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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번째 이야기) 가족이야기/김형성원장

부서져 내리는
가족이라는 틀을 앞에 두고
막연한 연대의식외에…

 

■들켜버린 속내, 파탄 난 바람난 가족


‘솔직하기를 정말 바라는가. 당신은 나의 과거를 정말 알고 싶은 건가. 아니 굳이 과거까지 들먹일 것 없이 지금 당신은 나를 잘 알고 싶은가. 진실 속에는 도대체가 편함이라고 없다는 것을 당신은 아직도 모르는가. 고통만이 남는다는 것을.’
물론 아내에게 이런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영화(바람난 가족)는 그가 선택했지만 수다를 해댄 것은 나였고, 그는 내내 바람에 대한 얘기를 해대는 내가 혹시 무슨 운이라도 떼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영화는 충격이었고 난 며칠동안 머릿속에 붕뜬 것 같은 나의 존재감을 땅바닥에 내려 놓느라 애를 써야 했다.
가장 힘든 것은 가족이 해체돼 가는 시점에서 가족이 필요한 것은 남자였으며 그것이 결코 내가 넘지 못 할 한계로 보인다는 점이었다.
인정할 수 있겠는가, 남자인 나와 당신은 이제 쿨(cool~~)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가장 완벽한 가족을 위해서는 완벽하게 위장돼야 할 필요가 있겠지만, 인간이란 거추장스럽게도 종종 이면의 진실 엿보기를 원한다.
그리고 상처받고 그것을 성숙이라 자위하며 시간을 견뎌낸다. 속으로 피멍이 든 가슴을 안고서.
가족이란 아주 잠깐 사랑스럽고 행복했다가 대부분 지루하며, 필연적으로 거짓위장을 하지 않고서는 유지되지 않는다.
가끔 아침방송시간에 나와서 행복한 가정을 위한, 혹은 결손(이라니 가당치 않은)가정 극복을 위한 이야기들을 지켜보면서 지난 시간 내가 그들을 가증스럽다고 여긴 것을 반성한다. 그리고 인정한다. 필연적 거짓 위장전술의 힘을.

 

 

■어바웃 슈미트, 어바웃 패밀리
평생을 직장에 헌신하고 42년간의 결혼생활은 평화 그 자체였던 슈미트 씨의 인생은 정년퇴임과 함께 호되게 뒤통수를 얻어 맞았다.
부사장 직함이 없는 자신은 적응하기 어려운 인간이었으며 갑자기 먼저 저 세상으로 간 아내는 이미 30년 전에 몰래 바람을, 그것도 자신의 친구와 피웠었다.
게다가 딸은 어느 머저리 같은 놈에게 결혼을 하겠다며 자신의 충고는 귀뜸으로도 듣지 않는 지경이 됐다.
결혼 피로연에서 맘에도 없는 거짓 축하를 하고 나니 사돈은 이렇게 말한다. ‘이제 우리는 한 가족이다!!’ 거짓말하지 않는 자여, 가족의 자격이 없나니!
그에게 들통나버린 슈미트 가의 위장전술들은 결국 그의 입에서 패배자, 실패한 인생이라는 자백을 받아내고 만다.
그런데 그의 구원은 실로 엉뚱한 곳에서 찾아온다. 우연히 티비를 보다가 아프리카 어린이 구호 결연을 신청했던 그에게 한 아프리카 탄자니아 소년이 그의 행복을 비는 그림 한 장을 보낸다.
두 사람이 손을 맞잡은 그림 한 장.
가족의 해체를 가족 안에서 막을 수는 없다.
그리고 그것이 봉건의 그늘이든, 자본의 노동착취 그늘이든 가족을 붙들어매 두었던 사슬들이 하나씩 끊어져 나가는 현실을 막연히 바라보는 것 또한 무서운 일이다.
부서져 내리는 가족이라는 틀을 앞에 두고 막연한 연대의식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는 우리의 미래는 불안하다.
불안에 하는 당신과 나, 서로 연대하는,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야한다. 빨리, 모두 무너져 절망이 판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