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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2)주니가 가지고 있는 작은 여행 단상들/위성준 원장

위성준

- 99년 전남치대 졸

- 현)광주 위민 치과의원 원장

 

아무리 짧은 여행이라도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과
가는게 가장 좋은 여행이라고

 

친구들에게 난 그리 여행을 많이 다닌 것 같지 않다라고 말을 하면 네가 무슨이란 말을 하겠지만, 생각보다 난 여행을 그리 많이 다니지 않았다. 주말엔 거의 광주에서 친구들을 만나는데 시간을 대부분을 보내고, 작년 겨울에만 막 배우기 시작한 스노보드에 빠져서 어떻게든 주말에 무주로 가기위해 노력했지, 내가 가봤던 곳을 손에 꼽으라면 그리 많지 않다. 요즘 많이들 가는 동남아나 가까운 일본에는 한번도 가보지 못하고, 단지 남들은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생각으로 머무는 배낭여행을 세 번 갔다 왔을 뿐인데.


많지는 않지만 갔던 곳들을 생각해보면 어디에서 무얼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에 남아 있지 않고 단지 그 때, 그 누군가와 같이 했던 추억들이 있던 도시들은 나의 뇌리에 확연히 남는다.


런던과 파리는 멋진 기억이 많이 있을 것 같은 곳이지만 나에겐 늘 쓸쓸한 기억으로 남는다. 유난히 혼자 지냈던 시간들이 많아서 인지, 무엇을 했다기 보다는 무언가 혼자 골똘히 생각을 하며 커피 한잔 사서 공원 벤치에 앉아 메모를 했던 것들만 있다. 가끔씩 그 때를 생각하며 메모장을 들춰보며 아련하지만 그 시절 내가 했던 고민들을 읽어보며 그에 대한 답을 지금은 구했나 생각해본다.


로마에서는 늘 뭔가를 잃어버리고 이동한 것이 가장먼저 떠오른다. 평소에는 그렇게 짐을 잘 챙기다가도 유난히 로마를 떠나면서는 한 개씩 빠뜨리고 온다. 그렇다고 소매치기를 당한다던가 한게 아니여서 다행이지만…. 그리고 작년 여행에서 만났던 형이 떠오른다. 교육차 유럽에 온 김에 이탈리아 여행을 하기 위해 로마에 들렸는데, 같은 민박집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이 싫어서 밖에 나돌다 다음 날 하루종일 같이 다녔다. 이 형과 한건 노천 카페에서 커피마시면서 이야기하고, 점심 먹으러 다니고, 무작정 로마 거리를 배회하기만 했다. 관광지는 거의 들려보지도 않고 서로에 대해 잘 몰랐기에 다른이에게 쉽게 꺼내지 못했던 고민들을 쉽게 말할 수 있었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이야기를 해줬던거 같다.


비엔나에서는 첨 여행을 갔을 때 쉔브룬 궁전 야외 극장에서 하던 오페라를 거의 세시간 가량 서서 봤던 기억이 난다. 같이 간 동기들과 그 때를 이야기하면 어떻게 그렇게 봤는지 모르겠다며 역시 그땐 우린 젊었다며 그 시간들을 떠 올리며 웃는다. 그리고 또 하나 더! 몇 달을 아르바이트하며 돈을 모아 갔던 첨 여행이라서 헝그리 정신으로 똘똘 뭉쳐 사치스런 생활을 거의 안했었는데, 비엔나에 왔는데 커피는 마셔야 하지 않겠느냐며 도나우 강변으로 가서 따사로운 햇볕을 맞으며 향긋한 커피를 마셨던 것도 떠오른다. 이번에 갔을 때 다시금 그 시절을 떠올리며 커피 한 잔 할려 했는데 소나기에 갔던 카페가 문을 닫아서 약간 아쉬웠었다.


프라하와 뮌헨은 먹었던 기억들로 가득하다. 런던에서 혼자 지내다 보니 사람들이 그리워져서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뒤 유스호스텔에서 마주치게 된 대구에 사는 누나 두 명과 뮌헨에서 만난 형과 어울려 다녔다. 다들 잠시 직장을 쉬고 나와서 인지 경비에 대한 부담이 적었다.


그래서 매 끼니마다 먹을 것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이것 저것 시켜서 나눠먹고, 밤엔 맥주홀에 가거나 와인을 사 와서 방에서 한잔씩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뮌헨에서 먹었던 돼지 갈비가 얼마나 맛있던지, 요즘도 아웃백스테이크에 가면 어김없이 그 비슷한 메뉴를 시켜 먹는다. 그리고 프라하에서 먹었던 족발같이 생긴 돼지요리. 먹는 양 많다고 자랑하던 형도 그 양에 질려 먹다 남겼을 정도로 양이 엄청 많았다. 물론 맛도 좋았고.


스위스에서는 유스호스텔에서 먹었던 치즈 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