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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벽 없는 장애인 의료사고 최종책임은 시술의사가…“진료하기 겁난다”

시설 노후·보조인력 부족 등 환경 열악
복지관·보건소 무료진료 심각성 더해
진료시 생긴 상처 “학대 당했다” 고소도


치과의사가 가해자가 된다?


최근 장애인 진료 봉사를 하는 치과의사들이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정작 의료사고에는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이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이같은 문제점은 개별적으로 복지관이나 보건소에 나가 진료하는 경우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부에 나가 진료를 할 경우 진료시설이 노후한 경우가 많고 보조인력 등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라 제대로 된 진료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압도적이다.
아울러 장애인 진료에 대한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진료에 나서면 자칫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 관련 경험자들의 조언.


한 무료 진료 봉사자는 “사실 수년간 장애인 진료를 해오면서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며 “기회가 된다면 결핍아동이나 노인들을 상대로 무료진료는 할 생각이 있지만 장애인 진료는 역량에 부쳐 그만둘 생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최충호 교수(순천향의대 치과학교실 교수)가 지난해 구강보건학회지에 발표한 ‘치과의사의 장애인 치과진료실태에 관한 조사 연구’에 따르면 장애인 진료를 위해 가장 먼저 구비해야 하는 것으로는 ▲전문성 향상(32.4%) ▲진료장비 구입(19.8%), 시간적 여유(16.6%) 등 순이었으며 치과의사들이 장애인 진료 시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 것은 ▲진료 시 협조의 어려움으로 60.1%를 차지했으며 ▲전문성 또는 자신감 부족이 25.7%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액 보상 요구하기도


인천 주안역 근방에서 개원하고 있는 박민갑 원장은 최근 황당한 사건을 겪었다.
문제의 발단은 박 원장이 인근 복지관에서 동료들과 함께 지난 94년부터 10여년동안 진행해온 장애인 아동 무료진료.
지난달 7일 장애아동인 김 모군(16)을 진료하던 박 원장은 진료를 위해 개구기를 물린 후 잠시 몸을 돌려 치료기구를 집고 돌아서는 순간 김 군의 앞니 두 대가 빠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중증 장애인인 김 군이 개구기를 강하게 물어 사고가 발생한 것.
박 원장은 급히 인하대부속병원으로 김 군을 후송, 긴급 조치를 했다. 김 군은 해당병원에서 아치바 픽세이션 조치를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김군의 부모들은 박 원장을 상대로 거액의 보상을 요구했다.
김 군 부모의 요구는 박 원장이 김 군을 평생 책임지겠다는 각서를 쓰거나 임프란트 시술 또는 현금 보상을 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박 원장은 몇 차례 김 군의 부모를 만났으나 이같은 문제에 대해 결론을 보기 쉽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가해자가 됐다는 입장만 거듭 확인할 뿐이었다.


지난 8일 복지관에서 열린 진료팀과의 회의를 통해 자신이 만든 이 봉사진료팀을 떠나지 않기로 어렵게 결정한 박 원장은 “자꾸 김 군의 부모와 마주대하던 순간이 떠오른다. 다시는 그같은 기분을 맛보고 싶지 않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특히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원장은 “사실 다시는 무료 진료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도 수차례”라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봉사활동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고까지 밝혔다.

 

 

#열악한 장비·제도미비도 문제
현재 김 군을 진료중인 인하대부속병원의 김일규 과장은 “지난주 픽세이션을 풀고 모빌리티를 측정한 결과 2도미만으로 양호했다”며 “더 이상의 조치가 필요한 상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과장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진료팀 내부의 위축이 걱정된다. 봉사활동의 개념으로 시작한 일에 오히려 환멸을 느끼지 않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이같은 위험은 비단 박 원장의 진료팀에만 국한된 상황은 아니다. 일선에서 장애인 환자를 진료해온 봉사자들은 대다수의 진료상황이 매우 열악하고 특히 의료사고에 대한 방어벽이 전무하다고 입을 모아 지적하고 있다.
인천 개원가에서 장애인 진료를 경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