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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담그며/ 전 영 신

익어갈수록 맛이나는
김치같은 사람
나 자신을 담그어본다


전업주부도 아닌 내가 김치를 담그는 이유는..? 요리사가 장래희망인 초등학교 2학년짜리 아들의 성화 때문이다. 아들은 김치를 먹을때마다 “금도끼가 네도끼이냐, 은도끼가 네도끼이냐”하는 산신령처럼 “이 김치는 엄마가 담근 거예요? 아니면 산 거예요?” “ 아니 엄마가 조금 샀는데..”하면 “저는 엄마가 담근 김치를 먹고 싶어요 이제 김치 사지 마세요” 하며 협박아닌 협박을 하는 것이다


사실 김치는 주로 어머님께 신세를 지고 있지만 간혹 일찍 떨어지거나, 늙으신 어머님 부려먹는 못된 며느리가 되기 싫어 차마 담아달라는 말씀을 못드리고 차일피일 미루다보면 할 수 없이 사먹게도 되는데 사실 매운것을 잘 못먹는 식구들의 입맛에 파는 김치는 너무 맵고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 맘에 들지 않지만 할 수 없이 사는 경우가 많다.


내가 담근 김치는 때깔부터 허여니 요리의 기본인 시각적 맛도 없어 보이는데 실력도 없으니 뭐 그렇게 맛이 있겠나싶지만 아들은 양념이며 그릇들을 챙겨주며 보조역할을 톡톡히 해낼 뿐만 아니라 맛있다고 격려까지 해주니 할 수 없이(?) 아들사랑 받고싶어 김치를 담근다.


나의 김치 담그기 역사는 짧다. 결혼한지 13년차지만 김치담그기 역사는 최근 2년이다. 제작년 잠시 미국생활 할 기회가 있었는데 사먹는 김치가 너무 맵고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 미끈거려 한번 담그어 보리라 마음먹고 첫 시도를 해봤으나 어떻게 하는지 평소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터라 배추를 소금에 절인다는 사실만 알았지 어떻게 절이는지도 몰라 통으로 된 배추에 소금을 뿌려놓고 이상하다 왜 안절여지나 고민하던 한심하던 때도 있었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요리책과 저울까지 챙겨온 선배언니와 난생처음 담근 김치를 품평하며 시식하며 급기야는 깍두기, 열무김치, 부추김치, 오이소박이, 깻잎김치, 약식에 식혜까지..


아~~누가 알았으랴 우리안에 이런 숨은 재능이 있었음을...선배언니와 나는 요리의 달인이 돼 하산하듯 미국땅을 떠나게 될 줄 그 누가 알았으랴... (S언니 그렇죠??)


김치를 담그려면 우선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게 가장 기본이며 첫 순서인데.. 배추를 절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딱딱하고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배추가 소금에 절여지고 여러 양념과 섞이니 부드럽고 사각한, 맛있는 김치가 되는 아주 평범하고도 심오한 (?) 진리말이다.


뻣뻣한 배추로는 김치를 담을 수 없다 . 소금을 더 뿌려 숨이 죽도록 놓아두어야 한다. 소금이 쓰리고 따가와도 간이 잘 배인 김치가 되려면 배추는 참아야만 한다.


나는 아직도 뻣뻣한 사람이라 조금 더 소금에 절여져야 할 간 이 덜 밴 사람이다. 가끔은 어려운 일들이 있을때 아, 이건 아직 내가 간이 덜배어 소금이 쳐진 것이로구나 반성하며 좀 더 겸손해지고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양념들을 품듯이 가족을, 주변 사람들을, 환자들을 품으리라 생각해 본다.
그리하여 익어갈수록 맛있는 김치같은 사람이 돼야겠다고.. 김치를 담그며 나 자신을 담그어본다.

전 영 신

·87년 경희치대 졸
·현) 수서치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