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시장 개방에도
타격 받지 않는
새로운 치과문화 자리잡아야
치과의사가 된지 어언 15년째 접어들고 있다. 아직도 의사로서 배워야 할 수많은 지식과 경험들이 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개업생활에 지쳐가기 시작한다.
본과생활 시작하면서 고뇌하며 스스로에게 되묻던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라는 질문이 요즘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고작 십몇년의 치과의사 생활에 매너리즘에 빠지기 시작하는 나 자신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점점 깊이 빠져 허우적거리는 심신을 쉽게 다스리질 못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이삼십년이상 치과계에 몸담고 계시는 많은 선배님들은 아직도 엄청난 열정과 사랑으로 일에 전념하고들 계신다.
다른 의학계를 잘 모르지만 유독 우리 치과 선배님들은 그들의 것 -치과- 을 더욱 사랑하시는 것 같다. 고개가 숙여진다. 나는 언제쯤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나름대로 변화를 모색하며 추진했던 개업 9년 여는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빚을 갚으면서 상대적으로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내가 치과의사란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것저것 월급쟁이때 해보고 싶던 것들, 사고 싶었던 것들을 충족시키며 정신없이 10여년을 보낸 것 같다.
뭔가 달라지는 모습을 기대하던 나는 치과의사로서의 노력보다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서서히 삶의 목적을 달리하고 있었다. 과연 이런 삶이 올바른가?
답도 없는 질문을 수없이 해대며 쳇바퀴돌 듯 오늘도 치과를 향해 달려왔다.
우리 치과계를 유심히 살펴보면 참 나와 비슷한 사람이 많은 반면 어떤 전환점을 찾아 목표를 정하고 쉴새없이 노력하는 선후배님들이 상당하다. 실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타 직업인들과 달리 우리 치과의사는 EQ 가 평균적으로 높은가 보다. 무료한 삶을 달래기 위함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분들이 유독 많은 것 같다.
음악, 요리, 스포츠 등 특이하고 과감한 도전에 결코 망설임이 없는 그 분들을 보면서 흐뭇함과 서운함을 동시에 느낀다.
나 또한 매너리즘에 지쳐가며 뭔가 다른 돌파구를 생각하고 있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 건방진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만약 많은 사람들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면 혼자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구조적 변화는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감히 여러 선배님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이제는 우리가 변해야 할때라고. 선배님들이 나서서 그 길을 열어 달라고… 해결하지 못한 많은 과제들을 이제는 과감히 풀어달라고. 우리는 여지껏 그랬듯이 선배님들을 믿고 따르겠다고… 치의학을 공부하면서 그 깊이가 헤아릴 수 없이 깊다는 것을 자주 느껴왔다. 하면 할수록 끝이 없고 어려운 이 학문을 위해 항상 열심히 연구하시는 대학과 학계의 많은 교수님, 선배, 동료님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형태의 치과 개원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
다양한 형태의 진료과목, 보다 세부적인 전문성, 고품격 환자 관리및 서비스 등 의료시장 개방에도 전혀 타격을 받지 않고 오히려 국민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그런 치과가 등장할때가 도래했다고 감히 말씀드린다.
정 찬 형
·89년 서울치대 졸
·현) 서울 대치동 수치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