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외엔 다 돌팔이” 동료 의료행위 환자에 비난 전문의 표현 써 환자유혹…협회 경고도 비웃음
치대 윤리교육 강화·치협 자율징계권 도입 목소리 커
개원 10년차 A원장은 요즘 심기가 불편하다. 최근 바로 옆 건물 치과가 개원했기 때문.
“지금도 빠듯한데 또 들어오면 어쩌라는 건가? 대체 저 원장 생각이 있는 사람인가"라며 ‘축 00치과의원 개원" ‘임프란트 전문의 OOO원장’이라는 현수막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그래도 인사는 하고 지내는 게 좋겠다 싶어서 들렀더니…소 닭 보듯이 쳐다 본 것만으로도 기분이 영 안 좋았는데 알고 보니 본인 10년차 동문 후배. 어쩌지도 못하고 속만 시커멓게 태우고 있다.
현수막과 함께 얼핏 본 후배의 자신만만하게 웃는 얼굴이 오버랩 된다. “선배님! 저, 치고 들어갑니다. 긴장하세요.”
서울 변두리에 위치한 B원장. 하루 종일 의욕 상실…. 오전에 오랜만에(?) 내원한 환자 때문이다. 나름대로 틈틈이 세미나에 참석하는 등 최신 술식에 자신 있어 한 K원장은 너무 황당한 얘기를 환자에게서 들었다.
그 환자는 예전에 진료를 하다 그만 둔 환자인데, 찾아 와서 따진다. 지난번에 해 넣은 치아가 아파 집근처 아무개 치과의원에 가니 (여기서 치료받은) 해넣은 보철이 엉망이라고 하더라며 따진다.
그 환자의 진료 기록부를 보니 2년 전에 임시 치아를 끼운 채 마지막 보철을 씌우지 못한 상태였는데 만 2년만에 온 것이다. B원장 속으로 ‘당연하지…2년 전에 씌운 임시치아가 성할 리 있겠나.’며 속을 삭혔다.
B원장은 본인을 믿지 못한 환자가 원망스러웠지만 그 보다도 본인의 진료를 매도시킨 이름 모를 동료 치과의사가 더 야속할 따름이었다.
서울 강남의 몫 좋은 자리에 개원하고 있는 C원장. 이름 꽤나 알려진 모 월간지에 크게 광고를 냈더니 접대성(?) 기사를 실어 준단다.
C원장은 미국 유명 치대에서 임프란트 전문의 학위를 받았다고 기자에게 설명하고 임프란트 전문 병원임을 강조했다.
얼마후 월간지에 난 기사를 보니 ‘OO 임프란트 전문 치과 병원! C원장은 미국의 OOO치대를 4년간 수련 후, 국내에서 전문의를 취득…’ (중략)
기사 내용이 흡족했다. 그러나 어렴풋이 의료법상 광고허용범위를 들은 바 있는 C원장은 다소 꺼림칙하기는 하다. 그러나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혹여 문제시되더라도 기자가 쓴 내용이니 책임질 바가 아니다’라는 것이 C원장의 생각이다. ‘만약의 경우 벌금 내면 되지’하는 배짱(?)도 내심 갖고 있다.
# 늘어나는 윤리부재 의식
현재 일선 개원가에서는 극히 일부 치과의사들이지만 치과계 의료질서를 무너뜨리고 동료간의 불신을 조장하는 각종 일탈행위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치과계 차원의 자율 정화를 통해 의료 윤리를 바로 세우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부 치과의사들 윤리의식 실종 사례 중에는 동료 치과의사가 한 진료행위를 환자 앞에서 심심치 않게 비난하는 경우가 일어나고 있어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신은 상당히 실력있는 치과의사라는 자부심이 동료 치과의사들을 매도하는데 쓰여지는 것이다. 심할 경우 환자를 진료하면서 전에 진료했던 치과의사의 실력을 비하하거나 돌팔이로까지 매도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진료비도 비싸게 받았다는 비난도 서슴지 않는 것이다.
이는 의료인 세계에서는 절대 금기시 해야 할 부분. 과대 광고나 의료법 위반 행위보다 더 죄질이 무거운 행태라는 것에 이견을 다는 개원의는 없다.
치과계에도 과대 과장 광고와 선·후배간이 경쟁자로 대립하는 현상이 나타난지는 이미 오래됐다.
인천에서 10년째 개원중인 D원장은 “주위 치과의원 중에는 전문의라는 표현이 분명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도 간판이나 명함에, 또는 광고에 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