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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3) 원장님 내가 시켰어요/박금출원장

딸 시집보낸 부모 심정...
먼 훗날 딸 시집보낼때
이런말을 들려줘야지

 

얼마 전에 딸을 시집보낸 오 선생님이 들어오신다.


“안녕하세요. 막내 딸 결혼시키고 보니 시원섭섭하지요.”
“막내라 제일 마음이 안 놓였는 데 시집가서 잘해 나가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겠지만 그래도 가장 약해 보이는 새끼손가락에 정이 더 가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하나보다.


“글쎄요. 원장님 전번 주에 어떻게 사나 궁금해서 김치를 싸 가지고 대전에 내려  갔어요. 가보니 잘 익은 호박이 있기에 그걸로 죽 쓰면 맛있겠다. 그랬더니 시어머니 해 드릴거래잖아요."
 섭섭하기보다는 시집보내고 나서 불안했던 오 선생님의 표정과 말속에는 안도하는 정이 듬뿍 담겨있었다. 시부모에 사랑 받으려고 애쓰는 딸의 모습이 대견스럽고, 딸에게 잘해주는 좋은 사위 얻어서 가장 큰짐을 덜었다고 하신다.


“요즘 염오목 할머님은 치과에 안 오시네요. 여전히 건강하시지요?"
“예, 어머니는 손자 봐주시러 지방에 내려가 계세요."
연세가 80이 되셨어도 워낙 건강하고 자상하셔서 손자 보러 팔도강산을 유람하는 분이시다. 평소에 오시면 자주 말씀하신다.


“이제 나는 딴 데 못 가요. 원장님이 책임져요."
남들이 들으면 크게 오해 할 수 있겠다. 그럴 때면 속으로 ‘할머니, 저는 유부남이랍니다"라고 대답하고는 혼자서 빙그레 미소 지어본다.


얼마 후 할머니가 오셨기에 호박이야기를 해드렸다.
“오 선생님이 좋아하시면 서도, 쬐끔은 섭섭하신 것 같던데요."
그이야기를 듣더니 표정이 환해지면서 너무 좋아하신다.
“원장님, 그거 내가 시켰어요."


시집가기 전에 손녀딸을 조용히 불러서 다짐을 받으셨단다.
“성아야, 시집가서는 잘살아주는 게 부모에게 효도하는 거다. 그러니 앞으로는 친정생각은 하지도 말고 시집식구가 돼서 잘 살아야 한다. 니가 행복하게 못살면 불효하는 거고 부모 눈에는 정말 피눈물이 난단다. 앞으로는 거기가 너의 집이다. 시집과 남편에게 잘하고 행복하게 잘살아라."


 시집가서 할머니가 일러준 데로 산다며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신다.
“원장님 딸은 내가 키웠다고 생각하지 말고 잠시 맡았다가 보내 주었다고 생각하면 되지요. 그러면 되는 거예요."
손녀딸이 너무 기특하고 대견하신지, 미소가 얼굴에서 떠나지 않으신다.


딸 시집보낸 부모의 심정이 이런 것인가 보다. 나도 먼 훗날 딸을 시집보낼 때 이런 말을 들려줘야지. 갑자기 내일부터는 집사람에게 좀더 잘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금출

82년 경희치대 졸

현)박금출치과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