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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9) 늦공부/ 곽경환 원장


하루종일 진료하고
임프란트 수술까지 하면
파김치가 됐지만 숙제만은…


나는 58년 생 개띠이다. 77학번이며 올해 46세이고 며칠후면 47세가 된다. 치과의사 면허를 받은 지는 20년 이상 지났으니 이미 중년도 한참 지난 나이인 셈이다. 몇 해전부터인가 문득 살아온 날보다 살날이 적게 남아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연두색으로 새싹이 돋아나는 싱그러운 오월의 신록과 눈부시게 맑은 찬란한 가을풍경을 볼 때 문득 초조함이 더해지는 건 나만 그런 것인지 모를 일이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했는가. 돌이켜보면 공부에 찌들었던 학창생활 도서실에서 공부하다가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들면 책 위에는 침이 흘러 젖어있고 팔과 가슴이 저려 한동안 통증에 시달렸던 그 졸리운 기억의 연속인 학창생활 , 그보다 더 못한 수련의 과정, 그리고 더 더욱 힘든 개업의 생활의 기억들이 밀려온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숨가쁘게 허덕이며 살아온 나날들이지 않은가.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바람이 부는 지도 모르고 오로지 어떻게 하면 저 대기실의 환자들을 빨리 처리할까만 생각하며 보내지는 않았는가 말이다.


15년 간의 개업한 결과 이제 병원도 있고 번듯한 집도 있으며 그동안 열심히 개미같이 일한 덕분으로 약간의 부동산도 있게 되었다. 우리 치과의사의 수명은 몇 년일까? 내 나이면 반 이상이 지난 것인가?


아마도 지난달인가 우연히 ‘제2막 (The Second Act)’라는 책을 읽게 됐는데 요즘의 내심경과 어쩌면 그렇게도 맞아떨어지는지 참 감명 깊게 읽은 책 중의 하나가 됐다. 여기서 말하는 2막이란 인생의 2막을 말하는 것인데 예를 들면 치과의사가 아닌 다른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2번째 삶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치과의사가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다른 삶을 살 용기는 없고 다만 인생의 안식년이라고 할 지 아니면 내 자신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감했다. 그래서 년초부터 미국의 연수프로그램들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게 됐던 것이다. 공부도 할 겸 쉬기도 할 겸 새로운 생활에 대한 호기심도 있고 해서 말이다. 게다가 현재 중학교 2년인 큰아들 녀석이 내년 6월에 유학을 가기로 돼있어 나도 따라가 늘 꿈에서만 동경하던 유학을 한번 해볼까 생각해오던 차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영어가 우선 문제가 되었다. 그동안 개업하면서 모교의 본과 3학년과 4학년 학부강의에 참여해오던 터라 책을 멀리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머리가 녹슬 지는 않았는지 걱정도 되었다. 그래도 지명도가 있는 괜찮은 대학이라면  임플란트 연수과정에서도 토플점수로 550~580점 이상을 요구하였다. 이것이 내가 해결해야할 첫 번째 난관이었다.


지난 9월, 집 근처에 있는 토플학원에 등록을 하려고 하였다.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을 위한 이 지역에서는 꽤 지명도가 높은 외국어 학원이었는데 나를 학생으로 받아줄 수 없다는 것이 아닌가!  이유인즉 내가 나이가 너무 많아 수업을 진행할 교사가 신경이 쓰이고 단어시험을 봐서 70점 이하이면 손바닥을 때리는데 나보고 맞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래도 내가 맞을 각오가 되어있다면서 물러서지 않자 원장선생님이 직접 나와서 받아줄 수 없노라고 통사정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정도 난관에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내가 계속 받아달라고 우기자 원장님이 직접 개인지도를 하는 특별학생이 되기로 하는 선에서  타협을 보았다.


그 후 3개월, 하루종일 진료하고 임플란트 수술까지 하고 오는 날에는 파김치가 되었지만  밤에는 영어숙제를 해야만 했다. 누가 공부는 젊어서 하라고 했던가 그 말이 진리였다. 내가 회장으로 있는 모임만 4개이고 부회장으로 있는 것까지 합치면 아마 10개는 되리라. 공부를 해보니 내 머리는 아직 안 굳었는데 공부할 시간이 절대 부족이었다.


지난 11월 27일과 12월 1일 안국동에 있는 한미문화원에서 대망의 토플시험을 보았다. 그런데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모양이다. 각각 515점과 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