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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5) 월간 잡지가 된 착한 이웃들

수많은 봉사자들의 모습
사람들의 정성을 담을 수 있는
순수 문예지가 발간되고 있다

 

행려자, 노숙자의 쉼터 요셉의원에 나아가 치과 진료 봉사를 하게 된 것은 대학 동기인 오수만 선생의 권고를 통한 부르심 때문이었다.


1987년 가을, 신림 시장 안, 후줄그레한 철근 스라브 건물 이층. 벽이 부슬부슬 부스러지는 세멘 블록 위에 수성 페인트 칠로 실내를 하얗게 멋을 낸 요셉의원, 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가난한 이를 돌보는 내과 선우경식 원장을 비롯해 치과 김정식·오수만·박철제 선생님 등 여러 착한 이웃들 - 거기에 깍두기처럼 끼워지면서 벌써 17년이 지났다.

신림시장은 가난한 이들의 장터다. 서울의 유명 백화점과 다르게 소박하고 꾸미지 않는 평화가 넘치는 시장. 그 장터 한 가운데 요셉의원은 만 10년 있었다.
관악산과 삼성산 사이 계수많은 봉사자들의 모습


사람들의 정성을 담을 수 있는


순수 문예지가 발간되고 있다곡을 흐르는 개천을 낀 신림시장은 시나 수필 같다고 어느 글 쓰는 이는 찬탄했다. 생활의 열기가 넘치는 시장도 시장이지만 지하철 신림역에서 시장에 이르는 길은 젊음과 낭만이 넘친다. 그리고 그곳은 압구정동, 홍대 앞과는 전혀 다른 자유와 젊음이 있다.


가난한 멋이 주는 자유는 뽐내지 않고 주눅들지 않는 평화다. 장미송이, 지갑, 벨트, 오뎅, 구운밤 포장마차 등등 온갖 물건을 거리에 꽉꽉 메우는 노점상의 외치는 소리 웃음소리가 있고 생기 발랄한 젊음이 넘치는 거리 그곳에 10분만 서 있으면 삶의 의욕이 솟는다.


97년 가을 영등포 역전으로 요셉의원을 옮겼다. 소외된 여인들이 줄줄이 서서 기다리는 기다림의 골목인 역전마을, 신림동과는 아주 다른 분위기지만 골목을 들어서면 골목전체가 삶의 삽화처럼 마음에 새겨진다.


요셉의원 정문에 마주보며 붙어 있는 현판 ‘쪽방 상담소’라는 현판은 마치 설치예술과 같다. 가로 1미터 세로 2미터의 쪽방이 노숙인들에게는 궁전처럼 사치스럽지만 베들레헴의 외양간 말구유처럼 가난한 곳이다. 이 골목은 많은 소외이웃의 기다림이 있다. 강도를 만나 쓰러진 사람을 그냥 지나치는 많은 사람들보다 오히려 평소 이방인으로 경원하던 사마리아인이 그를 구출해 착한 이웃에 됐다는 말씀이 생각나는 것은 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30년 돌보는 ‘칼라’ 이탈리아 수녀님이 있기 때문이다.


칼라 수녀님은 소외된 여인들이 낳은 아기를 이곳 10평 남짓 이층방에서 길러준다. 엄마의 마음은 비록 아빠가 누군지 몰라도 자신이 낳은 아기가 양지를 향해 살기를 염원한다. 36명의 사생아를 친자식처럼 일일이 도시락을 싸서 학교로 보내는 칼라 수녀님의 모습이 커 보이는 것은 6척이 넘는 그 큰 키 때문만은 아니다. 2층 그 좁은 방에 36명의 어린이들을 데리고 찜통 더위 속에 그 크신 체구로 새우잠을 주무시는 수녀님. 이번에 안식년으로 이탈리아 본원 수녀원으로 가시고 본원에서 다른 수녀님이 오신다.


2000년 봄 요셉의원 봉사자 소풍, 봉사자가 약 400명인 요셉의원의 소풍은 식구가 많아도 마음이 하나이기에 단출하다. 이 자리에 50년 지기, 시인이며 소설가 이동진 전직대사와 10년 지기인 소설가 유홍종 선생, 시인 한광구 교수가 함께 자리를 했었다. 자연스럽게 문인들이 할 수 있는 봉사방법이 논의됐고, 수많은 봉사자들의 모습과 세상 모든 사람들의 사랑과 정성을 담을 수 있는 순수 문예지를 월간으로 내기를 합의했다.


제 아무리 원고료가 비싼 작가일지라고 ‘월간 착한이웃’에는 원고료가 없다. 수익금 전액을 요셉의원 운영비에 보태기 위함이다. 연인원 30만명을 치료한 요셉의원은 개안 수술에서 콩팥이식 수술까지 치과는 보철까지 시술을 해주기 위해 막대한 유지비가 들기에 수익금이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 잘 알지만 ‘과부의 동전’과 같은 정성으로 잡지를 창간했다.


연간 구독료 2만원으로, 금년 5월 창간, 현재 9월 호까지 순조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