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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8) 홈페이지라는 것/ 조광현 씀

홈페이지라는 것며칠 전에 어떤 사람이 느닷없이 이메일로 앙케트를 수집한다면서 ‘홈페이지’를 왜 만들었느냐고 내게 물어 왔다.
그러나 나는 자신의 신분도 안 밝히고 어떤 목적으로 앙케트를 수집한다는 설명도 없어 가차없이 지워 버린 적이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내 홈에 자주 오시는 분의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의 학교 숙제였다고 한다.
여기서 그 아동의 예의 없음은 고사하고 나 역시 이 물음에 무엇이라고 답해야 하나 하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나름대로 홈페이지를 처음 만들 때 그간 내가 써 왔던 글들을 스크랩 하는 기분으로 시작했지만 남들은 과연 무슨 목적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벌써 내가 내 홈페이지를 만든 지 한 5년이 된 관계로 그냥 들여다 만 봐도 냄새로 알 수 있는 지경에 와 있다고 자부하는 터 이지만 사람들이 홈페이지를 만드는 이유를 대강 다음의 몇 가지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첫째로 무조건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싶어서 홈을 만든 사람들을 들 수 있다.
때로는 불순한 목적이 있을 수 있고 때로는 앞뒷집 사람과도 함부로 사귈 수 없는 처지에 미지의 다른 곳 사람들을 사귀어 보고 싶은 마음에서 그럴 수도 있겠지….
그저 막연하게 좋은 사람 좀 사귀어 보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 깊은 관계에까지 이르는 사람들도 더러는 있는 모양이지만 기대만큼은 못되는 모양이다.


두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소위 자기 글의 활자화되는 희열이라고나 할까?
말도 안되고 맞춤법마저 엉망인 채로 그냥 마구 낙서한 것이 깨끗하게 활자화 된다는 기쁨 때문인 것이다.


세 번째로는 자기 과시욕 이랄까?


별로 잘나지도 못한 자기의 이력이나 경력이나 하다못해 조금 남다른 재주라도 엄청나게 과장해 남들로 하여금 자기 앞에 고개 숙이게 하는 재미가 목적일수도 있다.
요즘 유명 여자 배우들이 누드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처럼 되다시피 했지만 자기과시 욕에서 남에게 자기를 알리고 싶은 욕심도 있을 것이다.


남의 홈페이지를 방문한 이들은 무조건하고 아부하고 설설 기는 척 해야 하는 것이 불문율로 몸에 배어 있으니까... 신나는 일이 되기도 하겠지….
그 다음으로 들 수 있는 것은 요즘 기록 보존이 개인에게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기록을 보존하는 공간의 필요라고 생각된다.
걸핏하면 이사를 해야 하는 우리네 살림살이가 책 한 권이라도 끌고 다니기가 여간 버거운 것이 아니기에 공간이 거의 필요 없는 웹을 이용하는 지도 모른다.


수시로 보고 듣고 떠 오르는 잡상들을 간단히 낙서 하듯이 기록하고 보존하기가 쉬우며 남에게 보낼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또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청각을 즐겁게 하는 일이다.
좋은 음악, 듣고 싶은 음악을 아울러 저장했다가 듣고 싶을 때에 적절히 꺼내서 듣기 위해 홈을 만든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또 그 다음으로 들 수 있는 것이 메일인데 누구나 홈페이지 없이도 메일 주소만 설치해 놓으면 세계 어디서나 즉시 메일을 보내고 받는 기능이다.
물론 홈페이지 없이도 이메일을 주고 받을 수 있지만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나 그림 또는 음악에 관해 편리하게 이야기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진이나 그림을 잘 간직해 뒀다가 필요 할 때 꺼내 보기 위한 홈도 있을 수 있다.
때로는 그것을 자랑도 하고 자신의 고상한 취미도 과시할 수도 있겠지…. 이것 역시 입체적인 공간이 거의 필요가 없으니 좀 편리한가?


무궁 무진한 자료의 보고에서 내 홈페이지를 장식하는 재료를 공짜로 구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질서를 위해 암암리에 생겨난 여러 가지 도덕이랄까 예의가 있는데 사람들이 그것을 잘 모르거나 일부러 무시해 버리는 처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에서도 한글 맞춤법을 몰라 자신의 무식이 탄로 날까 봐 일부러 말도 안되는 외계어, 통신용어를 쓰는 족속들은 정말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