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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0)나만의 작은 여행 - 강현희 원장

세상을 살아가며
내 앞길이 어떠한지
얼마나 가야할지 알 수 있다면
지금처럼 혼란스럽지는…

 

지금의 나는 가난한 치과의사 . 이제 막 개업하고 친구, 선배, 교수님 등등 우리를 아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매일매일 최근의 어려운 경기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득불 이 때 시작한 우리에 대한 걱정을 듣고, 소심한(?) 성격에 불투명한 앞날이 걱정스러워 가끔은 버겁게 하루를 지내고 있다.


복잡한 머릿속도 정돈할 겸 이것저것 치우다 우연히 발견한 나만의 작은 여행 기록들.
나는 지금 잠시 무거운 현실을 벗어나 그 때 그곳으로 가 있다….


오늘은 아침부터 햇살이 좋아 승범이네를 나서며 기분이 좋았다. 한방에 묵었던 친구가 아침 일찍 하이랜드 투어를 떠나는 바람에 한 줄 더 얻어 온 김밥으로 신바람이 두 배가 됐다.


고즈넉한 로얄 보타닉 가든에 들러 흙냄새, 바람소리, 꽃향기도 좋았고 다시 찾은 로얄 마일의 독특한 분위기에 한껏 취해 있었다. 홀리루드 궁전을 나서며 길게 한숨을 내쉬어 보았다.


이제 저 곳에 올라야지... 걷기를 죽기만큼 싫어하는 내게 조금은 무리인 듯한 곳이었지만 저 언덕 위에 가슴 탁 트이는 절경이 있다는데야 별다른 굼기가 없다.


몇 걸음 옮기지 않아 한 청년이 정신없이 주인 주위를 맴도는 개 한 마리와 함께 언덕길을 터벅터벅 내려오고 있다.


내심 저길 오르다 쓰러지면 머나먼 타향 땅에서 누가 나를 업어주나 걱정하던 차라 모자라는 영어로 떠듬떠듬 물었다. “저기요, 이길로 가면 저 꼭대기 가요? .....-_-;;‘


가까이서 보니 그는 cleft lip & palate, 어색하게 웃는 미소가 수술자국을 강조하고 있다.
‘응...’ 여기서도 cleft는 다른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는데 방해가 되나 보다.

수줍게 다시 한번 웃고는 재빨리 언덕을 뛰어 내려가는 그를 보면서 마음이 짠해졌다.


인상채득 할 때마다 눈시울을 적시던 보호자들이 떠올랐다. 남과 다르다는 건 항상 짐이 되는 것 같다....
근데....


한참을 올라도 끝이 없다. 멀리 보이는 신시가지와 에딘버러 성, 바다까지 절벽을 따라 걸으며 경치는 점점 좋아졌지만 깎아지른 듯한 저 꼭대기까지 오르는 길이 쉽사리 찾아지지 않는다.


저 낭떨어지를 기어 올라야 하나.... 다시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걸으며 마음이 많이 불안하다.
5분만 더 걸어보고 길이 없으면 신발끈 동여매고 기어서라도 올라가야지.... 이그.......


오분, 십분..... 용기 없는 나는 계속 걸으며 길이 있을 거야라고 되내었다. 거의 내리막길이 끝날 때 즈음에야 산을 오르고 있는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헤멘 후에야 겨우 정상에 오르는 길을 찾았다.


비오듯 흘린 땀에 불안한 마음이 겹쳐 기력이 쇠한 나는 이젠 정말 5분만 걸으면 정상인 그곳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래, 나도 남들처럼 여기서 그 유명한 승범이네 김밥을 먹어야지... 은박지 포장을 뜯는 손가락이 떨렸다.


배가 고프면 손을 떠는 특이한 신체를 가지기도 했지만 김밥을 받아드는 순간부터 먹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르고 아껴두었던 터라 마치 작은 의식을 행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역시.... 한국 사람은 곡기를 먹어야.... 한 알 한 알 꼭꼭 씹으며 단순한 나는 무지 행복하다.


어제 로얄마일에서 아더씨트를 보며 바닷가에서 흔히 하던 장난이 생각났다. 깃대를 꽂아놓고 한 웅큼씩 모래를 덜어내던 놀이. 욕심 많은 친구가 한 손 가득 떠내간 모래산처럼 오목해 보이는 절벽이 재미있게 보였다.


하지만 여기 절벽 뒤편의 아더씨트는 한없이 조용하고나, 갈매기, 바다내음, 덩그러니 남겨진 공간에 쓸쓸히 울리는 바람만이 있다. 해질 녘 아더씨트에 올라 하염없이 노래를 불렀다던 누군가의 여행기 구절이 생각났다.


그땐 꽤나 낭만적인 친구군 하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왠지 그 사람의 마음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