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링을 해야 한다며…
동물병원을 뻔질나게 다니는데
우리집 강아지지난해 5월경 아내와 두 딸아이의 성화에 목이겨 수 년동안 가족의 건강을 위한다는 구실로 애환견 기르는 것을 반대해 왔으나 요크셔테리어 수컷을 한 마리 구입하게 됐다. 당시 월드컵 열기와 함께 찾아온 애환견 기르기 열풍은 아빠혼자의 힘으로는 버티기는 힘들었다.
둘째아이는 축구선수 안정환을 좋아했고 강아지 이름도 테리우스의 테리라 부리게 됐다.
너무 어렸던 테리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자주 아팠고 그때마다 동물병원 문턱이 달토록 들락거렸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테리는 둘째아이 독차지였고,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낀 큰아이의 불만은 쉽게 정리되지 않아 다시 애견숍을 방문 예쁜 암컷을 한마리 더 구입했다.
마땅한 이름이 없어 한동안 이름 없어 키우다가 월드컵 이탈리아와 경기에서 이탈리아 선수의 쁘띠라는 이름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으나 가족 모두의 반응은 시큰둥 했으나 자연스럽게 쁘띠라는 이름이 지금까지 불리어지고 있다.
강아지를 구입하기 전 반대했던 이유가 아파트라는 공간이 강아지 활동공간으로는 부족하다 생각했고, 애환견의 배설물처리가 잘 된다 하더라도 가족의 건강을 염려했던터라 미리 다짐을 받아두었다. 각자의 강아지 배설물은 각자 알아서 처리하기로 다시 한번 확인하고 손도장도 찍었다.
그러나 상황은 애초부터 빗나가기 시작했다. 강아지는 초기에 대·소변 교육을 시켜야 하는데 적절한 시기를 놓쳐 지금도 심심하면 침대 다리에 또는 이불에 살짝 실례하고 미안해서인지 소파밑이나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버리곤 한다. 종이 방망이로 여러번 혼내주기도 하고 교육 똑바로 시키라고 아내에게 협박도 해보았지만 1년 반이상 지난 지금도 깔끔하지 못한 뒤처리는 매일반이다.
몇 개월전 아빠인 나에게도 원군이 한명 나타났다. 다름아닌 시골에서 올라오신 어머님이 몇 개월째 같이 지내시고 있는데 가끔 다녀가실 때는 못느끼시던 강아지의 야만적인 행동과 끊임없는 커다란 빨래감에 놀라시고 강아지 잠자리는 안방에서 거실로 추방명령이 내려진 것이다.
내심 당연한 판결에 어머님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새벽 인기척에 강아지는 끙끙거리고 나는 미안한 마음에 아침운동 전 아파트 주변을 산책시키곤 한다. 지금도 이 문제로 아내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든든한 어머님이 계시는 한 어림없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그렇지만 유난히도 늦가을을 나기에 힘들어하는 나는 깊은 감정의 늪을 헤어나기 위해서는 아내의 배려가 필요하지만 지금은 강아지에게 그 우선권이 밀리고 아이들 마저도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그들만의 세계에 흠뻑 젖어 있어 아빠의 옆구리는 더욱 시리기만하다. 하지만 아내는 한술 더떠서 강아지 유치가 아직 빠지지 않아 빼야한다, 치석이 많이 껴서 스케일링을 해야 한다면서 동물병원에 뻔질나게 다니는데 그 비용이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결코 적지않은 액수이다. 비보험진료만 진료하는 동물병원 원장님이 우리의 현실에 비해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다.
아이들 대학진학 후에는 가까운 근교에 조그만 동물농장을 갖고 싶다는 아내의 요구를 들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중이다.
지난 여름 여름휴가 때는 나는 강하게 반대했지만 어머님도 처음엔 싫어하시더니 강아지의 재롱에 중립을 지키시고 아내와 두딸의 요구에 할 수 없이 강아지도 항공사에서 준비한 종이박스에 담아 함께 여행을 했다.
아내와 두딸아이의 강아지에 대한 애정은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었으며, 무사히 즐거운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두 마리의 강아지는 우리집 셋째와 넷째 아이로 자리잡아가고 있고, 우리 부부도 엄마와 아빠로서 부족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강아지 유치를 빼야한다…
곽동곤
- 88년 원광치대 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