도 동시에 고르게 충족될 것이며 향후 있을 수 있는 약화사고에 있어서도 원인규명에 있어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