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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6)인생의 역풍과 순풍

우리 인생도 젊어선 역풍이지만
나이들어선 순풍에 돛단듯
순조로웠으면 합니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아침은 참 힘듭니다.
공식 모임에서도 과음했지만 마지막 멍게를 집에서 맥주 마신게 거의 쥐약 수준.
마침 쉬는 토요일이라 누워 있는게 억울해서 자전거를 끌고 한강으로 향했습니다.
음주운전(?)이죠.


처음 언덕길이 왜 이리 힘들던지 평소 같으면 변속기어 도움 없이 그냥 내 달리는 길인데.
술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역풍이 심하게 불고 있었습니다.
대게 봄에서 늦가을까지는 미사리쪽에서 여의도 쪽으로 바람이 불고 겨울부터 초봄까지는 여의도에서 미사리쪽으로 바람이 부는데 오늘은 유달리 심한 바람이 불어 아무리 페달을 밟아도 자전거가 나가지를 않았습니다.


겨우겨우 종합운동장 지나고 올림픽 대교 다가서니 좀 나아지더군요. 바람도 잦아들고 술도 깨고 워커힐 보이는 암사동쪽 다가서면 공기가 다릅니다.
우측으로는 선사 현대(묘하죠? 先史 에 現代라니) 아파트 보이고 한강변에는 자연 생태계를 이용한 초지를 만들어 놨는데 상큼한 공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코가 뻥 뚫리고 머리도 맑아지고 땀 흘린 상쾌한 몸도 개운하고.


이런 기분 맛보려고 마약 중독자가 몰핀을 찾듯 정신없이 내달리나 봅니다.
광나루 종점에 이르면 몹시 서운합니다 . 길이 막힌거죠. 여기만 벗어나면 미사리며 양평이며 맘놓고 갈 수 있는데 위로는 올림픽도로의 차들이 위협하며 달리죠. 아래로는 한강물이 넘실거리죠. 이명박 시장 만나면 강력하게 건의해야 겠습니다. 지나갈 길 좀 마련해 달라고. 준비해간 초콜릿과 이온 음료 마시며 멍청하게 한강물 쳐다보면 집에 가기 싫은 마음 여전합니다.
멀리 강변 대로에서 바쁜듯 지나가는 차들을 보면서 그래도 이나마 여유 있는 나는 행복하다 위로하며 다시 집으로 향합니다
이젠 뒤에서 바람이 붑니다. 술도 깼겠다 몸도 개운하겠다 지나가는 인라인러들만 없으면 풀 스피드로 밟습니다. 기분 죽입니다.


가끔은 바람이 없어져서 억울할 때도 있지만 어쩔때는 거꾸로 역풍이 불어서 황당할때도 있습니다.
오늘은 신나는 날입니다. 바람도 제대로 불어주고 오후에도 또 쉬고 내일도 또 쉬고.
이젠 뜨거운 목욕탕에서 푹 담그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후 생각나면 시원한 캔 맥주 한잔. 우리 인생도 젊어서는 역풍이지만 나이 먹어서는 순풍에 돛 단듯 순조로웠으면 합니다.


그러려면 일단은 역풍을 헤쳐나갈 힘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이번 주는 아니 오늘 나의 작은 배는 역풍일까? 순풍일까?

 

이충규

- 88년 조선치대 졸

- 현) 서울 관악관 성심치과의원 원장

- 관악구 총무이사